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접하는 작가인데다 '2005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서 1위를 차지, 결정적으로 본인이 좋아라하는 신본격이라니 여러가지 면에서 읽기도 전에 큰 기대를 갖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두툼한 분량이 부담이 아닌 반갑게 느껴지더군요^^
일본을 대표하는 전위 조각가 가와시마 이사쿠는 죽기 직전 혼신의 힘을 다해 유작을 남깁니다.
딸인 에치카를 모델로한 석고상을 남긴것이죠. 그런데 누군가가 이사쿠의 아틀리에에 침입하여 석고상의 머리만 베어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유족들은 에치카의 스토커였던 도모토의 짓임을 확신하고 사건을 의뢰받은 탐정 노리즈키 린타로는 도모토의 행방을 뒤쫓지만 얼마후 에치카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책을 읽기 전에 맨 앞쪽에 등장 인물에 대한 소개가 간략하게 나와있습니다.
제법 많은 인물이 나오던데 소개를 읽다가 제 관심을 확 끌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가족 관계가 살짝 엉켜있던데 그런 경우는 제가 여태껏 읽어온 일본 미스터리에 비추어보면 가계도로 장난치는 경우가 많더군요. 즉 알고보니 누가 누구의 자식이었더라.. 뭐 이런식으로 말이죠. 이런 생각이 미치자 즉시 등장인물들간의 관계도를 그려보았고 수상쩍은 부분을 주목하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옳은 선택이었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사실 관계까지는 눈치채진못했지만;
전반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잘 쓰여진 작품이었습니다.
조각에 대한 이론 설명이 잠깐 나오긴하지만 작품을 위해서 알아둬야 될 수준에 그치고 있어 몰입에 방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치밀한 구성에 사건이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얽힌 인간 관계와 참신한 트릭 등 추리소설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탐정 노리즈키 린타로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일본 미스터리로만 한정시켜봐도 보통 추리소설속의 탐정들은 작품속 등장인물은 물론 독자들도 눈치채지 못할만큼 엄청난 추리력으로 복잡한 사건을 파헤쳐냅니다. 게다가 입까지 무거워 사건의 말미까지 주변사람들 애가 타들어가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알아낸것은 혼자서 묵묵히 함구하고 있으니 어쩔땐 얄밉기까지 합니다; 긴다이치가 그랬고 미타라이, 가가 형사 또한 다를바 없습니다.
그런데 린타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인간미가 넘치는 탐정입니다^^; 적어도 앞서 언급한 명탐정들과는 다르다는 얘기죠. 수사 도중 눈앞에서 자기가 쫓던 범인에 되려 속아넘어가고 사건의 맥을 잘못 짚는 등 실수를 제법합니다. 또 추리 결과를 혼자만 알고 있는것아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상의해가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지극히 현실적인 탐정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작가의 이름과 똑같은 탐정을 내세우다보니 명탐정을 만들기가 좀 그랬는지 몰라도 하여간 신선한 유형의 탐정과 조우가 반가웠습니다. 물론 그래도 결국은 사건을 해결해내어 자질에는 문제가 없음을 증명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