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십니까?
아뇨 가출입니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가출한 의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를 찾기 위해서 집을 나간 사이좋은 이인조를 저와 그의 친구가 같이 만나러 가는 겁니다. (p130)
특별한 문제가 있었던 것도 관심을 받기 위한 미숙하고 유치한 선택도 방랑벽이 있어서도 아니다.
열흘 정도 집을 비운다는 메모 한 장 남기고 홀연히 떠난 요시다. 그리고 그를 찾기 위해 또 다른 가출을 선택한 세 명의 남녀(나, 나의 아내 유키 그리고 요시다의 아내 마이코)
단조롭고 담담한 문체와는 달리 상황과 대사는 굉장히 당황스럽고 엉뚱하다.
어른들의 가출 그리고 가출에 가출이라는 맞수를 놓는 '나'의 아내 유키. 이를 주저없이 받아들이는 남편과 친구
자신들의 배우자인 유키와 마이코의 너무나도 다정한 모습을 보며 함께 결혼을 결심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우리는 이혼을 함께하자 약속하는 두 남자
황당하기까지 했지만 무덤덤한 어조에 어쩌면 절대 이혼하지 말자는 남자들의 다짐 혹은 절대 이혼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처음 이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일본 독자의 리뷰 속 이사카코타로풍의 소설이란 한 대목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요시다의 가출에 무언가 미스터리한 비밀을 기대하며 무게를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이것이 오히려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결론은... 이사카코타로풍이라 느껴지진 않았지만 제목과는 참 잘어울리는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휴가가 시작되기 전 기대와 설렘, 수많은 계획들. 그러나 휴가가 시작됨과 동시에 겪게되는 예상치 못한 고생과 많은 부분 틀어지는 계획들. 그러나 휴식이 주는 마음의 여유와 새로운 에너지, 익숙했던 일상에서 조금 벗어나면서 깨닫게 되는 소소한 매일에 대한 소중함으로 또 다시 다음해의 휴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처럼 새롭게 만난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요시다의 가출은 싱겁게도 그저 조금 긴 외출에 불가했다. 그는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상황은 그가 떠나기 전과 달라져 있었다. 아내가 없다. 그녀가 가출을 해버린 것이다. 그를 찾기 위해 나선 두 여인을 찾아 '나'와 요시다의 여행이 시작된다. 그리고 여행의 끝자락에서 게임으로 이혼여부를 결정하자는 그녀들의 도전장이 날아온다. 심각한 상황을 엉뚱하지만 게임이란 방법으로 유쾌하게 극복하고 해결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재밌기도하고 신선하기도 했다.정말로 심각한 것은 밝게 하는 것임을 작가는 알고 있었다.
게임결과의 여부는 요시다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중요한 것이었다. 그들은 이혼을 함께 하자고 약속한 사이니 말이다. 열심히 연습하고 고군분투한 그들의 게임 결과는?
그들을 대신해서 열심히 싸워준 게임 속 캐릭터들을 보면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아도 어느 정도 예상되는 결과이지 않을까? 이런 캐릭터로 비극을 말하기에는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짧은 여름휴가는 끝났지만 분명 휴가전과는 많이 다른 그들의 새로운 일상이 시작될 것이다. 위기를 함께 극복하며 성장하고 견고해진 그들의 사랑을 바탕으로 말이다.그녀들의 우정은 더욱 돈독해졌을 것이고 그들의 형제애는 더욱 뜨거워졌을 것이다.
극복했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시다 군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공평함을 극복했다. 요시다 군은 집을 나와서 결의하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 뒤에 패배하고 껍질을 깨고 나온 것이다. (p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