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안 읽는 사람도 <연탄길>은 들어봤을 정도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이철환 님이 오랜만에 따스한 장편소설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마치 오래전 읽었던 연탄길을 다시 읽는 느낌이 들었던 이 책은 읽는 내내 마음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으며 내 마음을 순화시켰고,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땐 더 이상 읽을 수 없다는 아쉬움에 속상함마저 들 정도였다.  정말 오랜만에 느낀 집 밥 같은 소설이었다.

 

고래만큼 크게 번창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상호를 <고래 반점>이라 지은 용팔과 영선은 두 아들 동현 동배와 가게에 달린 방에서 온 가족이 살고 있다. 이 소설은 용팔과 영선 부부를 중심으로 해서 시각장애인 '인하'와 그와 맞선을 보며 사랑을 키워가는 '정인', 아들 동현이 짝사랑하는 ' 서연', 서연의 아버지이자 고래 반점 건물 주인 최대출, 그리고 부모 없는 인혜와 인석의 이야기가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전개된다.

 

 

무전 취식하려는 이들을 감싸는 영선과 이를 못마땅해하는 용팔은 소설 내내 툭탁거리며  외모지상주의, 학벌 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권위주의로 가득한 대한민국 사회를 꼬집는다. 못 배운 것이 한이 되어 시작한 독서모임을 통해 용팔이 책을 통해 배운 지식들과 시각장애인 인하의 상식들은 마치 잠언집이나 백과사전을 보는 듯한 기분마저 들 정도로 폭넓고 깊다. 반면 동현의 담임선생님과 최대출의 입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독자를 씁쓸하게 한다. 하지만 작가는 무거운 주제들을 담고 있음에도 곳곳에 기가 막힌 유머들을 박아놓았다.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푸하하 웃다가 눈물 한 방울 떨구게 하는 등,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다. 감독관도 없는데 스스로 감독관이 되어 자기를 착취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들은 자기 착취를 삶에 대한 열정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김누리 교수는 말했다.
1귄 127쪽

쉬는 시간을 아까워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우리가 만든 사회는 다시 우리를 채찍질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지금의 이 사회는 왜 이렇게 아픈 걸까? 그런데 작가는 이 아픈 소설을 왜 이리 따스하게 담아낸 것일까?

용팔은 소설 속에서 이런 말을 한다.

"책이나 영화나 여행을 통해 얻은 감동과 깨달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허망하게 사라지지 않아. 감동과 깨달음은 우리도 모르는 방식으로 심연에 쌓여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삶을 세심히 인도하지 않겠어?"  -2권 53쪽-

아무리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도 바다는 그 푸른빛을 잃지 않는다. 우리의 눈이 어둠에 가려져 못 볼 뿐. 다시 아침이 되면 바다는 그 푸른 영롱함을 보여줄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책을 읽는 누군가가 이 책을 통해 감동과 깨달음을 얻고 지금은 힘들더라도 절대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길 바라며 이 소설을 쓴 거 같다. 그래서 읽는 내내 그리 마음이 따뜻했나 보다^^

3년 전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을 무렵, 난 우연히 니체의 철학을 만났다. 학창 시절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신은 죽었다'라는 하나의 문장만으로만 알고 있었던 니체였다. 그의 저서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가 음악 제목인 줄 알 만큼 난 니체에 대해선 완전히 무지했었다. 하지만, 그때 니체가 전하는 삶에 대한 긍정과 위로는 내게 가족이나 친구보다 더 큰 위로를 주었고 그의 문장 하나에 매달려 난 하루하루를 이겨낼 수 있었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의미는 니체의 철학을 만난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난 니체에 빠졌었다. 그리고 다시 니체를 만났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초인(超人)이란 외부의 가치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만드는 사람, 인간의 불완전성이나 제한을 극복한 이상적 인간을 말한다.

니체의 철학은 아이러니하게도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니체는 생의 의지를 부인했던 쇼펜하우어와 달리 삶에서의 고통을 인간의 의지로 극복함으로써 삶을 변화시키고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라 역설한다. 그에게 최고는 인간이었다. 내세를 위해 현생을 희생하라고 강요하는 종교에 맞서 신까지 죽었다고 얘기한다. 신은 죽었으니 내세에 매달리지 말고 지금 현재의 삶을 사랑하고 살라고 말이다. 니체는 누구나 자신에게 닥친 병마와 고통들을 이겨냄으로써 한 단계 올라서는 <초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삶을 따라가는 삶이 아닌, 내가 주체가 되어 기꺼이 고통들을 껴안고 이겨내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철학은 그의 고통스러운 삶을 통해 우러나온 것이기에 더욱 그 빛을 발한다.

 

 

 

 

이 책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비롯하여 <이 사람을 보라>,<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아침 놀>등 난해한 니체의 저서들 속에서 주옥같은 글들을 발췌해가며 '초인','권력에의 의지','영원회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얇은 책에 이 방대한 양의 내용을 담기엔 역시나 아쉬움이 많았다. 저자의 의욕대로 개념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달하기는 했으나 그의 철학을 처음 접하는 이에겐 좀 막연하고 요약해놓은 느낌이라 니체의 철학이 오히려 더 멀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하지만 이 책 속에 담겨있는 니체의 글들은 우리의 마음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하다. 많이 지치고 힘들 때, 누군가의 위로가 절실할 때 꼭 니체의 철학을 만나보길 바란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길을 걷지 마라. 앞서 간 누군가의 방식이나 지도자가 제시하는 길에 당신을 맞추지 마라. 오직 당신만의 길을 가라. 막연할지라도 당신만의 길을 넓혀가라. 그렇게 스스로를 이끌고 당당하게 나아가라.

<행복> 하면 우리들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무엇일까? 어학사전을 찾아보면 행복이란 단어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로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는 행복=부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다. 막연한 행복을 찾아 오늘과 내일을 희생하며 우리의 인생을 몽땅 행복을 찾아가는 힘겨운 여정으로 채우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이시형 박사는 행복을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의 역할과 어떻게 하면 세로토닌의 분비를 도울 수 있는지 의학적으로 쉽게 접근하고는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저자는 어쩌면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행복>이라는 개념부터 근본부터 바꿔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로토닌은 흔히 '행복호르몬'이라 불린다.

세로토닌은 뇌 속에서 분비되는 정보 전달물질로 전 뇌에 분포되어 있어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전 뇌에 지령을 하달하고 조율하기 때문에 세로토닌이 제 기능을 못 하면 우린 마음과 몸의 균형을 잃게 된다.

세로토닌은 자연에는 없고 트립토판이라는 필수아미노산을 원료로 만들어지는데 90%가 장에서 만들어져 혈관을 타고 뇌로 들어간다. 트립토판이 세로토닌으로 전환되려면 햇빛, 리듬운동, 스킨십, 복근 심호흡, 잘 씹기 등의 자극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 책에 세로토닌 처방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갖가지 사연부터, 세로토닌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세로토닌 생성을 도울 수 있으며, 결핍 시 어떤 증후군이 나타나는지 뿐 아니라 세로토닌 형 인간은 어떤 사람인지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또한 간단한 테스트로 자신의 세로토닌 지수를 측정해 볼 수 있다. 나 또한 세로토닌 지수가 가장 낮은 LOW 상태로 나와 조금 충격적이었고, 이 책을 읽으며 행복에 관한 생각을 바꾸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뇌과학적인 해석으론 세로토닌이 분비된 상태가 곧 행복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세로토닌 생성을 자극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사실 우리가 미래의 <행복>을 얻기 위해 희생시키고 있는 현재의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로토닌은 비싼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약도 아니고, 거창한 게 결코 아니다. 나를 느끼고 순간순간을 느끼며 살아가다 보면 절로 얻게 되는 신경 물질이다.

꼭 굳이 멀리 갈 필요 없다. 그저 느긋하게 5분만 생각을 내려놓고 산책하며 얼마나 하늘이 이쁜지, 태양은 얼마나 따스한지, 나뭇잎은 각각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느끼며 아! 좋다~ 하고 느껴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순간 우리 몸속에선 엄청난 세로토닌이 생성될 거고, 그 순간 우린 누구보다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오늘부터 이 작디작은 것들을 실천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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