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에게서 멀어지기만 하는 황홀한 미래를.

이제 그것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뭐가 문제겠는가.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리고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러면 마침내 어느 찬란한 아침....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새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해가 갈수록 우리에게서 멀어져가기만 하는 그 황홀한 미래들, 그러나 그럼에도 그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일을 우리는 멈출 수 없다. 쉴새없이 과거로 밀려날 것임을 알면서도

다시 끝내는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니까.

 

이런 문장으로 개츠비의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분명 이 이야기는 20대에 읽었던 이야기이고

그 때는 그리 재미있지가 않았는데, 다시 읽으면서 느끼는 건 이게 도무지 그 대 내가 읽었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다. 지나면서 봤던 그저 그랬던 이야기였던 그냥 개츠비가 다시 보니

'위대한 개츠비'가 되어 있는 기분이랄까. 그냥 개츠비가 위대한 개츠비가 되기까지 무엇이

필요했던 것일까? 번역의 문제도 있었을 것이고, 그 시대에 대한 나의 이해부족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 보다 이런 저런 삶에 대한 경험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믿음과 상실 사랑과 이별의 그런 경험들이 책을 읽는데 얼마나 많이 필요했는지, 근래 다시

깨닫게 된다.

 판타지 소설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10대가 되어야 하고, 초코파이를 맛있게 먹으려면

군대를 가야 한다더니 이거 뭐 명작 고전을 잘 읽으려면 나이는 좀 먹어줘야 하는 건가..ㅋ

 

 자신을 향한 그리고 자신을 비춰보는 사랑, 지나가는 사랑, 그리고 밀려드는 허무함들,

김영하의 번역은 탁월했고, 아주 맛이 나드만요. 대개 명작들에는 해설이 붙는데 이 책에도

역시 마지막에 꽤 긴 해설이 있는데 그 해설도 아주 즐거웠다는. 해설까지 즐거운 책이 얼마

만인지.... 더이상 뭐 그닥 할 말도 없다. 일단 읽어보시라. 그리고 아직 나이가 어리다면 좀 더

기다려 보든가. ㅋㅋㅋ

 

위대한 개츠비는 허무함과 찬란함 그리고 애틋함과 안쓰러움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한

안타까운 부나방의 날개짓같은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런 삶과 이야기를 이해하게 된 나 자신이

왜 조금 슬퍼지는 걸까.....

 

김영하는 이 책을 이렇게 요약했다. "표적을 향해 쏘아올린 화살들은 모두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꽂혔다. 난데없는 곳으로 날아가 비로소 제대로 꽂히는 것, 그것이 문학이라고." 그 말 참 멋드러진다.

위대한 개츠비 영화 개봉과 더불어 책도 많이 팔린다던데, 많이들 읽으시길.

- 다락방서 허뭄

 

그나저나, 그간 별로라고 생각했던 고전들을 새로운 책들도 다 다시 읽어봐야 할까나 고민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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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그림책 시장을 거쳐서 동화로 올라오고 부터는 왠지 잔소리만 많이 늘어놓는

우리나라의 동화책 청소년물 시장이 조금씩 변하더니 요즘은 좀 쉽고 재밌는

소설이 청소년 소설이 아닌가 싶게 재미난 이야기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각 출판사별로

상을 타기도 하고 시리즈로 나오기도 하는 청소년 소설들을 둘러보면 다양한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늘 학원과 학교에 치여서 교과서와 참고서 말고는

소설 같은 걸 들여 볼  시간은 없을 것 같은 청소년들이지만 그래도 나름 필독도서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아직 마음만큼은 청소년인 어른들이 꾸준히 선택해도 읽는 것 같습니다. 저처럼 ㅋㅋㅋ

 

<시간을 파는 상점>은 자음과 모음 출판사의 청소년 문학상 1회 수상작으로 나름

재미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다가 이번에 읽었습니다. 네, 괜찮습니다. 어른이 애들인 척 하려는

이야기는 싫은데 그런 것도 적당하고 너무 교훈적이어서 이게 소설을 읽는건지 잔소리를 듣는 것인지

싶은 이야기도 별로인데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인터넷에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는 가게를 열고

사람들에게 의뢰를 받아 원하고 또 원치 않는 사건들에 휘말려 가는 이야기입니다.

고치처럼 껍데기에 쌓인듯 팍팍한 청소년들의 삶과, 그 안에 든 나비처럼 자유로운 청소년들의

영혼이 적당히 뒤엉킨 이야기인 것지요.

 

책은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시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 쉽게 흘려 버리는 시간들, 남들의 기대와 요구에 떠밀려 온전히 살고 있지 못하는

자신의 시간들, 그리고 그 시간에 뒤엉킨 사람과 삶의 이야기입니다. 허나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가치도 찬란함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이들 보다는

흘려보낸 시간의 허망함과 아쉬움 빛바램을 알고 있는 어른들에게 조금 더 즐겁게 읽힐 책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리 그런다 한들 버스 떠난 뒤에 손을 흔드는 격일수도 있겟지만 말입니다. ㅋㅋㅋ 

그때는 그게 내 이야기 같아서였고, 지금은 그들이 부러워서 인가요? ㅋㅋ 학생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청소년물이 즐거워지는 걸 보니 내가 정말 나이를 좀 먹었는가 봅니다.  

 

나름 즐거운 청소년 소설 <시간을 파는 상점>입니다.

- 다락방서 허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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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캣 그림 에세이 <고양이 여행자> 바자회에 갔다가 우연히 손에 넣게 된 빨간 책.

화려한 악세사리를 하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표지의 고양이를 보고 냉큼 사게 된 책이다.

그림에세이라는 말 그대로 작가는 고양이를 통해 고양이를 위한 고양이의 세계를 그 안에 화려하고

또 아름답게 그려넣었다. 입이 쩍 벌어지게 화려하고 이쁜 고양이 그림들이 가득하다.

물론 그 그림들은 고양이를 잘 알고 사랑하고 애정하는 사람만이 그릴 수 있는 그림들이다.

이 책은 새로운 것은 전혀 없다. 고양이는 귀엽고 사랑스럽고 도도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새로울 것이 없다고 해서 그것이 별로냐면 또 그렇지도 않다. 여전히 도도하고 아름다운 고양이를

향해서 주인은 기꺼이 헌신하고 사랑을 바치며 즐거워한다. 그 그림 속에서 고양이는

현실보다 몇 갑절 더 사랑스럽고 더 화려하고 도도하고 귀엽다. 그건 아마도 현실 속에서

우리가 자주 마주하게 되는 사랑받지 못하고 따뜻함을 느껴보지 못하는 냉대받는 고양이들을

위한 보상인 것처럼 말이다.

늘 궁금한 것은 어떤 이들은 개에게, 어떤 이들은 고양이에게 참으로 많이 끌린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로 동물들하고는 아예 담을 샇은 이들도 있지만. ㅋㅋ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즐겁고 신나는 여행이 될 책이고, 고양이를 그리 좋아라 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멋진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줄 책이 아닐까 싶다. ^^;;

 

 

물론 그림을 워낙에 잘 그리는 분이시기에 그림작가가 되었겠지만, 이런 그림을 볼 때면

늘 감탄부터 하게 된다. 어찌 요로코롬 그림을 잘 그리실까나 말이다. 부러울 따름이다.  

대관령에서 고양이들과 살아가는 작가의 모습도 물론 부럽고 말이다. ㅎㅎ

참, 이 화려한 고양이 그림들은 여러 상품들로도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라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 같고, 또 동시에 한 번쯤은 보았을 마리캣.

고양이들을 위한 고양이들에 대한 고양이들의 책 <고양이 여행자>

보는 내내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었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