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꽃은 투자다. 장차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위해 현재 자금을 지출하는 것이 투자다. 통속적으로는 개인이나 기업이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을 구입하는 것을 투자라 하지만 이것은 자산 소유자의 교체를 의미할 뿐, 사회 전체로서는 아무것도 추가된 것은 없는 투자다. 이것이 바로 개인이 이윤을 위해 행하는 투자의 한계다. 기업의 설비투자나, 정부의 공공적 투자와는 달리 개인의 투자는 사회에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사회책임투자(Social Responsible Investing)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사회책임투자는 투자의 요소로 개인의 이윤 이외에도 사회와 환경을 고려한다. 즉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인권, 환경, 노동, 지역사회 공헌도 등 다양한 사회적 성과를 잣대로 기업에 투자하는 금융 활동을 뜻한다. 일예로 환경오염 기업이나 핵무기 관련기업 등과 같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기업의 주식을 투자대상에서 배제하는 투자를 함으로써 사회 해악적 기업이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사회책임투자(SRI)의 대표적인 방식이다. 사회책임투자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투자 개념으로, 미국의 경우 전체 펀드 시장의 12.5%를 SRI펀드가 차지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사회책임투자(SRI) 성격의 펀드는 지난 2001년 8월부터 발매된 삼성투신운용의 '에코펀드'라 할 수 있는데, 이 상품은 운용사나 판매사의 수입중 일부를 환경단체 지원기금으로 적립하는 식이었다.

< 사회책임투자: 세계적 혁명>은 사회책임투자의 전반적인 면을 다루는 책이다. 저자인 영국 교회 지도자이자 사회책임투자 전문가인 러셀 스팍스는 사회책임투자의 정의에서부터 전 세계적으로 퍼져 가고 있는 사회책임투자가 어떻게 미국과 영국에서 주류시장으로 진입하게 되었는지를 구체적 사실에 주목하여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의 대표 저서인 < 윤리적 투자가>(The Ethical Investor, HarperCollins, 1994)는 사회책임투자를 다룬 권위 있는 최초의 전문서이기도 하다. 이번 저서는 단일 펀드에 주목하기보다 미국과 영국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실에 근거해 지난 수년 동안 사회책임투자 분야에서 일어난 주요 변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아울러 사회책임투자의 시작, 투자자들의 프로필, 적격심사 실행과정, 환경적 위험, 투자수익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한다. 또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책임투자의 올바른 방향과 최근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한국 주식시장이 폭발적인 활황을 겪고 있다. 종합지수 2000을 돌파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여러가지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 주식투자는 필수라는 베이비붐 세대의 인식, 실물경기 호전 등이 원인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원인은 엄청난 유동성이다. 부동산 투자 매력이 사라지면서 갈 곳을 잃은 돈이 많아졌고 이 돈이 펀드로 흘러든 것이다. 적금을 들듯 펀드에 가입하는 건 이제 대세고 기본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만약 어린 자녀의 대학 학자금을 위해 투자된 돈이 카지노, 포르노, 고리대금에 투자되고 있다면 과연 옳은 투자일까? 그저 수익률만 높다면 어느 곳에 어떻게 투자되든 상관없는 걸까?

사회책임투자는 이 같은 고민의 대안으로 서구에서 떠오른 개념이다. 투자 종목을 고를 때 재무성과뿐 아니라 환경과 사회에 대한 공헌 등 해당 기업의 다양한 사회적 성과를 비중 있게 고려하는 중장기적인 관점의 투자방식이다. 즉 수익을 내서 돈을 버는 데서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돈도 벌고 좋은 세상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는 투자방식이다. 저자는 그동안 나와 있는 사회책임투자 관련서들이 개인투자가들을 위한 것이었음을 지적하고, 사회책임투자는 연금 관련 종사자들, 자선기금 운용자들, 기업경영자들이 모두 알아야 할 분야가 되었음을 지적한다. 그래서 단일 펀드에 주목하기보다는 미국이나 영국에서 일어난 여러 사실들에 근거하여 체계적으로 특정 주제들을 다루고, 사회책임투자의 역사와 벌전과정, 대표적인 사회책임투자 수익증권들과 뮤추얼펀드에 대해서 언급한다.

한 시대의 밑그림을 그려주는 책이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화두는 `자유'다. 이른바 우파는 시장의 자유를 주장하고, 좌파는 사회적 시민적 자유를 주장한다.

밀턴 프리드먼은 이 양대축의 하나인 시장자유주의의 교조(敎祖)다. 교조라는 말에는 존경과 빈정거림이 함께 있는 게 사실이다. 프리드먼은 시장의 측면에서는 존경을 시민파들에게는 빈정거림을 받는 존재다. 산업화 이후 인간의 역사에서 밀턴 프리드먼은 바로 그 자리에 존재한다.

1970년대초 경제학의 정권교체가 서서히 전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시카고 보이'들이 나타나 철옹성 같았던 케인즈 학파를 벼랑으로 밀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과 경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개입을 주장한 케인즈 학파에 맞서 정부의 시장 개입에 반대하고 개인과 시장의 역할을 주장한 시카고 보이의 핵심에는 밀턴 프리드먼이 있었다.

프리드먼이 1962년 `자본주의와 자유'(Capitalism and Freedom)라는 저서를 출간했을때 언론과 학계는 `매우 극단적인' 혹은 `매우 도전적인'이라는 수식어를 써가며 프리드먼의 주장을 다소 위험한 것으로 몰아세웠다. 그러나 프리드먼이 승리를 거두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60년대 후반 케인즈의 경제정책이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이라는 프리드먼의 예측이 맞아떨어지면서 시카고 보이의 반란은 시작됐다. 이후 1971년 미국정부는 케인즈 이론의 한계를 깨닫고 프리드먼의 주장대로 고정환율제를 폐지했으며, 1973년에는 징병제를 폐지했다. 1976년 프리드먼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며 정권교체를 전세계에 확인시켰다. 1980년대에는 미국의 레이건과 영국의 대처가 프리드먼의 경제이론을 시금석으로 경제정책을 펼쳤고, 1990년대 들어 국가의 속박을 벗어난 글로벌 거대기업이 경제의 핵심 주체가 되면서 `시카고 보이'의 이론은 명실상부한 주류로 등극했다.

물론 케인즈 학파와 시카고 보이의 학문적 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정부, 연금제도 개혁,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 보장, 지적재산권 확립 등 오늘날 자본주의 국가들이 절대적 과제로 외쳐대는 주장들을 보면 지금이 시카고 보이의 시대인것 만은 분명하다.

최근 밀턴 프리드먼의 기념비적 저작인 `자본주의와 자유'가 새롭게 출간됐다. 프리드먼은 44년전에 이미 통화정책, 국제무역, 재정정책, 교육제도, 차별, 독점, 소득분배, 사회복지, 빈곤의 완화 등 주요쟁점들에 대한 매우 현실적 대안을 내놓고 있다. 지금의 세계에 그대로 대입시켜도 될 만큼 현재적이어서 놀랍다.

책 곳곳에서는 프리드먼이 책을 쓰면서 케인즈를 겨냥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들이 발견된다.

조세수입 대비 정부 지출의 증가가 필연적으로 경기를 팽창시키고, 정부지출의 감소가 경기를 후퇴시킨다는 케인즈의 주장을 반박할때는 `조잡한 학설' `단순한 이론' `겉치례'라는 극단적 표현을 써가며 폭격을 퍼붓는다.

통화에 대한 국가개입을 언급할때는 "목표를 자체적으로 달성하는데 필요한 명백하고도 직접적인 힘을 통화당국이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적 지령을 내린다면 이것은 잘못된 준칙"이라고 일갈한다.

기업 및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기업독점이든 노동독점이든 독점을 지원하는 제도들을 폐지하고 양쪽 모두에 재산 파괴나 개인활동 침해에 대한 법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득분배를 이야기할때는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통계수치의 특성과 장기 불평등과 단기 불평등을 구별하지 않는 점이 평등에대한 오해를 가중시켰다"고 비판한다.

농업지원, 노령연금, 최저임금법, 노동법을 논하면서는 "가난한 사람이 농부라면 그 사람이 농부이기때문이 아니라 가난하기때문에 도와야 한다. 정책은 사람을 돕는 것이어야지 맹목적으로 특정 집단을 돕는 것으로 변질되어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가한다.

프리드먼의 주장이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그의 주장이 현대 시장자본주의의 밑그림을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어느 누구도 평등주의자인 동시에 자유주의자가 될 수는 없다"고 단호히 말했던 프리드먼의 책은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뼈대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