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배우 김민선을 말하다
 일찍이 배우로 데뷔하기 전부터 쎄씨,에꼴 등의 모델로 눈도장을 찍었던 그녀였지만,
 나는 전혀 김민선이 이런 배우로 성장하리라곤 생각조차 못했다.
 기존의 소녀 이미지를 업고갔지만 데뷔작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부터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배두나와 더불에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아-주 독특한 것이었지.
 2001년 개봉작 <스물넷>이나 <하류인생>을 거쳐 가장 최근작인 <별빛 속으로>까지
 그녀는 어느새 "김민선 아니곤 상상할 수 없는" 배역들을 거쳐 지금의 배우 이미지를 구축했다.
 조금 임팩트가 약한 면도 없지않지만 <미인도>에서 신윤복으로 분한 김민선은
 천재가 숨길 수 없는 광기와 마력, 남자라고 봐주기 힘든 남장여자이지만 그럼에도 섹시한 매력,
 한국 여배우로서 어쩌면 평생의 낙인으로 안고 갈수 있는 체모 수위의 노출까지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가 빛을 발했다.
 재밌는 후일담이지만, 같은 기간 티켓팅 배틀을 벌이고 있는 <앤티크>에서도 진혁의 여친4로
 우정출연했다니, 결국 그녀가 작품성을 뛰어넘어 한 시대의 티켓파워까지 장악하는 시대가 열린걸까?

# 3. 배우 김남길을 말하다.
 이 역시 재미있는 사실이지만, 나는 크레딧에 뜨는 이름 "김남길"만 보고 그냥 괜찮은 신인배우인가 했다.
 보면서 "쟤 좀 오만석 닮지 않았어?" 이런 얘기까지 했으니 ㅋㅋ
 그런데 집에 와서 검색창에 김남길을 쳐보니 럴수 럴수 이럴수-_-
 신인은 커녕 배우경력 6년차에 그것도 이미 내가 알고 있던 배우였다.
 내가 이 사람을 처음 알게된 건 전설의 TV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그 얼마나 비중있던 배역이었던가...금순이의 죽은 전 남편-┏
 드라마 전개상 시작과 함께 운명을 달리하는 비운의 캐릭터였던 것이다.
 그 후 참하게 생긴 이미지답지 않게 게이영화였나 <후회하지 않아>의 주연으로,
 심지어는 트랜스 젠더 그룹 "레이디"의 뮤직비디오에서 네 명의 여인(?)에게
 유혹당하는 남자 주인공으로 분하는 과정을 보며 개인적으로는 
 "쵸큼 이상한 배우"라는 생각과 함께 메모리 칩에서 삭제된지 오래였는데...
 이제사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 배우는 일찍이 <하류인생>에도 출연해 김민선과 크레딧을 같이 올렸으며
 <강철중>에서 정재영의 오른손, 칼잡이 "문수"역.
 <모던보이>에서는 일본인 검사 신스케 역으로도 출연했다는 거다.
 그 영화를 다 보고도 이 사람을 몰라본 나는 혹시 바보-_-?
 배우 자체가 좀 흐릿한 이미지이긴 하지만 
 한 사람이 이토록 다양한 스펙트럼을 연출할 수 있다는 사실도 다소 놀라웠다.
 어쩌면 김민선이 이제껏 구축한 필모그래피 만큼이나 앞으로 김남길이 펼쳐갈 그것도 많은 기대가 된다.

#4. 아까워, 추자현
 <박봉곤 가출사건>으로 배우 스타트를 끊은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의외로 적다.
 출연작 갯수나 비중으로는 경력이 짧은 위의 두 배우보다 못한 감이 있지만,
 남성 누아르 <사생결단> 지영역의 그녀는 그 순간에 무한한 가능성을 빛냈었다.
 개인적으로 <미인도>를 보는 내내 어른거렸던 <색,계>와 <왕의 남자>의 이미지는
 극중 공길에 대한 질투심에 불타던 팜므파탈 장녹수, 강성연의 그것이 추자현과 닮은데서도 유래한다.
 개인적으로 묘한 매력이 좋았는데 그냥 묘한게 전부로 끝나버린 김홍도와 설화 캐릭터,
 그 중 설화에 대한 아쉬움은 감독에 대한 원망(?)으로까지 번진다.
 <왕의 남자>의 장녹수는 분명 악역을 자처했지만 반정이 일어났을때 연산과 죽음을 같이하는
 지조곧은 여인네의 굳은 심지를 보여주어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창출에 성공했는데,
 <미인도> 설화는 최 화원(최규한)과 신윤복러브라인을 그야말로 "조져버리는" 데만 열중했지
 캐릭터 개인의 슬픔이랄지 사연을 부각시키는데 너무 인색했지 않았나.
 그럼에도 "모든걸 다주면서도" 절대 그 자태가 "저렴하진 않은" 설화의 캐릭터는 매력만점이었다.

#5. 이것만은 제발~
 극 중간 신윤복은 그림 수업 한답시고 여기저기 잘도 돌아다닌다.
 여인네들 미역감는 현장이나 유곽까지 서슴치 않는다.
 그런데 런닝타임의 5% 가량을 잡아먹으면서까지 청나라 체위 시연을 펼칠건 뭐람?
 <색,계>보다 파격적이라면 이 부분이 좀 그렇겠는데 그야말로 화룡정점 격으로 영화를 망쳐놓는 꼴이 되었다. 

#6. 뽀~나스, 알고 보면 더 재밌어!
 ① 극중 윤복의 페르소나로 분한 비둘기, 강무와의 사랑이 시작될 때 새장을 열고 날아오른 비둘기는
      윤복의 사랑도 끝나고 화원으로서의 죽음을 고할 때 같이 죽게 된다.
 ② 아름다운 영상미가 압권인 영화 <미인도>에서 강무가 풍기문란죄-_-로 사형을 명받아
      이른바 "능지처참형"을 거행하는 과정에서 구덩이 아래 펼쳐진 대나무창과 구더기, 쥐떼들은
      달콤한 유혹 반대편 사랑의 지독한 쓴맛을 보여주는 장치이다. 대비해서 보는 것도 좋을듯~
 ③ <혈의 누>, <왕의 남자>, <색, 계>의 고전적인 매력에 끌렸다면 강추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