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 이라는 곳을 아는가? 라오스에 있는 아주 조용한 마을이다.

세계의 관광객들 사이에는 이미 명소로 알려진 곳이며,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꼭 가봐야 할 여행지에서 1위로 뽑힌 라오스 북서부 메콩강 유역에 위치한 아담한 마을이다.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의 여행담을 들어보면, 모두 한결같이 시간이 느리게 가는 도시라고 한다. 그것은 마을이 가진 정서적 평화로움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자연과 어울어져 있는 풍경에 딱히 급할 필요가 없는 여유로운 생활...그리고 아직까지 사람들의 정이 살아있는 곳이라는 것이 담겨있는 말일 것이다.

 <행복이 오지 않으면 만나러 가야지> 이 책은 루앙프라방의 여행기를 담은 ’포토에세이’이다.  사진과 여행수필이 함께 담겨진 책이라는 의미이다. 나는 우선 이 책에 대하여 사진과 글을 따로 이야기하고 싶다.

여행을 가서 찍는 사진중에 가장 어렵고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사진은 인물사진이다.

여행지의 풍경들은 크게 변하는 것이 아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앵글만 잘 포착하면 누구나 찍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물사진은 다르다. 사진을 많이 찍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상당한 용기가 없으면 화면에 담기 힘든게 현지인들의 정면사진이다.  전문 포토그라퍼로서 양해를 구하고 찍는 다거나, 돈을 주고 찍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사진들은 아무리 잘 찍어도 진정성이 부족한 연출 사진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최고의 인물사진은 어떻게 찍는 것일까? 그것은 신뢰에서 나오는 사진이다. 그곳에 오래 머물며 그들과 신뢰를 쌓고, 마음으로 담아내는 자연스러운 현지인들의 표정이 진짜 멋진 인물사진일 것이다.

 이 책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미소들이 가득 담겨있다. 저자가 그들과 친구가되고 신뢰받고 있음을 사진만 보고도 느낄 수 있다. 사진 하나하나 작품이다. 단지 포토에세이 속의 한 쪽에만 담아두기에는 과한 사진들이다. 그 사진 하나 하나가  루앙프라방의 시간이고, 만남이며, 삶의 표정임을 알 수 있었다.    

다음은 글이다. 
그의 글이 너무나 나의 감성에 맞았다. 단지, 국문학과 출신에 등단을 한 시인이 저자라서만은 아닐것이다. 글을 쓰는 형식이나 쥐었다가 풀어놓는 기법등이 전적으로 나의 취향이다. 나 역시 한 때 동인으로서 습작 활동을 했었기 때문에 그의 시적 감성에 쉽게 동화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최갑수’라는 이 책의 저자를 나의 전작리스트에 넣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참고로 나는 전작주의자이다^^ 마음에 드는 작가의 작품은 모두 읽거나 수집하지 않으면 못견뎌 하는 몹쓸 병자이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많은 작가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

저자는 ’루앙프라방에서 만난 산책과 위로의 시간들...’ 이라는 작은 타이틀을 건넨다.

 <스콜을 만나 처마 밑에 서서 비를 피하고 있을 때, 한 서양의 여자 여행객이 뛰어들었다. ’하이’라고 인사를 하니, 그녀도 ’하이’라고 답한다. 크래커를 한 쪽을 건네니, 듣고 있던 음악의 이어폰 한 쪽을 건네온다. 그렇게 처마밑에서 이국의 낯선 두사람이 하나의 이어폰으로 음악을 나눠 들으며 폭우 처럼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다. 그때, 현지인 아이 하나가 뛰어들어와서 다시 ’하이’ 하고 인사를 건넨다. 그러면, 두사람도 ’하이’라고 답해준다. 그리고, 셋은 함께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그리고, 스콜이 그치면 모두 굿바이라고 인사를 나누며 떠나간다. 누구도 see you again 이라고 말하지 않는다.우리는 단지 스쳐지나가는 사이였고, 우연은 그것으로 충분했으니까.> 루앙프라방을 여행하는 여행객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내용 인것 같아서 한 단원을 요약해 보았다. (내용을 요약 인용 한 것이지 절대 저자의 원문이 아니다^^)   

 이렇듯 매력적이고, 평화롭고, 시간이 느리게가는 조용한 천국 루앙프라방의 이야기가 너무나 아름답게 담긴 책이다.  "행복이 오지 않으면 만나러 가야지"는 충분히 강추 할 만하다. 사진으로서 너무나 뛰어난 작품집이고, 글로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너무나 멋진 수필집이다.

 다만, 내용 외적으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으니, 그것은 너무나 작은 활자이다.
노안이 시작되었지만, 아직 돋보기 없이 웬만한 책을 읽어내는  나로서는 도저히 읽어내기 힘든 크기였다. 처음에 책을 접했을 때는 도데체 어떻게 읽으라고 이런 활자로 책을 만들었나 황당했고 약간 화도 났다. 그러나, 돋보기를 쓰고 글을 읽어나가면서 기대 이상의 내용에 크게 만족하며 흥분했던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  다음 책에서는 제발 돋보기 없이도 좋은 내용을 감상 할 수 있도록 활자를 많이 키워주면 고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