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삶의 정도>의 저자 윤석철 교수의 이력은 특이하다.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었던 독일을 선망하여 독어독문학과에 입학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물리학과로 전과하고 또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으며 그러다 경영학을 공부하기에 이른다.

 

이런 배경을 지니고 있는 그이기에 이 책 <삶의 정도>에서 수학, 물리학을 포함한 자연과학에서부터 철학, 경영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이야기한다.

 

40년의 교수생활을 기념해 만든 이 책에서 저자는 인생의 후배들에게 삶에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해주어야 겠다는 요량으로 ‘수단매체’, ‘목적함수’라는 2개의 개념으로 인간 삶의 세계를 분석한다.

 

이 책에서는 ‘수단매체’를 유한한 인간능력의 한계를 확장하기 위한 도구, 인간이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그 일의 실현 가능성 혹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도입하는 수단적 매개체로 정의한다.

 

저자는 수단매체가 인간의 한계를 확장하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에 이 수단매체의 한계가 인간의 한계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수단매체의 한계를 넓히기 위해 인간은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법칙을 탐구하면서 수단매체를 확장하는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여러 목적함수 중에서도 코스트 최소화, 이익 최대화를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적함수라고 이야기하고, 이익 최대화 목적함수의 대안으로 생존 부등식을 제안한다.

 

소비자는 그가 지불하는 제품의 가격보다 제품의 가치가 크다고 느껴야 그 제품을 구매한다.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제품을 생산하는 비용보다 제품의 가격이 높아야 제품을 만들어낼 유인이 있다.

 

이처럼 공급자는 소비자에게 제품의 가격보다 높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럼으로써 소비자로부터 (제품가격 - 제조원가) 차이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즉 소비자와 기업이 주고받음의 관계가 만들어질 때 서로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주고 받음의 생존부등식이 결혼의 성공과 실패의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결혼은 남녀 모두에게 자기희생을 요구한다. 결혼으로 인하여 얻어지는 가치(ex) 배우자가 베푸는 사랑의 크기)가 결혼으로 인하여 당연히 발생하는 자기 희생의 크기보다 커야 그 결혼은 백년해로하는 행복한 결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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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목적함수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자기 스스로 정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미있는 목적함수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 수양과 미래 성찰을 통해 교양과 가치관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정립된 목적함수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매체는 우회축적의 방법으로 형성하고 축적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러한 우회축적의 예로 매의 사냥법을 든다. 매는 먹이를 발견하면 그를 향해 직진하는 대신에 수직에 가까운 방향으로 낙하하여 지구의 중력가속도를 받아 효율적으로 속도를 높인 뒤 먹이를 향해 수평방향으로 날아가면서 낚아챈다.

 

매는 생존을 위해 최소 시간에 먹이를 잡는다는 목적함수를 정립했고, 이를 위해 필요한 수단매체인 우회축적(수직낙하를 통한 속도 증가)을 개발한 것이다. (수학적으로도 목표점에 직진하는 것보다 전반기에 운동에너지를 축적하고 후반기에 발산하는 사이클로이드 곡선일때가 최단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결론(삶의 정도)은 매우 간단하다. 부단한 자기수양과 미래 성찰을 통해 목적함수를 제대로 정립하고, 그에 맞는 수단매체를 우회축적하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인생을 간단하게 보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저자는 무엇보다 삶의 간결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단매체와 목적함수라는 2개의 개념만으로 인간 삶의 세계를 분석하며, 이것으로 삶에 필요한 모든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10개의 숫자를 사용하는 십진법 대신 2개의 숫자만을 사용하는 이전법의 간결성 덕분에 디지털 컴퓨터가 탄생할 수 있었듯이 복잡한 우리의 삶도 간결화할 수 있을 때 의사결정도 빨라지고 에너지 소모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이 어디 그리 간단하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인가 라고 저자를 비판할 수 있겠지만, 저자가 40년간 교수생활을 하며 쌓아온 지혜이기에 마냥 허투루 생각할 수는 없다.

 

삶은 복잡다단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그 복잡한 삶을 관통하는 원칙은 의외로 간단하고 분명한 것일 수도 있다.

 

삶의 분명한 원칙을 제대로 정립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어떠한 힘들고 복잡한 문제도 극복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삶은 의외로 단순하게 살아질 수 있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보다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게 삶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삶의정도, 윤석철, 목적함수, 수단매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