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아~! 리진!!!' 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정도로 책을 읽는 내내 리진에 빠져있었다...
19세기말의 조선 한복판을 리진과 함께 거닐기도 하고...
낯선 프랑스의 거리를 리진과 함께 호흡하기도 하면서...
격동기에 궁궐의 궁녀라는 신분으로...
프랑스어를 습득하고...결국엔 프랑스 대사의 연인이 되어 프랑스까지 가서 살게 됐던 여인...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나라 최초의 개화 여성이었던 그녀...
실존했던 인물이면서 '신경숙'이라는 작가에 의해 새롭게 탄생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여성...
책을 읽으면서 진짜 삶은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마구마구 일어났다.
작가의 지인이 프랑스에서 100여년전에 발간된 책에 조선에 관한 특이한 내용이 있다며 번역해준 A4용지 반정도의 내용이 작가에게 소설을 쓰게끔 의욕을 불태우게 했고 소설의 근간을 이루게 했다고 하는데...그 내용을 옮겨 적으며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기독교의 공정한 정신이 이 영민한 영혼에게 열의를 불러 일으켰다. 서양언어는 곧 그녀에게 친근한 것이 되었고 그녀는 이국 문화에 대한 훌륭한 관찰 기록을 수페이지에 걸쳐서 썼다.....
리진이 눈을 감은 채 말을 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그녀의 열정에 이끌려 그녀가 구사하는 독특한 리듬의 언어를 황홀한 표정으로 경청했다. 그녀의 말은 놀라운 색체의 이미지를 펼쳐놓은 것과 같았다.
그러나 리진은 곧 매일 만나는 서양 여인들에 비해 자신의 육체가 열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엄청난 우울증에 빠져들었다. 외교관이 보여주는 변함없는 애정에도 불구하고 육신이 급격히 쇠약해져 갔다......
머리를 기댈 수 있는 커다란 안락의자에 푹 파묻혀 앉은 이 가련한 한국 여인의 모습은 너무나도 야윈 나머지 마치 장난삼아 여자 옷을 입혀놓은 한마리 작은 원숭이 같아 보였다.
그녀가 스스로 방어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양의 안개가 동양의 뜨거운 태양으로 그을린 그녀의 이마를 그늘지게 했다......
몇 달이 흘러갔다. 외교관은 그녀에게 한국의 규방을 꾸며주고 그는 옛날의 생활 습관으로 돌아갔다.
다시 한국으로 가게 되었을 때 그는 다른 짐들과 같이 리진도 서울로 데리고 왔다. 조선의 풍습으로는 외국인과 혼인했다고 해서 노비문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왕은 그녀의 신분을 자유롭게 해줄 생각이 있었음에도 실제로 그녀를 풀어주지는 않았다. 외교관은 그러한 사악한 제도에 한번 저항해보지도 않고 비겁하게도 그녀를 포기해 버렸다.
결국 그녀는 궁중 무희로 다시 되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예전의 그녀가 아니었다. 다시 던져진 사슬이 자신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금종이를 삼킴으로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