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얽히고설킨 실타래마냥 나를 힘들게 한다.
잘 뭉쳐진 실뭉치에 실처럼 술술 잘 풀려나와 평탄하기만 하면 좋으련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만은 않은게 현실이다.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어보려고 안간힘을 다 써가며 있는 없는 성질 다 부려가며 오기를 부리다가 결국은 가위로 싹둑! 다시 매듭을 짓는다. 속이 다 시원해진다. 조그만 흔적이 남기는 하지만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나는 오늘도 골머리를 쌓고 앉아 지칠대로 지쳐버렸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선뜻나서서 행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못난 자신을 탓하며 바보처럼 한없이 답답해하기만 한다.
서른이 넘으면 자기 마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황상민 교수의 <독립연습>을 만났다. 심리적인 독립과 자유를 겁내고 있는 이 시대에 너무나 많은 어른아이를 위한 홀로서기 설명서라고 한다.
별안간 불안감이 엄습해 옴을 느낀다. 독립에 홀로서기라.. 과연 내가 가능할까.. 심리학과 교수이자 박사, 전문가인 황상민 교수는 MBC 라디오<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의 'No상담'을 맡았고 <독립연습>은 외로움과 불안감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괴로워 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따뜻한 위로와 공감대신 그들의 마음속으로 헤집고 들어가 속내를 들여다보고 '너대로 살라'며 냉정하면서도 담담한 어조로 말한다. 그렇지만 상투적인 위안보다는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기에 냉정하다 느끼기보다 그의 일침과 '나'를 먼저 찾으라는 이야기에 공감이 가고 속이 다 시원한게 고맙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인간관계에서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고민을 하며 살아갈 필요는 없다고 한다.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며 중요한 것은 내 시선, 내 생각이라고 말이다. 올바른 인간 관계 형성을 위해 '나'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먼저 필요하다.
또한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을 가면 속에 감출 필요도 없다고 한다. 강박증처럼 착한사람처럼 살아야 한다고 느끼며 살아가는 나에게 큰 일침을 되기도 한 내용이다.
나를 알아 내 정체성을 깨닫는 일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 말한다. 정체성이 확고한 사람은 세상의 변화에 흔들리더라도 자기가 나아갈 방향을 잃지 않으며 어떤 삶을 살게 될지도 알 수 있다.
'나'를 잘 모르는 탓에 어떤 사람을 배우자로 찾아야 할지 뚜렷한 기준이 없을 수 밖에 없다.
행복한 결혼 생활에 필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두 사람 사이에 정서적 공감이다.
"나는 네가 아니고, 너도 내가 아니다" 이 사실만 인정한다면 간단한 일이라고 한다. 행복은 거저 얻어 지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p177) 부부는 분명 각자 다른 두 사람이다. 그러므로 일심동체라는 통념을 내걸고 상대방을 나에게 맞추려 해서는 안 된다. 솔직히 자기 자신조차 마음대로 바꾸기 어렵지 않은가. 나를 바꿀 수 없듯 상대방도 바꿀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나에게 맞춰 바꾸려 하지 말고 나와 다른 점을 이해하고 아픔에 공감해줘야 한다. 사랑은 온전히 독립한 두 사람이 나란히 함께할 때 아름답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나, 있는 그대로의 나다. 나를 감추고 억누르며 살아온 지금까지의 나를 향해 과감히 '노'라고 외쳐야 한다.
인간관계와 삶과 사랑에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손길대신 냉철하고 현실적인 조언과 처방을 내려주는 황상민 교수의 <독립연습>은 그동안 내가 착각하고 살아온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준 고마운 책이라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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