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어제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윤동주 시인의 시를 노트에 꾹꾹 눌러 적어 왔다.
수업시간에 교과서에 있는 시를 적었다고 하는데 나도 초등학교 저학년에 윤동주의 시를 읽었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중학교때 용돈을 털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시집을 사서 내내 가방에 들고 다녔던 생각은 난다.
윤동주의 서시는 한 글자도 안틀리고 외울만큼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
윤동주 시인은 학생때부터 여러가지 시와 산문을 발표하던 중 1943년 독립운동 혐의를 받아 일본에 체포되어 1945년 하늘로 떠났다. 서른도 채우지 못한 꽃같은 나이였다. 그 사실이 어릴 적에는 감흥이 없다가 그가 세상을 떠난 나이보다 훨씬 많이 먹은 지금은 참 재능있는 청년이 별이 되었구나 싶은 마음에 안타까워졌다.
여러 시인의 시가 모인 책은 갖고 있지만 일러스트가 그려진 책이라니 호기심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시는 언제 어느때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듯 함께 수록된 그림을 보며 읊어보는 시는 그 맛이 또 다르리라.
여러 그림들 중에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우의 인상화'가 담긴 시 페이지였다. 달빛 가득한 밤에 홀로 걷는 사람의 모습이 그린 그림이였는데 왠지 시인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듯 해 마음이 갔다.
슬며시 잡았던 손을 놓고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무슨 일이 있는건지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아우를 바라보는 형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고 돌아서는 모습이 꼭 이 그림같았을까.
책에는 시인지 산문인지 모를 긴 글도 몇몇 보였다. 시인은 어떤 순간에 이런 글귀, 이런 단어를 생각해서 넣었을까.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 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시대가 시대여서 그런걸까 밤늦은 시간 홀로 앉아 읽는 시집이여 그런걸까. 시들은 왠지 다 측은하고 왠지 다 서글픈 느낌이 든다. 어디서 줏어 들은 이야기지만 각 나라의 문화가 다른 것은 각 나라의 역사와 전통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라 했다. 나라의 문화 정체성을 안다는 것은 배움으로 깨닫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학을 읽고 과거를 알고 같은 감정을 느끼면서 생긴다고 볼 수 있다. 한국 문학, 특히 한국 시는 학창시절에 반짝 읽고 마는게 전부인데 이렇게 한 번씩 읽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백 번의 설명보다 직접 읽고 쓰게 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 될것이라 생각된다.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차장 가차운 언덕에 서 서성거릴 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특히 마음에 들었던 시는 '눈오는 지도' 였다.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 로 시작하여 떠나는 이를 붙잡고 싶은 마음을 눈으로 표현하는 내용이 한 줄 한 줄 참 주옥같아서 필사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욱을 눈이 자꾸 내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 나서면 일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다.
짧게 끝나버린 시인의 생애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사람들의 손에서 읽혀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