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라고 하면 아직도 [패닉]을 먼저 생각하게 되지만, 이미 6장의 정규앨범을 낸 솔로로도 중견랩퍼의 위치에 있다. 4집에서 5집까지의 갭과 이번 6집까지의 갭을 보면 김진표는 레이서로, 진행자로, 또 포토그래퍼로도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앨범 또한 라이머와 공동 프로듀싱까지 맡고 있으며, 앨범 자켓 사진도 김진표의 작품이라고 한다.
이번 앨범도 다양한 목소리들이 피쳐링하고 있는데, 기존 앨범보다 대중적인 지명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그 다양함은 더 눈이 가는 리스트였다. 앨범 수록곡 리스트를 보면서 바로 김형중, 임창정, 조유진에 제이레빗의 이름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아저씨 ... 상큼한 제이레빗의 목소리로 시작되는 곡. 너와 나의 나이차이가 소주와 우유 사이이지만, 가슴이 두근두근한 연하 여친과 막 시작하려는 아저씨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가사가 재미있는 곡이다.
왜 그랬어 ... 체리필터의 조유진의 시원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마이너 분위기의 곡.
가지말 걸 그랬어 ... 옛 연인의 결혼식장에 간 남자의 자조적인 읊조림. 왠지 찌질해지는 이런 가사는 헤어진 기억을 가진 남자의 정신건강에는 좋지 않을 듯 하다. 리얼콜라보 소속의 주영의 감미로운 목소리 탓에 더 감정이입하게 되는 곡이다.
내 여자친구는 슈퍼스타 ... 김형중의 목소리가 너무 매력적인 곡이다.
이를 닦았나 ... 이번 앨범에서 가장 신나고 귀에 발리는 전개가 돋보이는 곡
어쩌라고 ... 패닉 2집에 수록되어 있던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했던 앨범의 좋아했던 곡인 [냄새]가 샘플링 되어 있다.
다양한 가수들의 피쳐링과 다양한 분위기의 곡의 구성력이 돋보이는 앨범이었지만, 김진표의 가사들은 왠지 20대 초중반의 정서에서 멈춰 있는 듯 해서 다소 아쉬웠다.(순전히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다)
패닉 2집 시절의 흡인력이나 노바소닉 시절의 화끈함보다는, 적당히 대중적이면서도 적당히 중견랩퍼의 과잉이 믹스된 이번 앨범은 듣기에는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나만의 '불후의' 명반이 되기에는 아쉬운 앨범이었다.
김진표는 인터뷰에서 아직도 사람들이 김진표의 음악을 찾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 번도 피크를 찍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라는 답변을 하며, 피크가 자신의 목표도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그리고 패닉 앨범 작업 중에는 4집이 제일 안 즐거워서 5집이 조금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개인적으로는 패닉 작업이 더 기다려졌는데,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