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척추가 살아야 내 몸이 산다
우리 집안 식구들은 모두 허리와 목에 디스크가 있다. 아마도 선천적인 것 같다. 다만 병원에 입원을 하거나 수술을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하지는 않아 불편하지만 일상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러 저러한 이야기도 많이 듣고, 방송도 보고, 나름 통증클리닉 관련 적잖게 봐왔다. 그렇다보니, 사실 이책에 대해서도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또 그렇고 그런 원론 적인(실천하기 쉽지않은) 이야기나 적혀있겠지 하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얼마나 잘 못된 선입견이었는지를 깨닫는데는 그리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다른 사람을 가르쳐 줄 정도의 능력이 되는 운동은 유일하게 볼링 정도가 있다. 초보자에게 볼링을 가르쳐 주는 모습을 보면 가르쳐 주는 사람의 실력도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공을 자꾸 가터에 빠트리는 초심자에게 "3번째 스팟으로 던지라니까요, 왜 엉뚱한데다 던져요" 하고 지적하는 사람은 역시 초보자이다. 남을 가르칠 만한 실력이 못 되는 이다. 초심자라고 왜 그곳으로 던지고 싶지 않겠는가... 공이 제대로 안갈뿐이지. 그에 반해 서는 자리와 팔의 위치와 공이 나가야 할 방향을 다시 잡아주고 옆에서 같이 스윙하며 템포를 잡아주는 사람은 보통 중,상급자 정도 되겠다.
진짜 고급지도자는 우선 원리를 자기 만의 방법으로 알기 쉽게 이야기해 준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볼링은 줄긋기와 같아요. 스탠딩 때 공의 위치와 목표 스팟 두 곳에 점을 찍고, 그 두 점을 지나가도록 선을 그으면 됩니다. 공은 던지는게 아니라 그 선 위에 살짝 올려 놓으면 되는 것이구요. 몸은 공이 그 선에 잘 언혀서 굴러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만 하는 겁니다" . 물론 그렇다고 초심자가 제대로 공을 던질리는 없다. 그럴때면, 전체적인 교정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첫 스텝을 반걸음만 걸으세요" ,"머리는 흔들리지 않게 유지해 주세요" 등등 실제 공의 방향과 상관 없어 보이는 포인트 렛슨들을 해주게 된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전체적으로 자세를 바르게 하여 공의 방향을 핀으로 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하는 초보자의 지도법이나, 이렇게 이 포즈를 따라해 보세요, 이렇게 스트레칭을 하고 무리한 포즈을 요구 하는 중,상급자의 트레이닝법이 아닌, 아주 상세한 이론과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는 최고급, 최상위의 수준의 교정 방법이 담겨있었다.
최소한 내가 알고 있는 한 척추 자가 교정에 관한한 최고로 친절하고 수준 높은 책이라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우리가 의자에 앉을 때 허리를 꼿꼿히 펴고 앉아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면서도 막상, 의자에 앉게 되면 무의식 중에 자세는 무너지고, 몇 시간씩 척추를 비틀어진 상태로 방치하고 만다. 그럴때 유용한 아주 간단한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 보자. 반쪽도 안되는 '이렇게 생각하고 앉아보세요' 수준의 작은 그림이었지만, 실제 나에게 크게 도움이 되고 있는 방법이기에 나름대로 설명을 더하여 풀어서 적어보도록 하겠다.
'당신에게는 긴 꼬리가 달려있습니다. 퇴화되기 이전의 굵고 긴 인간의 꼬리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의자에 앉을 때 조심해야 합니다. 엉덩이로 깔고 앉을 수 있고, 비스듬히 기대어 앉으면 꼬리뼈 쪽이 눌리고 아플 것입니다. 꼬리를 상하지 않으면서 가장 편하게 앉으려면, 허리를 펴고 꼬리를 의자 뒷 쪽으로 자연스럽게 늘어트리는 자세가 될 것입니다. 평소에 앉을 때, 꼬리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면 자세가 자연스럽게 바르게 됩니다.'
한번 해보시기 바란다. 자신에게 굵고 무겁고 긴 꼬리가 있다고 생각하면 자세가 자연스럽게 바르게 된다. 앉을 때 뿐만 아니라 걸어다닐 때도 도움이 된다.
이것은 하나의 예일 뿐이고, 책은 정말 체계적으로 이론도 제공하고 있고, 허리를 펴고 가슴을 내밀때는 앞으로 내미는 것이 아니라 45도 정도 위쪽으로 내밀어야 바른 자세가 된다는 등등... 앉는 법, 눕는 법, 걷는 법까지 초고수의 지도법으로 척추를 바르게 하고, 통증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또, 한가지를 소개하자면, 우리는 잠자리에 들때 그냥 철퍼덕 누워버리지만, 일단 눕기전 앉은 자세에서 허리와 척추를 쭈욱 펴주고 그 다음에 눕는 것이 좋다고 한다. 베게도 머리에만 베는 것이 아니라 어깨까지 같이 베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무튼, 이 책은 이렇듯 생활 속에서 척추를 교정하기 위한 이론, 그리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한 사진과 그림들을 곁들여서 너무도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주변에 허리 아픈 사람에게 읽어 보라고 권했더니 다를 같은 반응이다. '책에서 하는 이야기는 다 똑같지 뭐...' 그래서 나는 웃으며, 그래도 한번 읽어는 봐봐... 그러고 책상위에 얹어 놓고 나왔는데, 얼마후 나는 그가 열심히 탐독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런책이다. 뻔한 소리를 하고 있을 것 같지만, 실생활에 실제 상당히 도움이 되는 고수의 가르침.
자, 이글을 읽고 있는 네티즌 들이여..
당신의 꼬리는 지금 어디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기바란다. 자세가 바로 잡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