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나는 그림을 보며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뭉크의 그림 속 절규하는 인물을 롤러코스터에 태우기도 하고 변기에 앉혀 보기도 한다.

고흐의 그림 속 카페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상상도 해본다.

이번에는 소설이 선물하는 그림 한 폭을 감상할 수 있었다.

달빛 아래 하얀 메밀꽃을 배경으로 나귀와 세 명의 남자가 걷고 있는 그림이다.

글자가 점점이 박혀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듯 읽을수록 보이는 소설이다.

장에서 장으로 옮겨 다니며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만나 길을 함께하게 된 허생원,조선달 그리고 동이

그들이 떠돌아다닌 공간만큼이나 사연도 많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달 밝은 날이면 허생원은 언제나 그 이야기를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을 나눈 여인과의 추억 이야기를.

허생원과 함께 한 지 오래된 조선달은 지겹도록 들어 온 이야기이다. 

그러나 오늘 밤은 동이 덕분에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둘의 이야기 속 서로 교차점이 하나 둘 보일수록 소설의 긴장감은 점점 고조된다.

그리고 마지막 동이의 채찍이 왼손에 잡혀 있는 것을 확인하는 장면에서는 그동안의 긴장이 

앞으로의 펼쳐질 이야기에 기분 좋은 떨림으로 변해간다.

그 후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추억 속 그리워하던 상대가 바로 옆의 너와 나임을 확인하고

성씨 부인을 함께 만났을까?

그들은 한 가족이 되었을까?

...

메밀꽃 필 무렵처럼 이야기도 아련하게 끝을 맺는다. 

허생원이 더이상 혼자가 아니길

그에게도 가족이 생기길

떠돌이 생활을 마치고 한 곳에 정착해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길

바라고 기대하게 된다.

일본어를 공부하다 보면 경어에서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조금의 노력 혹은 고생이면 의외로 수월하게 넘길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어려운 것은 반말이란 생각이 든다. 친구 혹은 격 없는 사이에서 하는 회화는 사용이 빈번하면서도 학교나 학원에서 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드라마나 쇼,오락 프로그램에서, 더욱 가까이 온라인상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표현들을 봤을 때는 어려운 문장이나 긴 문장도 아닌데 멈칫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유용하게 공부할 수 있는 책이 생생 일본어이다. 직접 체험하지 않고서는 배우기 쉽지 않은 표현들을 담고 있는데 ’일본 유학파 부럽지 않다’ 라는 표현이 정말 이 교재와 잘 어울린단 생각을 하게 된다. 1과와 2과의 음의 변화, 회화형식을 익힌 후에 드라마의 대사들이 잘 들리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말하기도(발음하기도) 수월해짐을 느낄 것이다. (조사 생략이나 단축구를 통해)

아무리 많은 어휘와 문법적 지식이 있다 해도 막상 회화에서 말이 쉽게 나오지는 않는다. 이것 또한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 번째 과에서 이런 기술을 숙지할 수 있다. 이야기는 어떻게 꺼내야 하는지 맞장구는 어떻게 쳐야 하는지 등등등. 테이프를 들으며 더욱 편안해진 일본어를 구사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아직도 생생한 나의 완소 교재이기도 하다.

지금은 달인이란 단어가 개그 소재로 사용되면서 코믹하게 다가오지만, 이 책을 구입할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낯 간지럽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좀 더 그럴듯하게 좀 더 일본인처럼 말하고 싶은 욕심에 발음과 억양에 관련된 책과 사전을 많이 찾아 다녔던 때가 있었다. 그 관심에 비해서 그리 많은 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 심사숙고 끝에 선택한 책들 중 한 권이다. ^^

200페이지가량의 분량에 5강 중 2강만이 발음과 억양 그리고 악센트를 다루고 있어 단편적이긴 하지만 한국인이 틀리기 쉽고 신경을 덜 쓰게 되는 그래서 일본인이 듣기에 조금은 매끄럽지 않은 일본어 발음의 핵심만을 담았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책들을 정리하면서 이 책을 보았을 때, 펼쳐본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 내용은 가물가물했지만 한 가지만은 생생하게 기억되었다. 한국인의 잘못된 억양과 바른 억양을 대조해 다뤘던 부분인데 테이프로 들었던 조사를 강조하며 끝을 올려 발음하는 한국인 특유의 일본어 억양이다. 이 부분이 굉장히 인상깊게 남아 있었던 것도 있고 발음할 때마다 잘못된 발음을 떠올리며 늘 신경을 쓴 탓도 있다.

대학교 1학년 일본어 수업시간을 회상해 보면 ’ つ ’ 발음법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일본인의 발음이 분명 우리가 하는 것과는 다른데 그 미묘한 차이를 찾아낼 수 없었다. 그래서 관심이 오기로 변했고 발음과 억양에 더 집착하며 스스로를 많이 힘들게 했던 시간이기 때문에 그렇게 회상되는 것 같다. ’쓰나미’의 발음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1강의 내용을 자세히 읽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