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 사는 이누이트족 '울리'는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어 외롭게 성장한다. 그가 외로움을 달랜 곳은 근처에 생긴 기상대였고 그곳에서 그는 카블루나 어른들에게서 밥도 얻어먹고 카블루나 언어도 배운다. 성인이 된 울릭은 연달아 북극곰을 사냥하는 바람에 나누크의 영을 모독하는 일을 범하게 되고, 그 일로 사랑하는 '나바라나바'와 파혼하는 시련을 당하게 된다. '나바라나바'의 새로운 신랑감이 구해져 그의 사랑이 끝나갈 무렵, 울릭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이누이트족이 인류문화유산으로 정해지고 그곳에 석유탐사기지가 생기는 등, 두 나라의 교류가 활발해지자 카블루나에서 이누크 한명을 선별해 보내줄것을 요청한 것이다. 울릭은 이 소식을 듣자마자 추장에게 가서 자신이 대사가 되어 카블루나로 가겠노라고 선언한다. 대신 돌아오면 사랑하는 나바라나바와 결혼하게 해달라는 조건으로.

그렇게 카블루나로 가게된 울릭은 공동체생활을 하는 이누이트족의 삶과 달리 홀로 호텔방에서 자는 것을 못 견뎌하게 되고, 이를 알게 된 그의 수행원인 마리 알릭스는 자신의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울릭이 생활할수 있게 도와준다. 따뜻한 가족같은 마리알리스의 집에서 생활하며 울릭은 이혼녀인 마리알리스를 사랑하기 시작하고 아이들에게도 깊은 정을 느끼게 되면서 그냥 이렇게 카블루나에서 계속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할만큼 카블루나에서의 삶에 안주하게 된다. 한편 울릭은 마리 알리스와 석유회사 회의에 참석하고, TV 토크쇼에 출연하게 되면서  카블루나사람들의 관심을 받게되고 결국 광고와 영화제의까지 들어오게 된다. 카블루나를 위해 돈을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고 싶었던 그는 마음을 내켜하지 않으면서도 광고에 출연하고 영화를 찍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그는 돈을 모으고 결국 카블루나를 떠나 그립던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그는 망연자실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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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의 여성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카블루나에서 울릭은 여자의 행복이 결코 사랑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고 희생이 점점 흐려지는 세상에 잠시 머물면서 울릭은 모든 사냥감을 공평하게 나누던 이누이트족의 풍습을 잊고, 자신이 카블루나에서 번 것을 나눠야한다는 생각에 당혹감을 느낄만큼 카블루나에 동화되어간다. 책속 울릭과 이누이트족을 보면서 다시금 느끼게 된다. 얼마나 인간의 욕망이 그 끝을 알수 없는지... 하지만 알면서도 제어할수 없는 이 욕망은 삶을 갉아먹는 독임에 틀림없다. 자기안의 욕망을 다스리는게 얼마나 우리에게 필요한지 우린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내 안의 욕망과 매일 힘겹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울릭처럼.,.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뀐지 벌써 4년이 넘었다. 돌이켜보자, 과연 촛불혁명은 그 이름값을 했는가. 우리는 혁명을 이루었는가.촛불혁명 이전과 이후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달라지지 않았다면 왜 무엇때문에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고 있는가. 이 책은 철학자의 눈으로 과거와 현재의 정치를 들여다보며 무엇이 문제이길래 우리는 혁명을 이루지 못했는가를 근본부터 따져 묻는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은 1부 <국가란 무엇인가>에선 늘 주도적이지 못한 채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며 의존했던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며 국가와 민족을 구별하지 못한 채 아직도 진정한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2부 <위험한 정치>에선 촛불혁명으로 정권은 바뀌었지만 인사개혁을 이루지 못한 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가 아닌, 과거의 정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문재인정부를 파고든다. 3부 <민주화 다음, 새 말 새 몸짓으로>에선 왜 우리는 선진국으로 도약을 하지 못하고 계속 과거의 정치에 머물러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그 한계를 넘어설수 있는지 철학자의 시선으로 혁신을 이루는 방법을 모색한다. 마지막 4장 <내 안의 '아큐'를 넘어>에선 패배주의적 심리상태인 '아큐(阿Q)'를 넘어서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것이 아닌, 보이는 대로 보는 과학적 태도를 가지라 강조한다.

 

 

 

 

한 밤중 청파동 골목 편의점엔 평범하지 않은 남자 알바가 있다. 편의점을 찾은 손님들은 큰 덩치에 위압감을 주는 눈빛,거기에 말 까지 더듬는 곰 같은 그를 알바로 쓴 편의점 주인은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그저 궁금하기만 하다. 그가 청파동 편의점에서 근무하게 된 것은 서울역에서 우연히 주운 지갑을 돌려주면서 인연이 닿았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역에서 종일 버티던 노숙자였다. 그저 '독고'라는 것 밖에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고, 과거도 모르는 그저 알콜중독에 빠진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노숙자였다. 하지만 편의점 주인 엄여사는 교직에서 정년퇴직한 경력답게 그에게 마음을 열어주었고, 마침 야간 알바가 그만둔 자리에 그를 고용했다. 대신 조건이 있었다. 더이상 술을 마시지 말것! 엄여사에 보답하듯 그는 처음 배우는 편의점 일을 착실하게 해냈고 술을 마시고 싶을때마다 옥수수수염차를 마셔가며 이겨냈다.그리고 편의점에 들르는 이들에게 자신 만의 방식으로 느리게 다가갔다. 그의 그런 행동은 매출로 이어져 오랜 침체에 빠졌던 편의점을 되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편의점을 팔아 자신의 사업자금으로 받길 원했던 엄여사의 아들은 편의점 매출을 올리는 그를 어떻게든 쫓아내려 했고 결국 그의 과거를 캐기 시작하는데...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140쪽

 

 

한 밤중 편의점에 들르는 이들은 각자 자신들의 아픔을 가지고 힘겹게 싸워나가고 있었다. 잠시 물건을 사러 들른 그들에게 편의점은 결코 안식처도 그 무엇도 아니었지만, 그들을 대하는 독고는 달랐다. 그가 엄여사에게서 받았듯이 그들에게 다가갔고 누군가는 불편하기도 했지만, 처음 느껴보는 진심어린 따스함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다 아프다. 아닌척 살아가지만,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고 그래서 끝없는 무장으로 나 자신을 보호하려 애쓴다. 작가는 소시민이 가장 쉽게 드나드는 편의점을 통해 나만 힘든게 아니라고, 모두 힘드니까 서로 보듬자고 다독인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을 읽고나니 편의점에 들를때 마다 계산대에 선 알바생도 무언가를 열심히 고르는 다른 고객도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그들도 아픔이 있겠지, 내가 그렇듯이... ' 그러니까 우리 모두 조금씩만 더 서로에게 친절하면 참 좋겠다.

 

이 책은 전작인 <망원동 브라더스>,<연적>에서 보여주었던 김호연작가다운 넉넉함과 따스함이 그대로 담겨있다. 혹시 나만 외롭다 느껴지거나 나만 힘들다 느껴진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