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2013년 4월) 서유요원전 대당편 10권이 완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잊고 있었던 [서유요원전] 구매를 다시 시작하였다. 7권까지 소장하고 있었으니, 3권을 연달아 읽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셈이고, 7권을 읽은지 한참이라 내용이 가물가물할까 걱정도 되었다만, 원체 내용이 잘 요약된 소제목들이 붙어 있어서, 1~7권의 소제목만 한번 다시 읽어봐도 이야기를 이어 읽는 데에는 크게 무리가 없었다.

잠깐 서유요원전의 소원만 들은 분들을 위해 소개하자면...

일단 모로호시 다이지로를 처음 접하신 분들은 일단 그의 독특한 화풍에 눈이 익숙해질 필요가 있을 듯하다. 데즈카 오사무가 극찬한 그림 실력이지만, 그 독특함이 기존 일본만화의 캐릭터 화풍에 익숙해진 젊은 독자들에게는 다소 시간이 필요한 화풍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각권은 400여페이지 내외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으며, 애니북스에서 출간된 작품이니만큼 권당가격은 정가기준으로 11,000원으로 다소 부담이 되는 금액이지만, 왠만한 쉽게 읽히는 소설 못지 않은 리딩시간을 감안한다면, 가격도 다른 작품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진다.

8권을 기존 등장인물들의 여정과 새로운 등장인물들로 정리해보자면...

대략 감주 근처까지 오는 여정에서 저팔계, 도정과 떨어지게 된 손오공과 현장은 오아시스에서 넋이 나간듯한 주민의 습격을 받았다가 만나게 된 수수께끼의 소녀 일승금과 그녀를 돌보고 있는 진씨 일가에게 신세를 지게 된다. 먼저 감주로 도착한 저팔계는 장안으로 돌아가기 위해 현장 행세를 한다.

일승금의 친모인 백골부인의 동굴에서 위기에 빠지는 현장. 뭔가 숨기는 것이 있지만 오공을 선망하는 일승금. 현장을 쫓고 있는 홍해아는 여도적 나찰녀와 재면한다.

우여곡절 끝에 백골부인의 마수에서 벗어난 오공과 현장 일행은 팔계와 다시 동행하게 되고, 여정에 일승금도 함께하게 된다. 골짜기에서 도인 석역거사의 신세를 지게 되는데, 도마뱀을 조정하는 술법을 부리는 이 거사 또한 음흉한 속셈을 감추고 있다.

오공과 함께 하고 싶어하는 홍해아는 현장을 잡아 죽이고 싶어하고...

선대 나찰녀였던 백골부인이 무력하게 느껴지는 카리스마 나찰녀 또한 오공과 붙어보길 즐긴다. 소녀 일승금이 오공을 흠모하고 있는데다,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무고의 위력 또한 대단한지라 일승금과 석역거사의 무고간의 대결을 앞두고 있는 9권의 전개 또한 기대된다.

그러고 보면 이번 8권에서는 아쉽게도 통비공이 한 컷도 등장하지 않는다.

따뜻한 햇살에서의 내일을 꿈꾸게 만드는 이 책은 88세의 슈이치와 85세의 히데코씨의 평범한 듯 평범하지만은 않은 전원생활을 소개한다. 네이버 오늘의 책에 소개되기도 했었는데, 두 사람이 사는 츠바타 하우스는 열려 있는 느낌이어서 독자들을 친숙하게 공간으로 끌어들인다.

슈이치 영감님은 건축가였고 꼼꼼하고, 요트에 빠져 젊은 시절은 요트여행에 많은 시간을 보냈었고, 은퇴 후에는 나름의 꼼꼼함을 바탕으로 츠바타 하우스를 꾸미신다.

전업주부이자 부잣님 따님이었고, 부부의 남녀역할에 대해서는 나이만큼의 사고를 확신하고 계신 히데코 할머니는 요리 솜씨가 뛰어나고 좋은 그릇 모으는 걸 즐겨하신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나이를 잊은 듯 여백을 만들며 채워가는 전원생활을 하는 노부부의 이야기가,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을 대리만족시켜주고, 팍팍한 도시생활에 지친 독자들에게 쉬어갈 수 있는 휴식을 선물한다.

슈이치 영감님의 꼼꼼한 메모들, 히데코 할머니의 훌륭한 레시피까지 더해져서, 이 책은 비슷한 류의 책들에서 하나씩 더한 것들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 준다.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동안 츠바타 하우스의 생활을 소개해주는 이 책은 다른 한 편으로는, 바로 내가 이런 전원생활을 꿈꾸려면 현실적으로 이런저런 부족함들을 생각하게 되어 씁쓸해지기도 한다. 현재는 연금만으로 생활하고 계신다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부지에, 건축가로서의 커리어까지 더해졌기에 소개된 츠바타 하우스가 가능했을 듯.

더 중요한 건 일단 시작하고 보는 마음의 움직임이겠지만 말이다.

이 구절을 옮겨적고 있는 나는... 그저 가사일을 돕기 싫어하는 평범한 남편이로소이다.

여러번 언급되는 슈이치 영감님이 존경하는 건축가 안토닌 레이몬드는 군마아트센터를 설계했고, 일본 가구의 예술가라는 조지 나카시마에게도 많은 영향을 준 유명한 건축가이다.

540여페이지의 만만치 않은 분량을 자랑하는 이 소설은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의 저자이자, 이후 [신의 달력]으로 만만치 않은 필력을 자랑한 장용민 작가의 최근작이다.

[건축무한...]은 공저로 알고 있는데, 현재 인터넷에 소개된 정보로는 대부분 장용민 작가 이름만 들어가 있다.

수백년의 역사를 거쳐오면서, 세계경제와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음모집단(흔히 프리메이슨 등으로 회자되는), 그들의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라는 소재로 시작하여, 과거의 기억을 모조리 기억해야 하는 과잉기억증후군, 미래를 기억하듯 떠올리는 궁국의 아이, 악마개구리 집단, CIA, 911 사태 등 흥미로운 소재들을 잘 펼쳐놓은 작품이다.

5건의 복수극을 10년전에 계획해놓은 '궁극의 아이' 신가야만 한국인이고,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다 외국인이다. 영화화하기 좋게 적절한 교차편집과 9.11 회상장면, 후반부 중.일 해상대치장면과 같은 스케일 큰 장면들을 잘 엮어놓았다.

아쉬운 것은, 흥미로운 소재를 끌고 가는 이야기의 힘과 당위성인데, 잘 읽히긴 하지만 동조하여 공감하며 몰입하기에는 다소 힘이 딸리는 듯하다. 거구의 앨리스가 후반부 쫓기는 장면들은 몇몇 구절에서 힘들다는 언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부에서 자기 체구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이미지가 너무 커서인지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미래를 기억하는 특별한 능력 자체가 아슬아슬하게 모순선을 타고 있어서 펼쳐진 조각을 맞추는 식의 전개에서 다소 위험요인으로 느껴진다.

독자의 흥미를 끌 만한 다양한 소재와 적지 않은 분량을 끌어가는 이야기의 힘으로 봤을 때, 장용민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작가이다. '장르문학'이라는 틀을 넘나들면서 더 좋은 작품을 내어놓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