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지방 소도시에서 자란 나에겐 도시 재개발과 고급 아파트, 외국인 노동자 등을 둘러싼 사회 문제는 동떨어진 뉴스였는데, 수도권에서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겐 어른 세상의 뉴스가 참 가깝게 들려온다.
그런 배경을 주요 소재로 삼은 '오늘의 날씨'는 현재가 아닌 과거로 시간을 되돌려 놓은 듯해 나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내 어릴 적 동네 골목 풍경을 느껴 볼 수 있어 마음 푸근하게 다가왔다.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이웃들과의 정겨운 이야기가 가득했던 골목이 그리움으로 다가오고, 고달픈 오늘을 견뎌내며 내일을 꿈꾸는 평범한 우리 이웃의 진솔한 삶을 함께 엿보는 재미가 있었다.
아파트 생활에만 익숙한 우리 아이들에겐 이야기의 배경이 낯설었지만, 공동체적 따뜻한 정서가 아이들의 감성을 충분히 끌어낸 듯 했다.
우리 사회의 지독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희석시키고, 그 편견의 잣대에 휘둘리고 흔들리는 나와 아이들의 삶의 지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
소외된 이웃이라지만, 결국 크고 작은 문제들에 부딪치며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였다.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는 관심과 애정을 조금은 갖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함께 하는 삶이 아름답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겼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재와 주제를 사계절을 따라 훈훈하고 편안한 동화로 만들어 낸 작가 선생님의 힘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상처받는 사람들, 특히 동심이 가슴 아리게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은 특별한 상처들이 큰 힘이 되어 씩씩하고 의젓하게 바른 성장을 할거라는 희망과 믿음을 느끼며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른 자리에서 각자의 자리매김을 하고 있을 우리의 주인공들이 늘 맑은 날이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