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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수첩의 댄 브라운 책들은 표지나 판본이 늘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겠지만, 난 열린책들의 판본이 좋다.

댄 브라운 정도로 팔리는 작가라면 페이퍼북과 양장으로 나누어서 출간해도 수지타산이 맞을 듯한데...

단테의 [신곡]을 소재로 하고 있다. 총상을 입은 채 병원을 찾은 랭던은 최근의 기억을 잃은 상태이고, 천재소녀였던 여의사 시에나와 함께 단테의 [신곡]과 관련된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댄 브라운의 책을 읽고 있자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나처럼 적극적인 여행에는 소극적인 사람조차도, 소설의 배경이 되는 그 공간(피렌체,베네치아)을 한번쯤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관광대사 자리라도 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같이 해 본다)

댄 브라운의 서술트릭에 100페이지정도를 완전히 방심한 상태에서 속아버렸다. 아, 흐뭇해할 작가의 모습을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하지만, 이런 잘 짜여진 얼개의 트릭에 속는 것은 한편으로는 유쾌한 경험이기도 하다.

아쉬운 점은 트릭의 틀을 풀고 나서 급격하게 긴장감이 떨어져버린다는 점이다. 댄 브라운의 이전 작품에서도 종종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고, 어드벤처 스릴러물의 특성상 피하기 힘든 결말의 공허함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또한 그런 이유로, 로버트 랭던의 다음 모험은 늘 기대하게 되기도 한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 나은 인류가 되기 위해서는 그 기회를 갖기 전에 인류를 벼랑으로 몰 급격한 인구증가를 억제해야 한다라는 전제를 두고, 인류의 1/3 을 줄여버릴 제 2의 흑사병 바이러스를 유포할 계획을 준비해놓고, 당사자는 자살을 한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이스탄불에서의 하이라이트 씬에서 이미 유출되어 버린 바이러스에 대한 방역정책으로 폐쇄를 고려하고 있는 등장인물이나, 바이러스의 정체가 밝여진 뒤 오히려 덤덤한 엘리자베스의 반응을 보자면 작가 댄 브라운의 입장이 모호하다.

점진적으로, 그리고 영구적으로 인류의 1/3을 줄여나갈 벡터 바이러스에 대한 해결책은 남겨둔 채 랭던의 이번 모험은 끝이 난다.

 

"그게 무슨 황당한 이야기예요. 살인마를 만드는 바이러스라니."

부부작가 박하와 우주의 [나는 어제 나를 죽였다]는 외상후 증후군을 겪고 있는 10명의 범죄피해자들이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30일간의 치료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조디악 바이러스라는 살인자가 되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폐쇄된 공간, '피해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은 범죄소설에서 자주 다루어지는 소재이다.

작가(들)는 거기에 조디악 바이러스 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바이러스 설정과, 누군가의 미래와 징조를 보는 역시 비현실적인 능력을 소재로 사용한다. 이제 관건은 '본격' 류의 트릭이 아니라, 비현실적인 소재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독자에게 다가가게 끌어내리는가에 있다.

이하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독자를 납득시키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다. 의뭉스러움을 안고, 마지막 몇십페이지를 남긴 곳까지 포기하지 않고 읽고 나서야 작가가 마련한 트릭의 덫에 걸려버렸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쉬운 건, 속고 난 기분이 감탄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위치를 이용한 일종의 폭력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분명 트릭과 반전만을 놓고 봤을 때에는 읽을만한 작품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해볼 때 이 납득할 수 있는 결말에 닿기 전에 대부분의 독자들은 책장을 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놀라운 반전을 마련해두었다면, 그 반전까지 독자를 끌고 갈 필력과 이야기의 치밀함, 그리고 그럴듯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부부작가 박하와 우주의 다음 작품에서는 그런 부족한 설득력(다르게 말하면 독자에 대한 친절함)이 보완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