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을 '승자'로 표현하고 있다. 기득권이 아닌 사람은 마치 '패자'인 것처럼 느껴져서 다소 불쾌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보이는 것만 보인다란 말과 부정을 즐기는 사람은 매사를 부정한다란 말이 떠올랐다. 이 책의 내용도 그렇다. 부정의 기운이 책 전체에 넘친다. 그러나, 막힌 속이 뚫리는 듯한 좋은 지적들도 있다. 저자는 현재 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승자의 음모'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한국경제는 수출로 먹고살아야 한다

현재의 한국경제는 이미 개발시대는 벗어났다. 다큰 어른이 중학생 교복을 입고 다닌다면 어색해 보일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경제도 이에 걸맞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모든 경제적 선택엔 기회비용이 수반된다. 수출주도형 정책을 택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당연히 지불해야 할 것이다.

수출을 진작시키려고 고환율과 저금리 정책을 사용했다. 인위적이고 의도적인 경기부양책때문에 부의 흐름이 한 곳으로 쏠리는 부작용이 생겼다. 저금리란 가계부문엔 불리하고 기업부문엔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이다. 저축해봐야 이자소득세 제하고 몇 푼 안되는 소득이 생긴다. 그러나, 빚이 많은 기업들에겐 저금리 탓에 숨통이 트이게 마련이다. 고환율로 수출엔 유리하나 수입품의 물가를 상승시키므로 중소기업의 채산성은 악화된다.

이젠 수출 중심이 아니라 내수 경기의 안정적인 운용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경제개발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책의 전환이 적절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버블 경제로 위기에 직면했던 일본이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수출주도정책으로 회귀했다. 그래서, 일본은 내수부족으로 장기 불황을 맞게 되었다. 지금 한국도 정책 전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박정희 시대 개발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개발독재란 정당한 목적 앞엔 희생의 감수가 당연하다는 논리이다. 경제를 살리기위해 비정규직의 희생쯤은 감수하자, 뉴타운 건설을 위해서 세입자의 희생쯤은 그냥 무시하자는 생각들이 바로 개발독재이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국가가 개발에 개입했다. 자원의 조달과 이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해서 필연적인 것이었다.

한국, 대만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와 브라질, 멕시코와 베네수엘라 등 남미 개발도상국 모두 경제 발전을 위해 국가가 개입했다. 국내시장의 보호, 진입과 퇴출의 제한, 광범위한 보조금 제도 등을 이용했다. 그런데, 성공의 결과는 달랐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이는 분명히 정부의 능력이 달랐기 때문이다.

'분배'냐 '성장'이냐를 놓고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국민의 다양한 가치관을 모두 수용하자면 어떠한 정책을 펼쳐야할 지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잘 살아보세'를 외치던 시절에야 '성장'이야말로 국민적 통합의 열쇠였다. 그렇다면, 21세기의 한국에 적합한 새로운 통합의 열쇠는 과연 무엇일까?

대기업 재벌이 없으면 성장은 불가능하다

2010년말, 삼성그룹의 임원인사가 관심거리였다. 이건희 회장의 아들, 딸 그리고 사위 모두 승진하여 경영 일선에 나서는 모양새였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명예직 회장인데, 어떻게 아들은 삼성전자 사장에, 딸은 호텔신라 사장에 임명될 수 있을까? 이 회장과 그 로얄패밀리의 지분은 모두 합쳐 1.07% 뿐이라며 장하성 교수를 중심으로 소액주주의 권리 찾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재벌 3~4 세들이 평균 31.2살에 임원되고 37.2살에 최고경영자에 오른다고 한다" (94 쪽)

재벌의 자식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누구나 CEO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자료때문에 그 능력과 자질을 의심받고 있는 현실이다. 입사해서 임원이 되는데 불과 4년 남짓, CEO까지 10년 남짓이다. 평직원으로 입사해서 이런 초고속 승진을 누릴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어느 재벌의 老회장이 재판정에서 직원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했다고 지적받자, "내 머슴들 내 마음대로 부리는데 뭐가 잘못이냐?"고 고함치고, 이도 부족해 모 재벌 회장은 강남 술집에서 아들이 얻어 맞은 분풀이를 위해 한밤중에 술집 종업원을 납치해서 응징까지 했다. '주주 자본주의'입장에서 바라보면 걱정되는 재벌이다. 자질없는 오너가 경영을 맡아 회사를 망친다면 주주들은 쪽박차기 때문이다. 나아가 재벌 편중이 심한 나라라면 국가자체가 위기에 몰릴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볼 문제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OECD 2010 통계연감>에 의하면, 2008년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256시간으로 회원국 평균인 1,764시간보다 훨씬 높다. 제일 짧은 네델란드의 경우 1,389시간으로 일주일에 26.7시간 일한다. 경제개발 시대의 한국경제는 장시간 노동에도 불평없이 참여한 노동자들의 잉여가치 생산으로 고도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선진국은 우리보다  적게 노동하는데요?"

"선진국이니까 그렇지"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들도 노동시간이 우리보다 적던데요"

"그러니까 못살지"

그러나, 한 손으로 코피를 닦으면서 다른 손으로 재봉틀을 돌리던 노동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산성이 높은 노동, 부가가치가 높은 노동은 근로시간을 단축해도 가능할 것이다. 얼마만큼 집중해서 노동 효율성을 높이느냐의 문제로 촛점이 이전되어야 한다. 노동시간의 단축, 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뱁새도 황새를 따라가다보면 언젠가는 따라잡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토건 사업이 국가를 부강하게 만든다

"삽에다 녹색 페인트만 칠하면 녹색 뉴딜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129 쪽)

'4대강 사업'이 문제있다는 것은 투입되는 건설비용이 건설 후의 편익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해 봤어?'라고 묻는다면 처음 해보는 일이라 답하기 곤란하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사업비는 22조원이 조금 넘는다. 실제는 이보다 훨 많을 것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4대강 사업에 대한 비용 편익 분석결과>에 의하면 그 편익은 비용의 16~24%에 불과하다. 엄청난 적자사업이다.

또한, 4대강 사업 완료후 연간 발생하는 유지관리비가 5,794억원이다. 숫자놀음이 싫은 탈렌트 이순재씨는 말한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라"  한편, 지방자치단체의 묻지마 사업도 한 몫 거든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 세트 공사, 초호화 신청사의 건설 등 왜 하는지 영문도 모른다.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간다면 절대로 하지 않을 사업이다.

일부 경제학자나 정치인들은 이런 사업들이 추진되는 이유는 대통령이 건설회사 CEO출신이라 '삽질노믹스'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낭비는 어제 오늘 일이 이미 아니다. 오히려 나는 정치논리로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했던 정치인들에게 그 책임을 묻고 싶다. 지방자치단체는 도민, 군민, 시민, 구민을 위해 필요한 것인데 정당이 왜 필요한지?

개인의 행복과 불행은 성적순이다

저출산 해법을 찾기위해 정부도 묘안을 짜내고 있다. 지금은 출산 장려를 위해 '섹스를 권하는 사회'가 되었다. 내 주변에 국가의 고민을 덜어준다며 늦둥이를 출산하는 지인도 있다. 현재의 출산율로는 2050년이 되면 현 인구의 반 정도일 거란 추정도 나온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어떻게 하면 낳게 되는지에 대하여 경제학적 접근을 해보자.

해답은 간단하다. 비용을 낮추고 편익을 크게하면 된다. 여기서 편익을 뭘까? 아이가 있다는 것 자체가 편익이다. 왜냐하면, 가정에 행복을 주니까. 아이가 원수라고 주장하는 부모도 있겠지만, 노후의 부양을 책임질 자식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다. 비용은 얼마나 들까? 최근의 연구발표에 의하면 아이 1명이 나서 대학까지 보내는데 1억 4천만원이 든다고 한다.

정부의 출산장려금은 셋을 낳아야 20만원이 지급된다. 아이 한 명 키우는데 사교육비를 감안하면 1억 4천만원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혹 사교육비가 안들어가고, 대학입시가 없다면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든다. 그러나, 사오정 또는 오륙도로 불리며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빼앗긴 가장들은 경제활동을 못하는데 출산장려책이 먹힐 리가 없다.

일류 대학을 가느냐 여부에 따라 평생의 삶이 좌우되는 현 사회구조 속에서 학생들에게 행복해지라고 요구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일본과 중국에 비해 낮다고 한다. 중국은 92.3%의 학생이 행복하다고 말한 반면 한국은 고작 71.2%만 그렇다.

학교 성적이 떨어져서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을 감행하는 초등학생이 있다는 것이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이 같은 교실에 모여 서로 도우며 어울려 사는 것을 배운다면 이 얼마나 인간적이고 행복하겠는가?

이 밖에도 '부동산이 아니면 부자가 될 수 없다', '북한 체제의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를 포함하여 기득권의 잘못된 논리 8개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반박하고 있다. 동료 경제학자들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그들을 비판도 한다. 과거 '보릿고개'시절에 비한다면 한국은 지금 충분히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먹고사는 문제, 주거문제, 일자리 문제, 자녀의 교육 문제들에 대하여 다양한 가치관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 문제에 대한 최적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함께 고민해 보자는 것이 저자의 의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