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티엔터테인먼트 소속 걸스데이의 정규 1집이 발매되었다. 2010년 데뷔로 나와있으니, EP나 미니앨범 위주로 발매되는 요즘 음반시장의 형태를 감안하더라도 정규앨범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방송에서 얼굴을 많이 보았던 눈웃음이 트레이드마크인 민아양이 리더인 줄 알았는데, 리더는 소진양이더라.

잘나가다 왕따설과 멤버탈퇴로 한 순간 추락해버린 티아라처럼, 걸스데이도 정규 앨범이 나오는 시점에서 작년 10월 멤버 지해가 개인적인 사유로 탈퇴한 배경으로 불화설과 왕따설이 제기되어서 이슈가 되고 있는데,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

타이틀곡은 "기대해"라는 곡으로 멜빵을 이용한 섹시한 안무가 인상적인 곡이다. 기존에는 귀여운 이미지의 곡들이 많아서 나름 정규 1집을 발매하는 시점에서 이미지 변신을 꾀한 듯 하다.

타이틀곡보다는 이미 EP 앨범으로 소개되어 귀에 익숙한 곡들이 일단 더 귀에 들어온다. "반짝반짝","한번만 안아줘"를 포함한 앨범의 반 정도의 곡이 VOS와 쥬얼리의 곡을 만들어온 남기상의 곡이다.

전반적인 곡의 사운드는 과잉이라고 생각될만큼 꽉 찬 사운드에 인위적인 이펙트가 많이 들어가서 귀엽고 신나는 곡이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라던가, 여백의 여운은 아쉬운 편이다.

정규앨범의 컨셉이 섹시라고 하지만, 타이틀곡 "기대해"도 이전 걸스데이곡처럼 귀여운 느낌의 후크송이며, 발라드곡과 인트로 성격의 곡이 포함되어 앨범을 구성하고 있지만, 다른 걸그룹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걸스데이만의 색깔을 보여주기에는 다소 부족하지 않나 생각된다.

하지만 앨범 전체를 차례차례 들어도, 흥이 가시지 않는 멜로디와 귀에 감기는 후크 가사들은 이지 리스닝에는 부족함이 없다.

김인권이라는 배우가 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코믹연기로 알아보는 배우다만, 99년, 2000년만 해도 그는 충무로의 기대주였다.(뭐, 주관적인 평가다만...) 박종원 감독의 [송어]와, 예고편으로 장동건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높였다가 떨어졌던 유영식 감독의 비운의 [아나키스트] 2편으로 당시의 영화팬들에게 눈도장을 꽉 찍어놓았던 그가 적지 않은 시간동안은 맛깔나는 조연연기로 한발 물러났다가 [해운대]의 동춘 역할과 주연을 맡은 육상효의 [방가?방가!] 두 편으로 부각되기 시작해서, 광고에서 다소 이미지를 소모하는 느낌이다가, [퀵]에서 한걸음 물러서는 듯 했으나, 다시 육상효 감독과 만난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에서 원탑의 가능성을 한 번 더 보여주었다.

[강철대오]를 보면서 생각해보았다. 작품만 잘 만난다면, 김인권, 한국의 주성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차기작은 이경규가 제작하고 이종필이 연출하는 [전국노래자랑]이라는 작품이다.

이 후 몇몇 작품이 배우 김인권이 한국영화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지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점이 될 것 같다.

영화 [강철대오]는 [방가?방가!]의 웃음에 더한 감동을 보여준다. 페이소스가 묻어나오는 캐릭터라이징을 보여주는데, 과장된 부분의 부담감은 그런 페이소스로 덜어준다. 그리고 독립영화의 히로인 [혜화,동]의 유아인과 [건축학개론] 한편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해서 이제 주연급 배우로 성장한 조정석이 김인권의 옆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80년대 미문화원 점거 농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대오(김인권)의 사랑 이야기이다. 그리고 청춘은, 아직 청춘이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나이가 되면 되돌아보는 청춘은 늘 이렇게 아련하고 기분 좋은 간지러운 느낌을 전해주는가보다.

모든 영화가 무거울 필요는 없고, 모든 배우가 진지하고, 무게 잡고 있을 필요는 없다.

김인권이라는 배우는 그 즐거운 가벼움을, 작품만 잘 만나면 균형감 있게 보여 줄 수 있지 않으려나.

씨네 21의 기사를 보고 나니, 몇 가지 추측은 단지 '개인적인' 것은 아니었다. 프랑수와 오종이 직접 "리자가 아기의 이름을 짓게 되는데 이야기 전체가 모두 리자의 상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_- 막상 그렇게 풀어버리니 이 작품은 오히려 싱거워져버린다.

'날개'로 표현되는 욕망이 리키의 것이 아니라 리자의 것이 투영된 게 아닐까라는 추측. 그리고 첫 장면과 이어지는 장면 사이의 시점의 애매모호함, 그리고 엔딩의 임신한 케이티를 보면, 역시 이 모든 건 리자의 상상일 수도 있다는 정도의 결론은 나올 수 있겠다.

실마리는 리자가 먹는 닭날개를 닮은 리키의 날개, 리자의 아기인형, 리키를 앞에 두고 하는 리자의 혼잣말 정도가 되려나 :) 

'변화'는 '기존의 위치'에 대해 위협을 가하기 마련이고, 프랑수와 오종은 그런 '변화'의 위협 앞에서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려는 듯 했다.

단지 그러하였다. 단순한 '가족영화'는 당연히 아니었고, 그렇다고 기존의 오종이 보여주었던 강한 느낌을 전해받기는 힘들었다. 전작들에서 주로 자극적인 소재들이 보여져서일까?

뭔가 위협감을 느끼게 하는 배경곡은 엔딩 크레딧까지 꽤나 귀를 자극하였다.

원작은 로즈 트레멘의 단편소설 [나방 Moth]이며 프랑수와 오종 감독은 원작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가족의 균형이 흔들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에 끌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