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공원 벤치에서 잠에서 깨어난 주인공.
왜 여기서 잠들어 있는지 의아해하다 곧 자신이 본인의 이름조차 기억을 못하는 기억 상실증에 걸렸음을 깨닫게 된다.
모든게 낯설고 혼란스럽던 순간, 그는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료코라는 여자와 조우하게 되고 그때부터 료코와 동거를 하며 이시카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료코와의 행복한 시간은 계속되고 점성술사 미타라이와 친분을 맺는 등 이시카와는 점차 새로운 삶에 적응하면서 이 순간이 지속되길 바랄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료코의 서랍에서 자신의 운전면허증을 발견하면서 행복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료코. 현재와 과거의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하는 이시카와.
급기야 료코는 다정다감했던 예전의 모습과는 달리 패륜적으로 변해가고 이시카와는 운전면허증에 있는 주소로 찾아가며 과거를 기억해내기 시작하는데..
일단 책소게에 나온것처럼 소위 말하는 본격 미스터리는 아닙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점성술 살인사건>이나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처럼 기묘한 트릭이나 독자에 대한 도전도 없어서 머리 쓸 필요 없이 그냥 쭉 읽어나가기만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주인공이 기억을 찾아가기 시작하면서 고조되는 긴장감 덕분에 결코 느슨하지는 않습니다. 심플한 스토리에 몇안되는 등장인물덕분에 작품에 대한 몰입감이 상당한 편이고 반전과 마무리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 뒷표지에 보면 감성 미스터리로 소개되어 있는데 적절한 표현같아요. 이시오카가 그렇게 절절한 사연이 있었는지, 친구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미타라이의 새로운 모습을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책장을 덮고나니 애틋한 느낌까지 들더군요.
시마다 소지의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시카와와 미타라이와의 첫만남을 그린 작가의 처녀작이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출간된 작가의 작품은 다 읽어봤는데(그래봤자 몇 작품 안되지만;) 예전부터 이 작가는 은근히 해학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전부 미타라이와 관련된 부분인데 이 괴짜 점성술사의 시니컬하면서도 돌발적인 언행과 행동을 지켜보는게 재밌더군요. 폭소는 아니지만 잔재미를 선사한다고 할까요? 그 싹이 바로 이 작품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