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나는 천주교인이다. 지금은 천주교인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신앙생활이나 기도생활을 하지 않고, 심지어 주일도 지키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이전에는 성서공부도 하고 교회활동도 하면서 나름대로의 신앙생활을 영위하곤 했는데 그때는 어떻게 했나 싶을 정도로 지금은 생각조차 나지 않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불과 몇 년 전이였는데도 말이다.
마음에 허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것은 교인들이 자주 말하는 신앙에의 허기짐이라는 것일 수도 있겠다.
친구, 가족이 있음에도 외롭고 쓸쓸하고 힘듦을 느끼는 것, 그것은 신앙생활에서 오는 부족함이라는 것이다.
부쩍 그런 부족함, 허기짐, 쓸쓸함을 느끼는 와중, 고백록이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은 하나님에 대한 찬양, 그리고 죄에 관한 것, 말 그래도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하나님에 대한 찬양과 그의 저질렀던 죄를 '고백'하는 책이다.
솔직히 말해서 책이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어려워서 읽고 이해하고 읽고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듯 했다.
그저 내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을 책 속에서 느끼며 이해하고자 했다.
나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경우에는 어떠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이 든다. 내가 아픈 이유, 힘든 이유, 시련을 겪어야 하는 이유, 이런 일들 말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주님께서 기적을 보여주시고자 어렵고 힘든 일이 나에게 온다고 생각을 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어렸을 때 갑자기 심한 복통을 일으켜서 거의 죽을 뻔 한 적이 있었다. 구원의 세례를 받고자 했으나 병이 나은 바람에 세례를 그 당시에 받지 못하였다.
이 과정 속에서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주님께서는 마치 내가 앞으로도 더 많은 죄로 더럽혀지게 될 것을 아시고서 나의 세례를 연기하신 것처럼, 나의 세례는 미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세례를 받은 후에 죄로 더럽혀지면, 그 죄책은 더욱 크고 위험한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고 말한다. 세례가 연기되는 이유를 주님께서 어떠한 일을 하시고자 일으키신 일이라 말한다.
추후 하느님께 세례가 미루어진 것이 주님의 뜻이라면 그 목적이 궁금하다고 묻는 고백이 나오는데, 만약 그 당시에 일찍이 세례를 받아서 몸과 마음이 깨끗해졌으면 주님의 보호 아래에서 부지런히 잘 살펴서 안전하게 영혼을 지켰더라면 더 좋은 일이 아니었겠냐고 말한다. 하지만 이내 소년기 이후에 많은 시험의 파도들이 엄습해 오고 그의 어머니의 시련까지도 보살피시며, 더 큰 주님의 계획 속에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 보며, '나 라는 진흙덩어리에 일찌감치 그리스도의 형상을 각인시키기보다는 이 진흙 덩어리가 나중에 그 파도들을 통과하면서 자연스럽게 형태를 갖추어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하고 말한다. 시련 속에서도 더욱 굳건해지는 신앙인의 마음을 보여주는 구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통해 부끄러운 신앙생활을 반성하게 되는 계기도 되고, 와 닿는 구절을 좀 더 살펴보기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렵지만 좋은 책임은 틀림없다. 다른 고전서 들도 접해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