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전라도 섬여행을 다녀왔다. 우도, 시호도, 그리고 우주발사대 전망대에 올라 남도의 아름다운 섬들을 보았다.

흡사 콩을 뿌려 놓은 듯 산재한 섬들이 바다에 떠 있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아름답다는 말과 멋지다는 말로 표현

할 수 밖에 없지만 한편으로는 그 많은 섬들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얼마나 고될까 라는 생각도

했다. 어린시절을 섬에서 보낸 나로서는 그 많은 섬들을 보고 있으면서 '생활'이라는 현실부터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난 섬을 좋아한다. 지금은 도시에 살면서도 기회가 된다면 섬을 찾아 떠난다. 그리고 섬의 구석구석을

돌며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기도 하지만 그들이 삶을 들여다 보려 노력한다. 그들의 삶이 바로 내 아버지 어머니의

삶이라는 느껴지기 때문이다.

섬은 제각각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작가 강제윤은 그 이야기를 따라 섬을 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섬을 따라 돈다. 그렇게 시작된 섬 여행을 하다보니 아주 오래전 다녀왔던 섬들을 만나게 된다. 섬에는 참

많은 보물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보물인지 몰라 사라져가는 것 들도 많다. 진작에 이런 보물들을 찾아 다니는

이가 있었다면 아름다운 섬들의 모습을 아직도 많이 간직하고 있으리라. 알려지지 않은 그 보물을 찾아 다니는

남도의 섬을 여행하는 강제윤의 '섬 택리지'는 그래서 특별한 느낌이다. 바다와 갯벌이 삶의 터전인 섬사람들의

모습을 담아 내고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가 재미 있다. 남도의 섬중에 가장 처음 가봤던 곳은 증도다. 증도의 염전과

장뚱어다리다. 갯벌위에 세워진 다리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신안의 넓은 염전에서 새우소금구이도 먹었다.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기도 하였다. 그때부터 남도의 섬에 대한 환상이랄까 그리움이랄까 확실하지 않지만

늘 가보고 싶은 곳으로 내 마음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다시 고흥의 섬을 여행하게 되고 강제윤의 남도

섬 여행기를 읽게 되었다. 자주 여행을 다니지 못하겠지만 시간이 되는 대로 이야기를 따라 여행을 가볼까 한다.

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해서기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삶을 보기 위해서다.

이미 개발되어 도시 못지 않게 풍요로운 섬도 있지만 아직도 옛방식 그대로 살아가는 섬도 있다. 옛것을 보존하자니

생활에 불편함이 있고 발전시키자니 옛것이 사라지는 딜레마가 생기니 선택은 그들의 몫일게다.

 

 

섬택리지

비 오는 밤 봉고차에 탄 한 남성이 손이 묶인 채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다. 같은 시각 그 차가 지나가는 차도 위에서는 건장한 청년 하나가 양복을 입은 여러 명의 남자들에게 공격을 받는다. 이 두 남자는 곧 한 건물 안에서 만나게 되는데, 그곳은 병원이다. 봉고차에 타있던 수명과 차도 위에서 공격을 받던 승민은 첫 만남부터 심상치 않다.

영화의 주된 배경화면은 병원이다. 마음의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정신병원이다. 하지만 그 곳의 분위기는 우리가 흔히 보는 병원의 분위기와는 다르다. 간호사들은 환자들에게 불친절하게 굴고, 몽둥이를 휘두른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병원을 밥 먹듯이 드나드는 수명과 다른 환자들과는 달라 보이지만 평범해 보이지는 않는 승민. 이 두 사람으로 인해 병원은 이 둘이 들어오기 전과 후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 영화 내내 주인공들은 자신의 삶 속에서 나의 위치가 어디인지 질문하고 스스로 행동으로 답해 보인다. 자신의 인생에서 뒤로 숨어버리는 수명과 앞으로 나서는 승민이 대조적으로 보인다. 나의 인생에서 나는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을까, 수명처럼 숨는 역할인지 승민처럼 내 인생을 찾고자 하는 사람인지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영화는 제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를 위한 영화이다.

안타까운 점은 그런 부분이 영화에서 잘 읽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큰 긴장감 없이 혹은 큰 즐거움 없이 영화는 대체적으로 단조롭게 흘러간다. 또한 그것에서 멈추지 않고 대부분 그 뒤의 내용이 쉽게 예상된다는 점이다. 영화에 쉽게 빠져 들기보다 영화가 흘러가는 대로 지켜보는 데서 그친다. 이런 부분은 아쉽게도 영화를 킬링타임용으로 만든다.

영화의 제목에서 쏘는 대상은 ‘네 심장’이 아닌 ‘내 심장’이다. 인생의 주인공이 ‘나’임을, 내 인생을 움직이는 것은 ‘나’임을 보여주는 제목이다. 극장을 나오면서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누가 움직이도록 하게 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한 두번을 박물관을 둘러 볼 때가 있다. 그럴때면 옛 물건을 훑어 보듯 둘러보고 어릴적 우리가 쓰던

물건이라며 감상에 젖어 보곤 끝이었다. 꽤나 많은 곳을 다녔지만 옛것을 전시해 놓은 모습이 다 비슷비슷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한민국 박물관기행을 읽으면서 '그래 박물관은 이렇게 보는 거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은 것 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만들어지는 과정, 그것에 어려있는 조상의 생활의 지혜와 과학적 근거까지 찾아 내는

꼼꼼 찾아가며 돌아보는 세심함을 배웠다.

 역사를 공부하고 옛것을 돌아 보는데는 추억에 잠기고 비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난 과거를 통해 잘 된것은

배우고 잘못된 것은 고쳐나가기 위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보고 판단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 제대로

안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는 대한민국 박물관 기행을 읽어 나가다 보면 알게 된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시간여행을 하는 듯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총 41개의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를 각 분야별로

구분하여 재미있게 써내려 간 내용은 다음 박물관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박물관들이 세워지기까지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알고 지켜주는 사람들의 노고가 있음을

알게 된다. 보물의 가치를 모르면 빼앗기게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옛 보물들을 무지에 의해 외국에 많이 빼앗겼다.

그런 가운데서 우리의 것을 지키려는 개인의 의지들이 훌륭한 박물관을 만들어 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옛 것에 숨어 있는 조상들의 지혜와 과학적인 근거들을 읽을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 물건을 만드는 장인들이

천대를 받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문화를 누리고 있을까? 잠시 궁금해진다. 새로운 물건에 밀려 사라지고

사용하기 편한 물건에 밀려나는 우리의 것들이지만 그 속에 갖고 있는 뜻만큼은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박물관을 둘러 볼때도 그냥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새롭게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의 혈관을 통해 전해지는 전통을 잘 지키고 우리의 후대에게 전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박물관을 방문하고 관찰하는 눈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방문했던 박물관도 책을 읽으며 다시금 더듬어

보게 되었다. 그냥 지나쳤던 물건들, 그림들의 속뜻을 알고 나니 무심히 지나쳤던 순간들이 괜스레 미안해진다.

 새로운 시각으로 박물관을 돌아 볼수 있게 도와주는 책으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대한민국박물관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