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복래라 했고, 웃는자에게 복이 있다 했다. 

노긍정님이 말씀하셨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라고... ^^

아이 때는 그저 꽃이 피는 것만 보아도 낙엽이 구르는 것만 보아도 참 신이나고 웃겼다.

지금은 꽃이 피면 핀다고, 지면 진다고, 낙엽이 쌓이면 지저분하다고 투정이나 부리고 있다.

그렇게 깔깔 잘 웃던 나는 어디로 갔나,

 

여기 잘 웃는 할아버지 이야기가 있다. 늘 허허허, 세상에서 가장 속 편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허허 할아버지다. 할아버지의 소문이 맨날 한숨만 쉬는 한숨 임금님의 귀에 까지 들어가게 된다.

늘 휴우 하고 한숨만 쉬는 임금님의 허허 할아버지의 비결을 얻어내고자 하는데...

 

그러나 성격이 좋은 것에도 비결이 있을까, 그저 다 좋은 것을 좋게 바라보고

좋지 않아도 좋은 점을 찾아낼 뿐인 것을... 이야기는 결국 한숨 임금님이 껄껄임금이 되는데..

어떻게 껄껄 임금님이 되는 건지는 책을 보시면 알게 되시리라.

 

아이들은 깔깔 잘 웃는다. 애들에게 배워야 할 게 딱 하나 있다면 바로 그것일 것이다.

뭘 봐도 즐겁고 신나 하는 것, 우울한 일을 금세 털어버리는 것 말이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단 말을 믿어 보자. 우리도 할아버지처럼 허허 깔깔 히히 호호

웃어보자.

 

꼬꼬마들을 위한 그림책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내가 먼저 히히 깔깔 호호 하하 웃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벌써 한 여름처럼 날씨가 덥습니다. 짜증이 올라오고 신경질이 올라오지요.

그런데 생각을 바꿔 한 번 허허 웃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 다락방서 허뭄

 

 

누구나 그렇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허비하고 있다.

아둔한 짓이라고? 그럴 리가. 내일을 위해서라면 괜찮다. 오늘을 더럽히고 멸시하며

추악한 뭔가로 만들어도 상관없다. 조금이나마 나은 내일이 온다면. 그걸 위해서라면.

- 본문 344

 

 

*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내일이 온다면, 그렇다면 그걸 위해서라면, 오늘을 더럽히고 멸시하고

추악한 무엇으로 만든들 어떠리.. 내가 더 어렸다면, 아마도 이 문장에 가슴이 조금 더 떨리지

않았을까, 이 문장을 보고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ㅋ, 어느새 나이가 들어 하루하루 더 사그라들고

더 초라해져 가는  뒷모습을 봐 버렸으니..지금의 나는, 더 나은 내일을 믿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하며 오늘을 추악하게 더렵혀야 하는 저 각오에 대해 그 마음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까지 자신을 밀어붙이고 각오를 다져야하는 그런 순간과 

그런 삶에  대해서 말이다.

 

도깨비같은 얼굴을 가진 미카미, 그러나 천사같은 얼굴을 가진 아내를 가진 미카미. 형사였으나

홍보담당관이 된 미카미, 자신을 닮은 외모를 비관하고 집을 나가버린 딸 아유미, 그러나 이야기의 중심에는

64라는 칭호로 불리우던 유괴사건이 있다. 잡고 싶었으나 어떻게든 잡아야 했으나 실패해 버린 사건,

그의 앞에 잊혀졌던 사건이 14년 만에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냥꾼인 형사와 공무원으로써의 경무,

기자들을 대하는 홍보과, 뒤엉킨 관계 속에서 주인공 미카미는 안과 밖으로 모두 뒤엉킨 싸움을 한다.

겹겹이 뒤엉킨 관계와 술수 속에서 어떻게든 실마리를 찾아보려 하지만, 뒤엉킨 실타래는 풀리는 듯

싶으면 다시 엉키고 풀리는가 하면 외려 더 꼬이기를 반복한다.

 

우리는 모두 조직 속에서 살아간다. 그 조직은 세상의 풍파로부터 자신을 돌봐주는 보호막이 되지만,

동시에 행동과 자유를 제약하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저마다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제 자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한다. 그곳에서 정의란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패 같은 것일까, 아니라면 선도

악도 없는 그저 혼돈일 따름일까,

 

요코야마 히데오는 자신이 무엇을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지 잘 아는 작가이다. 사회파 추리물에서

한 획을 그은 이 아저씨는 투병과 긴 휴식기에도 나 여기서 건재하고 있다는 걸 이 한 권의 책으로

보여준다. 그는 자신이 가장 잘 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 돌아왔다. 그것은 바로 조직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조직에게 상처받고 상처를 주면서 살아간다.

안과 밖이 모두 투쟁인 피곤하고도 괴로운 괴로움이 뚝뚝 묻어나는 이야기인 것이다.  

 

천재 탐정이 등장해서, 띠리리~"범인은 바로 너~!"라고 외치지도 않고, 화려한 스펙타클 액션을

펼치는 형사도 없다. 싸이코 같은 범인이 등장하는 두뇌싸움도 아니다. 그저 묵묵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나가며 하나씩 실타래를 푸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래서 요코야마 히데오의

이야기가 재미있기도 하다. 지루하지만 긍정할 수 밖에 없고, 조직 속의 부속같은 나약한 모습이지만

동시에 강인하고 믿을만한 인간으로써의 경찰을 데려와 우리 앞에 보여주기 때문에 말이다.  

 

오래간만에 나온 요코야마 히데오의 이야기 <64>. 690페이지.. 거의 7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다.

들고 읽는데 묵직하더이다. 그러나 그런 책의 무게를 전혀 상관하지 않으면서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긴 공백 끝에 나온 이야기임에도 묵직한 뒷심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가  

보여주는 삶과 일과 조직 부부와 자식에 관한 것까지 폐가 되면 안된다는 일본의 생각을 그대로

담고 있음을 새삼 느끼기도 하였다.  ^^;; 그래서 나쁘다 좋다가 아니라 아~ 그랬지 달랐지 뭐 그런 느낌.

- 다락방서 허뭄

 

 

 

 

* 

어쩐지 한참 십대의 사춘기를 달리는 껄렁한 조카 녀석을 떠오르게 하는 표지 <쥰페이, 다시 생각해>입니다. 오쿠다 히데오의 신간이지요. 돈도 없고 배운 것도 없고 그저 몸뚱이 하나 밖에 없는

쥰페이는 물들이 땅으로 낙하하듯 자연스럽게 야쿠자의 세계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이제 스물 한 살, 무슨놈의 야쿠자는 마치 일본 요리사 견습생 마냥 똘마니 시절도 늘 분주하고

바빠서 외려 흥청망청 청춘을 놀며 보낼 시간이 없습니다. 형님들 따라다니며 일 배우기도 분주할

따름이라는 거~ 어쨌거나 폼 좀 잡으시는 형님 아래서 언제쯤 이름을 날려볼까 하던 쥰페이에게

오야봉이 명령을 던져줍니다. 거슬리는 저쪽 형님 한 분을 고이 보내달라는 부탁. 총알이 되어달라는

겁니다. 이 세계란 것이 별을 좀 달아줘야 이름이 좀 알려지는 탓에 쥰페이는 덥석 오케이를 날리는데..

스물 한 살 청춘, 거사를 치르기 전에 며칠 놀아보라도 돈까지 쥐어주시는 오야붕이십니다.

허나 쥰페이는 남은 며칠을 놀려고 해도 딱히 놀 줄도 모르겠고 주위엔 귀찮은 일들만 꼬입니다.

하룻밤 같이 놀았던 여자는 게다가 쥰페이 소식을 온라인에 올리고 온라인에서는 총알이 되어야 한다 아니다 갑논을박이 이어지는데...

 

오쿠다 히데오식의 무거움과 가벼움이 교차하는 이야기인데 그러게 이 책은 재미있으면서 슬픕니다.

스물 한 살, 인생에 딱히 답도 없고 질문도 없고 애정도 없는 준페이의 모습을 보자면, 그 인생이

그 청춘이 그 시간이 참 아깝다 여겨집니다. 역시, 나도 많이 늙었는가 봅니다. 으으...

어째든 시간은 흘러가고 온라인 상의 갑론을박도 길어지고 쥰페이는 하나씩 총알이 될 준비를

해가는데... 두구두구 그 결정은? 책으로 읽으시면 알 수 있다는.

책에서 가슴에 푹 하고 박힌 구절은 어찌하다 쥰페이가 만난 할아버지의 충고 아닌 충고였습니다.

 

" 젊은이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 인생을 모르기 때문이야. 모른다는 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아깝다고 생각지도 않지, 내 아이를 안아 보는 감동도. 큰일을 성취한 기쁨도, 부모의 임종을 지키는

슬픔도, 오랜 벗과 밤새 얘기하는 정겨움도, 경험한 적이 없으니까. '지금 모든 것이 활활 타 버려도 상관없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지. 정말이지 젊은이는 우둔한 생물이야. 더 큰 문제는, 젊었을 때는

젊음의 가치를 모른다는 거지. 건강의 가치는 병에 걸리고 나서야 알 수 있듯, 젊음의 가치는 나이를 먹지 았으면 몰라. 정말로 신은 짓궂은 존재야."

 

젊음이 아깝다고 느끼게 될 날 따위는 오지 않았어도 좋았을 것을 말입니다. 이런 할아버지의 말에

공감하는 날 따위 오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청춘인 그들에게 청춘들에게 제가  해 주고 싶은 말은 그 청춘을 아끼고 누리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 청춘을, 그 젊음을 있는대로

신나게 펑펑 있는대로 다 낭비하라는 말입니다. 그래야 나이가 들어서 낭비해 버린 그 청춘이 아까워 어찌할 바를 몰라할테니까요. ㅋㅋㅋ 

 인생이 안다고 다 알아지는 것도 아니고, 모른다고 또 마냥 즐거운 것도 아닌데 싶지만, 그러나  

지나간 청춘은 아주 가끔 아깝긴 합니다. 나름 잘 지냈고 또 사건 사고도 많았지만 돌아보면 그 시절  

조금 더 낭비하고 더 부서지고 더 부딪쳐 보지 못했던 것이 말입니다. 지금은 그러라고 해도 체력이  

시간이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이..그때만큼 뜨거워지지를 않네요. ㅜ.ㅜ 

 

오쿠다 히데오의 웃기고 슬픈 청춘가 <쥰페이, 다시 생각해> 입니다.  

그러나 저는 아니야, 쥰페이 니 멋대로 해~  라고 전해주고 싶지 말입니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