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콩고강 남쪽 끝의 낮은 저지대에 가면 피그미 침팬지(Pygmy chimpanzee)라고도 불리는 보노보(bonobo)들이 산다. 몸길이 70∼82㎝, 몸무게 30∼40㎏ 정도인 이들은 1929년에 처음 발견되었다. 처음에는 침팬지의 한 아종으로 받아들여졌지만 1933년 독립된 종으로 분류되었다.

언뜻 보면 침팬지하고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침팬지들에 비해 다리가 길고, 어깨와 가슴 폭이 좁으며, 머리털이 길고 양쪽으로 갈라진다.

보노보가 침팬지와 다른 건 외모만이 아니다. 인류와 가장 가까운 사촌들인 침팬지와 보노보, 이 두 종의 영장류의 사회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 사촌이기는 하되 사는 방식은 너무나 다른 것.

침팬지가 폭력적인 방식으로 사회를 구성한다면 보노보 침팬지는 섹스를 바탕으로 한 화합적인 사회를 구성해 살아간다. 제인 구달 이후 침팬지가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잔인한 영장류인 사실은 이미 드러났다.

하지만 보노보 침팬지는 폭력보다는 평등한 섹스를 통해 사회적인 긴장을 해소하고 폭력을 피한다. 침팬지와는 다른 방식의 소통을 하는 것이다.

최근 출간된 <보노보 혁명>은 한국을 비롯한 자본주의의 생리를 침팬지의 생리와 가깝다고 가정하고 폭력과 승자독식이 아닌 보노보적 문화를 만들자는 일종의 제언서처럼 읽힌다.

사실 우리는 승자 독식이라는 자본주의의 생리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다소간의 불만이 있더라도 자본주의에 사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른 방식의 경제운용이나 기업운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행복과 공존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다른 방식이 분명히 있다는 주장들이다.

이 책도 그런 범주에 속하는 책이다. 이 책은 그 사례로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사랑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보노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윤 극대화를 최선으로 생각하던 기업 및 기업가들이 보노보가 되어 무한 경쟁으로 생겨난 사회적 빈틈을 메우며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회적 약자들에게 자활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이 침팬지에 가깝다고 쉽게 받아들이는 것은 오산이라고 말한다. 그같은 억지 속에서 점점 자본주의는 폭력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의 내면에 숨은 보노보적 속성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침팬지가 인간의 공격적 본성의 뿌리로 지목되었다면, 보노보는 인간의 또 다른 특성인 공감(共感) 능력을 대표한다는 것. 침팬지가 우리에게 씌워진 악마의 얼굴이라면 보노보는 천사의 얼굴이다. 사실 세계화라는 화두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경제는 오로지 ‘침팬지적 속성’에 주목해왔다. 그리고 그 폐해는 숨겨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다른 방식의 가능성을 찾아 고민을 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그 고민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준다.

생물학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깝다는 두 종의 동물 침팬지와 보노보.

인간이 과연 두 종의 어떤 측면을 발달 시켜야 할지 생각할 때가 아닌가 싶다.

경제에 대한 오해가 많다. 경제에 대한 대부분의 오해는 경제를 통시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사실 지금 현상태의 경제는 그동안 숱하게 쌓여온 여러가지 요인들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누구 한 명이 어느날 갑자기 경제를 망쳤다느니 하는 말들은 어리석은 오류다.

지금의 한국경제는 그렇다면 어떤 과정들을 거치며 진화해온 결과물일까. 저자 이원재는 지금까지의 한국경제는 하이에나식 생존법으로 꾸려져 왔다고 단언한다. 따라서 지금 한국경제의 문제는 하이에나식 사고와 시스템을 버려야 해결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하이에나는 어떤 동물인가. 일반적으로 ‘초원의 청소부’라는 불리는 하이에나의 생존 방식은 단순하다. 홀로 사냥하는 표범의 결과물을 떼지어 몰려가 위협한 뒤 사냥감을 빼앗는 것이다. 만만치 않은 상대인 사자에게는 그들이 먹다 남긴 먹잇감을 얻는다. 하이에나에겐 누가 사냥을 했는지, 누가 싸움에서 이긴 건지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뿐. 하이에나에겐 승리를 위한 전투력이나 사냥감을 잘 찾아내는 예지력도 필요치 않다. 누가, 어디서 사냥감을 잡았는지 알아내는 정보력만 있으면 바로 그곳으로 달려간다. 저자는 한국경제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곧 하이에나의 습성과 일치한다고 말한다. 보호무역이라는 초원에서 외국 기업들이 이미 생산해 놓은 제품을 모방해 싼 값으로 시장에 내다 팔아서 생산성을 유지한 것이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남들이 성공한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며 살았다. 창조적인 공부가 아닌 남들이 해온 공부를 그대로 따라했고 남들이 다 보는 시험을 거쳐 대학에 들어가고 보기 좋은 대기업이나 정부기관에 취직하거나, 의사나 변호사처럼 전문가가 되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안도했다. 그런식으로 국가의 부와 개인의 부가 부풀려졌고, 그 과정에서 창조적이거나 독창적인 경제는 구축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다른 하이에나들이 들끓기 시작했고 남의 것을 훔쳐 먹기에는 덩치도 너무 커졌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계속 부를 유지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살기 힘들다거나 경제가 너무 어려워졌다는 불평 속에는 과거 하이에나식 경제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제 하이에나식 안정은 불가능하다. 심지어 박정희 시대를 그리워하는 신드롬이 일어나고 있다. 그들에게 저자는 묻는다. “국민소득 1천 달러 시대에 가능했던 경제성장이,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육박하는 지금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냐?”고, “사람이 존중받지 못하고 실험과 상상력이 억압당하는 그 시대로 정말 되돌아가고 싶냐?”고. 저자는 새로운 시대를 이끄는 동력을 창조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더 이상 하이에나가 아닌 주인이 되라는 주문이다.

저자는 국가와 개인에게 이렇게 주문한다. 국가는 사람에게 집중 투자해 창조적 인재를 양성하며 개개인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이나 성장률보다는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경제를 재편해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일을 벌였다가 실패의 아픔을 겪은 사람이 재기하도록, 단단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은 하이에나 시대처럼 정해준 룰에 따라 안전한 곳만을 찾아 살아가기보다는, 새로운 시대에 맞게 창조적 상상력으로 무장하고 모험을 즐기는 인생에 투신해야 한다. 안정된 직업만을 쫓는 고시공부를 걷어치우고, 다시 벤처 창업에 도전하라. 속한 조직에서 뛰쳐나와 제2의 인생, 제3의 인생을 개척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현재는 과거의 누적이고, 미래는 현재의 누적이다. 돌연변이나 기적은 현실에서는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오늘 한 선택이 우리의 내일을 바꾼다. 오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라. 그리고 돌파하라. 그게 새로운 한국 경제 성장의 원리이고 생존의 법칙이다.

예리한 판단과 기획으로 수립된 다음 검증절차까지 거친 위대한 전략도 때로는 실패할때가 있다. 90년대 초반 휘청거리기 시작한 소니가 그랬다.
1993년 소니는 세간의 화제를 끌며 미니디스크를 시장에 내 놓았다. 물론 엄청난 홍보와 광고를 했음은 물론이다. 시장에서도 미니디스크가 워크맨 오디오 카세트 플레이어를 밀어내고 소니에게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애플의 아이팟을 필두로 쏟아져 나온 디지털 휴대 음악 장비들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미니디스크는 갈 곳을 잃었다.

애플의 아이팟은 개발초기 문제점이 너무 많은 발명품이었다. 아이팟은 어떤 음반 회사의 지원도 받지 못한 폐쇄형 하드웨어였다. 게다가 활용성에 비해 너무 가격이 비싸다는 평이 많았다. 아이팟의 실패는 뻔한 일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새로운 음반 산업 생태계에서애플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위대한 전략의 함정>을 쓴 마이클 레이너는 결과가 이렇게 나타났다고 해서 애플의 전략이 소니의 전략보다 훌륭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소니는 소비자를 분석했고, 성장 가능성 있는 시장을 파악했으며, 최첨단 제품을 개발했고, 계획을 실수 없이 실행한 데다, 경쟁자의 대응책을 관찰하여 철저히 대처했다. 소니의 실패는 잘못된 전략의 결과가 아니었다. 레이너는 “오히려 너무 잘 세운 전략이 소니에게 불행을 가져다 주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소니의 예를 통해 아무리 기획을 잘하고 조심스레 전략을 세워 완벽하게 실행하더라도 언제든 전략 패러독스로 인해 실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니는 무슨 실수를 한 것일까. 소니는 성공 전략을 세우는데만 급급한 나머지 전략적 불확실성을 통제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소니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악재에 대비하는 데 게을렀던 것이다. 아무리 완벽한 전략이라고 해도 그 전략이 실패했을 때에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한다. 소니는 그점을 간과한 것이다. 레이너는 전략 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여 미리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래 상황이 확실해질 때까지는 커다란 모험을 하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다른 전략들을 탐구했다. 그 결과 엑스박스, 케이블, MSN 등 새로운 미디어와 기존 미디어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분산 투자 전략을 취함으로써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이 사업들 가운데 일부는 좌초될 수 있으나 언제나 또 다른 옵션이라는 보험이 존재하고 있으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레이너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기업이 눈부시게 성공할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활동이나 요소는 완전히 실패할 가능성 역시 최대화시킨다.”
레이너는 또 “불행하게도 전략적 불확실성은 경쟁자가 구사하는 음모보다 훨씬 더 위험한 요소다. 산업계에서 수많은 기업이 참패를 맛본 것은 경쟁자 때문이 아니라 기술과 정치와 인구 변동을 비롯한 다양한 힘으로 빚어진 세계 경제 구조의 느리고 냉혹한 변화 때문이었다. 공룡이 멸망한 이유가 포유류 때문이 아니듯, 텔레콤 장비 제조업자들이 쇠퇴한 것도 경쟁자 때문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딜로이트 컨설팅의 연구원이자 캐나다의 리처드 이베이 경영대학원의 교수이기도 한 저자 마이클 레이너는 우리가 흔히 성공의 조건이라 부르는 요소들이 동시에 실패의 조건이 될 수 있다는, 이른바 ‘전략 패러독스’의 무서운 진실을 폭로한다. 저자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전략 개념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단선적인 전략 개념을 버리고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주요한 상황을 설정한 후 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옵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관리하는 형태로 전략 개념을 확장시키라고 주문한다.

레이너는 이때 중요한 것이 역할 분담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다양한 옵션을 만드는 것은 본사 경영진의 몫이며, 그 외 각 사업부 운영진들은 위에서 만들어진 옵션대로 전략을 짜고 실행하되 앞으로 부딪치게 될 미래 상황에 따라 전략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편 가장 낮은 단계의 직무 관리자들은 선택된 전략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데만 몰두하는 것이 옳다. 이러한 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실패하는 기업도 많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