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코리'에서 왔다!"
김진명의 소설을 좋아합니다.
우리 역사 속 논란이 많은 소재를 가지고, 특유의 상상력으로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그 능력이 엄청난 작가입니다.
어떤 이야기는 마치 실제 있던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처음 김진명 작가를 만난 것은 책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통해서입니다. 우리나라의 핵무기 개발과 핵심 과학자의 의문의 죽음을 소재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전개와 박진감, 괜히 꿈틀거리는 애국심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하죠.
그 뒤로 김진명 작가의 책은 전부 찾아 읽었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고구려'가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조선의 역사가 친숙한데, 잘 알려지지 않은 고구려 광활한 땅을 질주했던 기마부대와 대륙의 엄청난 땅을 활보했던 그때의 모습을 상상하면 자연스럽게 한 반도의 반쪽에 갇혀 지내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절로 생겼어요.
소설 "직지"역시 현실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의문의 살인사건 현장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직지'라는 단서를 가지고 범인을 추적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회부 기자에요. 경찰은 생각지도 못할 살해 동기를 찾고, 누구보다 빠르게 단서를 발견하고 범인을 찾아 나섭니다. 그렇게 직지의 고장 청주를 방문하고 새로운 단서를 따라 프랑스의 세낭크 수도원까지 찾아갑니다.
저에게 있어서 직지는 사실 매우 친숙한 소재입니다. 사는 곳이 청주 생활권이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고, 대학시절에는 청주에서 지내면서 더 깊이 빠져들었었습니다. 고인쇄 박물관에서 잠시 알바도 했었고, 청주 직지 축제에서도 아르바이트했던 경험 때문일까 소설 속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2018년에는 청주대학교에서 실제로 공개 강연도 있었어요.
충청타임즈의 2018년 기사를 보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요. 소설은 구텐베르크 박물관장님 당시 했던 말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아 깜짝 놀랐습니다. 현장에서 들었을 때 그렇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었는데 소설을 읽으니 '그랬었나?'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직지페스티벌 구텐베르크 박물관장 공개 강연 기사> http://www.cc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545615#08W8
너무 사실적인 이야기에 소설을 읽는 도중 자주 인터넷에 검색을 하게 됩니다.
구텐베르크 초상화를 이야기할 때도 찾아보며 비교를 했어요. 그림 하나 없는 책인데 문장으로 그린 초상화가 너무나 사실적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의 초상화가 아닌 것도 사실 있어요. 시간의 흐름.
실존하는 지명, 사실과 사실 사이. 그 빈 곳을 김진명 특유의 상상력으로 가득 채워 이야기가 풍성해지죠.
직지 코드 다큐팀이 실제 방문해서 교황의 친서를 촬영했고, 고려 왕에게 보내는 친서의 해석이 끝나 논란이 되었던 기사도 있고. 저자는 다르지만 같은 제목과 비슷한 내용의 '살인의 역사'라는 책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라벤더에 둘러싸인 세낭크 수도원, 그리고 다큐멘터리 '직지 코드'팀 구텐베르크 이전에 금속활자가 있었다는 놀라운 발견. 구텐베르크라는 논란과 직지의 연결.
당연히 고려의 직지가 사막을 건너 유럽으로 전해졌고 구텐베르크가 그 기술을 활용해 대규모 인쇄를 했다는 것을 정설로 알고 있었지만 그 사이사이 비어버린 시간을 어떻게 찾아낼지 궁금했는데 그 비밀도 차근히 매워지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