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서두에서 ‘인구가 감소하면 자산시장이 붕괴한다’는 이른바 ‘인구절벽’ 가설이 일본 이외의 나라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되었을까?

 

저자는 과거 40~50년간의 통계를 통해 일본 생산활동인구의 변동과 실질지가, 실질주가의 변동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일본 경제가 장기간 불황에 빠지게 된 주된 이유는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실패에 있다고 본다.

 

일본 경제의 버블이 부풀어 오르던 시기에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너무 늦게 이루어졌으며, 버블이 붕괴되었을때에는 금리를 너무 늦게 인하하여 경기부양을 늦게 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저자는 일본 장기불황의 원인으로 자산시장에 형성된 거대한 거품, 엔화의 강세를 들고 있다.

 

이부분까지 읽고 나서 잠깐 의문이 든 것은 저자의 말대로라면 결국 일본도 ‘인구절벽’가설이 적용될 수 없는 것 아닌가 라는 점이다. 일본의 자산시장 붕괴가 인구의 감소가 아닌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실패, 자산시장의 거품, 엔화의 강세 등을 들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그나마 최근의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성과로 인해 일본 대졸자의 취업률이 2016년 97.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등 노동시장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저자가 일본 경제가 그나마 회복되고 있다고 노동시장 개선을 들어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가 알기로 일본이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일본의 요즘 젊은이들은 ‘사토리세대’라고 불리운다.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득도하다’, ‘깨달음을 얻다’라는 뜻의 ‘사토리’라고 부르는 것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나 불황속에 자라온 20~30대 청년들은 소비에 관심이 없고 필요 이상의 돈을 벌겠다는 의욕도 없다고 한다.

 

이들은 연애나 결혼도 하지않고 소비를 혐오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내수시장은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베이비 붐세대가 소비를 통해 내수를 진작시키는 것도 아니다.

 

 2011년 후쿠시마 쓰나미 피해지역에서 개인금고 5700여개가 수거되어 331억원의 금액이 주인에게 반환되었다고 한다.

 

미래가 불안한 노인들이 자기의 지갑을 열거나, 투자하는 대신, 돈을 은행도 아닌 개인금고에 쌓아두었던 것이다.

 

이처럼 재력을 가진 베이비 붐세대가 소비를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결국 아베노믹스로 인한 일본 경제의 성장은 반짝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인구 노령화가 저성장을 더욱 가속화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저자는 일본 이외의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 등 세계 주요국의 사례를 들어 인구 감소가 자산가격 붕괴를 이끄는 유일한 요인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이 부분에서 저자가 고령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흥미롭다.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은 경제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단 인력이 부족하니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임금을 더 지급하는 것 말고 사람을 채용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임금이 꾸준히 상승하면 경제 전체에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한편, 주택시장에도 강력한 ‘상승압력’이 나타날 것이다.   소득이 꾸준히 상승하고 기업들이 꾸준히 사람을 채용하는 상황에서 주택시장의 분위기도 개선되지 않겠는가?
페이지 : 106

 

저자는 고령화로 인해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여, 고용수요도 증가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과연 정확한 것일까?

 

최근의 기술혁신의 놀라운 속도로 인해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생산시설의 자동화가 급속해지고 있어 점점 인간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줄어들고 있다.

 

고용인력은 놀랍도록 적은 상태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은 2012년에 3만 8,000명도 되지 않는 종업원으로 140억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이를 자동차 업계와 비교해보자.   1979년, 그러니까 자동차 업계의 고용이 최고에 달한 해에 GM은 거의 84만명에 이르는 종업원으로 1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을 뿐이다.   이는 2012년 구글이 긁어모은 금액보다 20퍼센트가 적은데, 이는 물론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수치이다.
페이지 : 로봇의 부상 p. 128

 

 

기업들이 불완전한 인간보다는 실수가 없는 로봇을 점차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과연 고령화로 인해 인력부족 현상이 발생하여 다시 고용 수요가 늘어난다고 볼 수 있을까?

 

저자의 의견이 단기적으로는 맞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동의하기 힘든 것 같다.

 

저자는 한국의 자산시장은 일본과 다르게 거품이 끼어있지 않으며, 베이비붐 세대가 부동산 매수 세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내가 가끔 만나는 은퇴 선배들에게서 부동산을 새로 매수했다고 들은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애들 학비를 계속 대야 하거나 노후 생활을 위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새롭게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을 생각하기는 힘들다.

 

저자가 말하는 은퇴세대의 부동산 투자 증가는 노후를 충분히 대비한, 그러고도 투자 여유가 있는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결국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주변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암울한 미래를 믿지 말고, 마음 편하게 투자하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저자가 투자를 이끌어야 하는 애널리스트의 입장이기 때문에 우리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거나, 너무 단기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말하듯이 “적어도 10년 내에는 한국 경제가 인력 부족 충격으로 성장률이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는데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저자가 책의 뒷 부분에서 이야기해주고 있는 고배당주에 대한 투자, 포트폴리오 배분 등에 관한 이야기도 충분히 귀를 기울일만 하다.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10년만 살 것인가? 그리고 과거에 대한 분석으로 앞으로의 미래도 이럴 것이라고 쉽게 얘기할 수 있을까? 1900년부터 100년간 인류가 만들어낸 진보는 과거 몇천년보다 월등하다. 불과 20년정도 전에만 하더라도 전화로 티비를 보고, 인터넷을 한다고 이야기하면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치부되기도 했었다.

 

그만큼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어서, 과거에 그래왔다는 것으로 더 이상 앞으로의 미래를 쉽게 장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 책은 과거에 대한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가 일본처럼 생산활동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불황에 빠질 우려는 없다고 말한다. 다양한 통계를 통해 이런 결론을 이끌어내는 점에서 저자의 분석이 꽤나 탁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다만, 생산활동 인구 감소가 자산가치 하락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지만 일부 영향이 있다는 점은 저자도 동의할 것이다. 애초에 어느 가설 하나로 경제를 설명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시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가설을 부정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잘 와닿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분명히 장점도 있다. 서술 자체가 상당히 쉽게 되어 있어 경제를 잘 모르는 분들도 쉽게 따라 읽을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몇 시간만에 책을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쉽게 잘 써진 책이다.

 

이 책은 나와 같이 시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지만, 저자가 뒷부분에서 이야기해주는 투자 관련 팁들은 분명 유용해보이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한참 투자에 흥미를 느끼는 분들에게는 참고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인구와투자의미래, 홍춘욱, 인구절벽, 저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