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선생을 처음 만난 건 드라마 <스즈키 선생님>에서였다. 평소 교사와 청소년을 다룬 소설이나 만화, 드라마, 영화를 좋아하는지라 하루 날을 잡아서 <스즈키 선생님> 전편을 몰아서 본 기억이 난다. 교사와 청소년을 다룬 일본의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가 비범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스즈키 선생님>은 그 문제의식이나 접근 방식이 무척 독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이야기의 흥미로운 전개에 더 주목했을 뿐, 이 작품이 지닌 문제의식을 깊게 생각해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스즈키 선생님]이란 만화가 국내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에야 비로소 나는 그 드라마가 원작이 있는 작품이란 걸 알게 됐다. 만화를 읽으면서 이 작품의 주인공인 스즈키 선생님 캐릭터가 놀랄 만큼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스즈키 선생님] 1권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설사 된장’에서부터 그런 스즈키 선생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급식시간에 이즈미라는 남학생이 음식을 뒤적이면서 불쾌한 말을 내뱉는다. 이를 테면 ‘설사 된장’이니 ‘구더기’니 하는 말. 이즈미는 교수 아버지로부터 가정교육을 잘 받은 학생이다. 맞은편에 앉은 나카무라는 스즈키 선생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자리를 바꿔줄 것을 요청한다. 평소 나무랄 데 없는 학생 이즈미는 도대체 왜 그런 지저분한 짓을 하는 것일까? 이유를 묻는 스즈키 선생에게 이즈미는 말한다. “보시면서도 모르신다면 …얘기해도 마찬가지에요!” 교사에게 이런 말대답을 하는 학생이 있다면, 적지 않은 교사들이 강압적 방식으로 원인을 밝히려 했을 것이다. 스즈키 선생은 이즈미를 다그치지 않는다. 대신 3일 동안 자신에게 관찰할 시간을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스즈키 선생은 학생들의 동작과 대화, 표정 등을 끈기 있게 지켜본다. 결국 그는 끈기를 가지고 수수께끼를 풀어낸다.

 

‘탕수육’ 에피소드에서도 그렇다. 잔반 비율이 높은 메뉴인 탕수육이 더 이상 급식으로 제공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 알려진다. 먹성 좋은 여학생 가바야마는 크게 실망하고, 스즈키 선생은 가바야마가 최대한 상처받지 않도록 일을 수습하려고 동분서주한다. 어떻게 보면 사소해 보이는 사건 하나에도 스즈키 선생은 학생들에게 최선의 해답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교육적 지도’는, 교사들에게 매우 난감할 수 있는 성교육에 관해 이야기한다. 중학교 2학년 남학생 미사키가 자기 친구의 초등학교 4학년 여동생 마나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그야말로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다. 마나의 어머니는 미사키가 마나를 강간했다며 스즈키 선생을 찾아온다. 우리의 상식에서라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다. 스즈키 선생은 이번에도 추궁하기보다 사건의 진상을 미사키의 입을 통해 들으려 한다.

 

내가 스즈키 선생을 보면서 가슴이 뛰었던 것은, 학생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스즈키 선생의 태도 때문이었다. 믿고 의지할 만한 교사를 만난다는 설렘. 내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당시 내가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고 여겼던 선생님은 손에 꼽았던 것 같다. 물론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한 학급의 학생 수가 수년 째 줄어들었다고 해도 여전히 한 교사가 반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두루 관심을 두기는 쉽지 않는 일이다. 그렇기에 [스즈키 선생님]의 출간이 더 귀하게 다가온다. 이 만화가 이 땅의 교사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스즈키선생님, 다케토미겐지, 홍성필, 세미콜론, 교사, 교육

암 진단을 받은 여자가 있다. 나이는 스물일곱. 4년 전 걸렸던 암이 완치되어 안도하며 행복한 일상을 누리고 있었는데, 재발했단다. 이제 사랑하는 남편을 놔두고 세상을 떠나야만 한다. 세상에서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여자는 결심한다. 남편 잭에게 새 아내를 구해주고 떠나자고. 아무리 남편을 사랑한다고 해도 그렇지, 이게 가능할까? 이런 의문이 치솟지 않을 수 없는 설정이다. 작가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소설이 1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렸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나는, 어찌 보면 통속적일 수 있는 ‘남편을 위한 새 아내 구해주기’라는 테마를 작가는 도대체 어떻게 다뤘을지 너무도 궁금했다. 그리고 나는 이 소설에서 내 마음을 기어코 움직이게끔 하는 무언가가를 보았다.

 

그 무언가란 우선 소설 화자 데이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에 있다. 맨 마지막 장을 제외하고 시종일관 데이지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에서 데이지란 캐릭터는, 정말이지 사랑이 넘친다. 이를 테면 유방암으로 인해 가슴을 절제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데이지는 이렇게 말한다. “어째서 허벅지나 쏙 들어가주면 고마운 배에는 암이 걸리지 않는 걸까? 그럼 기꺼이 포기했을 텐데” 이 비참한 상황에서 나라면 이런 혼잣말을 중얼거릴 수 있을까. 이처럼 명랑해지려 끊임 없이 애쓰는 화자 데이지에게 자꾸만 끌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남편 잭에게 새 아내를 구해주는 일은 어떻게 진행될까.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쉬울 리는 없을 테다. 아무려나, 그 쉽지 않은 일을 위해 데이지는 안간힘을 쓰지만 잭에게 적합한 아내가 쉬이 발견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데이지는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에 잭의 사진과 신상 정보를 올리기까지 한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겨우 적임자랄 만한 여자를 발견해낸 데이지. 그러나 막상 새 아내 후보자 패멀라를 보면서 치솟는 미묘한 심리를 데이지는 어찌할 수 없다. 데이지는 패멀라의 장점에 안도하면서도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결점이랄 만한 걸 찾으려 한다. 거기다가 잭과 패멀라가 이미 알고 있던 사이임을 알고 나자 데이지의 불안감은 극도에 달한다. 잭을 안고 있을 때에도 데이지의 머릿속에서 패멀라는 떠나지 않는다.

 

이처럼 마음이 약한 우리의 주인공 데이지는 잭에게 새 아내를 구해주고 떠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데이지는 이 일을 제대로 감당해내지 못한다. 공황 상태에 빠지기도 하고, 절친 케일리에게 상처를 주기까지 한다. 케일리를 떠나보내며 데이지는 이렇게 고백한다. “제대로 죽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누군들 그러지 않겠는가. 사실 새 배우자를 찾아주고 떠난다는 생각을 끄집어낸 것부터가 기적이다. 데이지는 잭을 끔찍이도 사랑해서 그런 발상을 떠올렸지만, 세상 누구보다 잭을 사랑하기에 이 작전을 수행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데이지가 심리치료 공부를 했다는 사실이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 소설에 무슨 대단한 신파가 들어있는 건 아닌데도, 잭을 향한 데이지의 애틋한 사랑 때문에 소설을 읽는 내 가슴은 자꾸만 먹먹해진다.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는 특히 그랬다. 데이지는 세상을 떠나고, 마지막 장에선 남편 잭이 화자로 등장한다. 혼자 남게 된 잭은 데이지 없이 어떻게 버티며 살아갈 수 있을까. 데이지를 버티게 해주는 건, 잭을 잘 챙겨주는 꼼꼼한 새 아내가 아닌 한 마디 말이다. 바로 ‘어디에 있든지.’라는 말. “‘어디에 있든지.’ 그렇게 말하면 데이지가 쪽지 남기기를 잊고 직거래 장터나 요가 수업에 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잭은 고백한다. ‘어디에 있든지.’ 이 말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들에게 주는 작가의 선물이 아닐까. 이 귀한 선물이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비포아이고, 콜린오클리, 이나경, 아르테

첫 일본 여행 날짜는 가까워오고 일본 여행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본다.포털사이트 지식인에 달린 답변이나 블로그에 있는 정보들이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일본 여행에 대한 막막함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한 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없을까, 하고 검색하던 차에 눈에 띈 책이 [자신만만 세계여행]이다. 일본 여행을 처음 하는 이들을 배려했다는 점이 우선 마음에 들었고, 크게 부담되지 않는 분량도 좋았다.

 

 

거기다 세 권으로 분권이 가능해 휴대하는 데 편리하다는 이점도 있다.

 

책을 받고 책장을 넘겨보는데 기대 이상이다. 일본 여행 계획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부터 시작해, 여행 코스 짜는 요령이 7일, 15일과 같이 일 단위로 상세하게 나와 있어 미덥게 느껴진다. 특히 사진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어서 그런지 비록 겉모습이나마 일본 여행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도 같다.

 

우선 내가 가장 오래 머물게 될 교토 부분을 펼쳐본다.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큰 일났을 뻔 했을 것 같은 조언들도 가득하다. 이를 테면 버스를 이용할 때 주의할 점 같은 대목 말이다. 교토에서 순환계통 버스를 잘못 타서 거꾸로 가는 일이 없도록 저자는 다감하게 주의를 준다.

음식에 관한 정보도 빼놓을 순 없다. 이 책에는 각 고장별로, 또한 구역별로 대표적 음식점이 소개돼 있다. 전화번호와 오픈 시간, 교통정보에다가 음식점 홈페이지까지 나와 있다.

 

지역별로 상세한 지도가 실려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지도위의 구역을 떼어내어 그에 관해 따로 설명한 점도 돋보인다. 버스노선도도 따로 수록해 놓았다.

 

쇼핑지구에 관한 정보도 특히 유용해 보인다. 음식점 정보와 마찬가지로 처음 들르는 사람들이 이 책에 실린 정보만 가지고도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해 놓았다. 어떤 상품을 샀을 때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지, 대표 상품의 가격은 얼마인지도 알 수 있다.

 

숙박에 관한 사항도 자세하게 실려 있다. 유스호스텔과 게스트하우스, 호텔, 료칸 등 다양한 숙박시설들을 안내하고 있다. 가격과 청결도, 교통 등을 고려한 장단점 등이 잘 나와 있다.

 

각 지역의 관광명소에 관한 설명을 읽고 있으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관광지를 찾아가기 전 확인해야 할 것들, 그러니까 운영시간이나 교통,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시기 등이 빼놓지 않고 실려 있다.

 

책 뒷면에는 일본여행에 필요한 기초회화도 수록돼 있어 안심이 된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길을 묻거나, 물건을 살 때 필요한 일본어가 나와 있어 일본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고맙게 여겨진다.

 

처음 구입한 일본 여행서였는데, 정말 제대로 구성된 책을 만나 마음이 흐뭇하다. 이제 남은 건 이 책을 잊지 않고 여행가방에 챙기는 일이다.

 

자신만만세계여행일본JAPAN, 심청보, 삼성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