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실린 글이라고 해 봤자 편집자 등 프로젝트를 주관한 사람들이 쓴
10페이지도 안 되는 서문 격의 글이 전부이다.
그 외에는 모두 사진이다.
그 사진들은 역사적 사건들을 다룬 사진들도 아니고, 전쟁이나 기아 등 보도의 가치가 있는
현장을 다룬 사진들도 아니다.
나라는 서로 다르지만, 각각 그 나라의 문화에서 본다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을 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미지로서 이 책을 넘긴다면 30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다 볼 수 있을 것이며,
무언가를 웅변하거나 반드시 기록해야 할 의미있는 사건의 현장을 기대한 사람들은
실망에 가득차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가족의 사랑을 느끼고 있거나,
또는 가족에게 표현하지 못한 사랑을 미안한 마음으로 품고 있거나, 또는 가족의 사랑이
그리운 순간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어쩌면 한장을 넘기기에도 너무나 오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점점 얇아지는, 아직 넘기지 않은 책의 분량이 아쉬워지는 그런 책이 되리라.
내게는 충분히 그리 되었었다.
사진을 보면서 스스로 공감을 기반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또 나의 가족들을 생각하며 행복함을 느끼지만,
평소 가족들에게 마음만큼 대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고 표현력 부족한 나 자신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져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덮을 때마다 ’자...책이 웅변하는 이 일관되고 공통된 메시지,
즉 가족에 대한 사랑과 감사와 행복을 표현하라는 이 메시지를,
내 곁에 있는 가족들에게 나는 지금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숙제처럼 하게 되는 책이다.
가족이 있다면 가족의 소중함과 행복이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자,
가족이 없다 해도 내가 앞으로 만들어야 할 가족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또 남들에게 어떻게 조언해야 할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그런 책이다.
한장한장마다 수많은 생각꺼리를 담고 있고, 그 생각꺼리란 것은 보는 사람의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 달라질 것이니 참으로 묘한 매력을 가진 사진집이다.
무엇보다도, 적어도 이 책을 보면서는 나쁜 생각을 할래야 할 수 없을 것 같다.
공감,
희망,
행복,
사랑,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