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는 기원전 104년에서 기원전 30년까지의 로마를 다룬다.

(제7부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인 점을 고려해보았을 때, 로마 초대 황제 아우쿠스투스(옥타비아누스)가 이들의 군대를 물리친 시기까지를 다룬 것 같다.)

 

제1부 로마의 일인자에서는 로마의 군제개혁을 이끌었던 가이우스 마리우스, 제2부 풀잎관과 제3부 포르투나의 선택에서는 종신 독재관 술라, 제4부 카이사르의 여자들과 제5부 카이사르에서는 카이사르가 로마의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다.

 

사실 4부까지의 내용을 읽지는 못했지만, ‘가시나무새’로 유명한 작가 콜린 매컬로가 이 책을 썼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는 7부에 이르는 이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위해 취재에서 집필까지 무려 30년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 <카이사르> 1권은 당시 로마와 브리타니아(지금의 영국), 갈리아(지금의 프랑스)의 전쟁, 로마의 정치 암투 과정을 마치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것처럼 생생히 묘사해낸다.

 

	브루투스는 율리아를 몹시 사랑했고, 율리아가 결혼 적령기에 도달할 때까지 10년 넘는 긴 세월을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카이사르는 딸을 브루투스와 파혼시키고 폼페이우스와 결혼시켰다. 몹시 난처한 상황이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브루투스의 상심이 컸다. 브루투스의 모친 세르빌리아는 수년째 카이사르의 정부이기도 했다.
페이지 : 80

 

카이사르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딸 율리아를 브루투스와 파혼시키고, 폼페이우스와 결혼시켰다. 자신의 입지를 위해 딸을 이용하는 카이사르의 모습은 꽤나 냉정하기까지 하다. 물론 당시 시대는 결혼이 정략적으로 이용되던 시기였지만, 카이사르의 이런 행동이 훗날 브루투스가 배신하는 불씨를 남긴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슬픔을 어찌할까? 너무도 큰 충격에 카이사르는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율리아가? 이 슬픔을 대체 어찌해야 하나?   이 슬픔을 이겨낼 수 있을까? 나의 병아리, 나의 완벽한 진주. 내가 마흔여섯이 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내 딸이 출산중에 죽다니....   모두 나를 위로하려 들 테지. 그리고 모두 진심일 터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어찌 견뎌낼까? 나는 깊은 상처를 지닌 자의 눈빛을 띠게 되겠지. 고통을 겉으로 내보이겠지. 아니, 그럴 수 없어. 내 고통은 온전히 내 것이다.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야. 어느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어
페이지 : 47

 

전쟁터에서 딸 율리아의 죽음 소식을 들은 카이사르의 슬픔을 묘사한 부분이다.

 

딸의 죽음에 크나큰 고통과 슬픔을 느끼지만, 군을 통솔하는 자로서 자신의 슬픔을 감춰야만 하는 카이사르의 고뇌가 엿보인다.

 

카이사르가 이끄는 군단은 갈리아인들이 놀라워 할 정도로 매우 신속했다고 한다. 이런 군대의 신속한 움직임을 통해 그가 기세를 잡아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는지 모른다.

 

	카이사르는 직접 4개 군단을 경무장하여 늘 그랬듯이 칼리아인들이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행군해 나타났다.
페이지 : 21

 

	(10군단은) 알프스 산맥 고지를 관통하는 염소 길을 따라 1천 100킬로미터를 여드레에 주파했다.
페이지 : 93

 

 

	15군단은 앞으로 몇 달간 내가 데리고 있겠소. 올 가을에 알프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 갈리아로 갈 생각인데 거기도 같이 데려가지요. 기절할 정도로 강행군을 시켜서 말 잘 듣는 꼭두각시 인형을 만들어놓겠소. 기강이 풀어진 백인대장들까지 말이오.
페이지 : 213

 

 

카이사르가 그의 군대를 얼마나 잘 장악하고 있고, 신속하게 움직이도록 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들이다.

 

이러한 기동성이 바탕이 된 로마군이라 하더라도 갈리아민족의 병사에 비해 그 수가 월등히 적었는데 어떻게 갈리아를 정복할 수 있었을까?

 

이 책에서는 갈리아 민족이 단합되지 못하고 분열한 것을 그 이유로 든다.

 

	장발의 갈리아 지역은 결속력이 매우 약했다. 게르만계와 켈트계가 섞인 북부와 북서부의 벨가이족, 그리고 남부의 순수 켈트족들 간의 회합에서는 단결을 이끌어내기가 특히 더 어려웠다.   이러한 결속력 부재는 카이사르에게 아주 유리하게 작용했다.   전쟁으로 점철될 이듬해에는 더더욱 그럴 것이었다. 암비오릭스는 동맹을 켈트족 중에서 찾지 않았다. 그는 동료 벨가이족만을 연합상대로 여겼다.   그 덕분에 카이사르가 싸울 상대는 하나의 단결된 민족이 아닌 잘게 나뉜 여러 민족들이었다.
페이지 : 122

 

당시 로마는 깃발을 숭상했다고 한다. 그래서 깃발을 분실하거나, 특히 적에게 빼앗기는 행위는 죄악시 됐다고 한다. 이런 행위를 저지른 자들에게는 10명 가운데 무작위로 한 명을 뽑아 나머지 동료들이 때려죽이는 일종의 연대책임식 처벌인 데키마티오(Decimatio)를 부과했다고 한다.

 

그랬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1개 군단이 전멸하는 과정에서도 군단의 기 만큼은 빼앗기지 않으려는 모습이 묘사된다.

 

	그(고르곤)는 자신의 발밑에 쓰러져 죽어가던 군단의 기수가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어, 소중한 은 독수리 기를 점점 짧아져가는 로마군 전선 뒤쪽으로 창처럼 던지는 것을 보았다.
페이지 : 131

	명령을 따르기 위해 병사들이 물러가자 고르곤은 은독수리 기를 들고 주변을 살폈다. 그의 눈은 어둠에 적응해 있었다. 아 저기! 그는 길쭉한 관 모양으로 참호를 파고 그 자리에 독수리 기를 얕게 묻었다. 그리고 시체를 그리로 적당히 옮겨 쌓은 뒤 바위에 앉아 병사들을 기다렸다.
페이지 : 132

 

 

카이사르 군대의 모습은 이처럼 죽어가는 순간에도 군단의 기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할만큼 의연하고 용감하게 그려진다.

 

카이사르의 군대가 이처럼 용맹했기 때문에 카이사르가 훗날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과감히 루비콘 강을 건널 수 있지 않았을까?

 

저자 콜린 매컬로는 카이사르가 황제가 될 욕심까지는 없었던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카이사르가 자신의 정부인 리안논과 나누는 대화와 갈리아인 베르킹게토릭스와의 대화에서 그가 공화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그려내기 때문이다.

 

	“리안논, 로마는 왕을 세우지 않소! 나 역시 로마에 왕이 서는 걸 동의하지 않고! 로마는 공화국이고 그 역사가 500년에 이르오! 나는 로마의 일인자가 될 것이지만 그렇다고 로마의 왕이 되겠다는 뜻은 아니오, 왕정은 구시대의 유물이오. 심지어 당신네 갈리아인들도 깨닫고 있는 사실 아니오. 나라는 선거 제도를 통해 바뀌는 사람들이 운영해야 더욱 번영하는 거요....능력있는 사람들이 최고의 인물이 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선거요. 때로는 최악의 인물이 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페이지 : 170~171

	“내가 죽더라도 로마는 계속 다른 위대한 인물들을 낳을 것이오. 내가 떠날 때 로마는 내가 오기 전보다 더 세고 더 부유하고 더 강력해져 있을 것이오. 내 뒤에 올 자들은 내가 남긴 업적을 활용하고 향상시킬 것이오. 민주주의에서는 바보와 현자가 늘 공존하지만, 전반적으로 왕가의 계보보다는 낫소. 위대한 왕이 하나 나오려면 보잘 것 없는 왕을 열 명은 거쳐야 하니까.”
페이지 : 197

 

 

 

공화정을 지지하는 카이사르가 그의 진심이 어땠든지 간에 훗날 왕이 되려 한다고 오해를 받아 죽임을 당한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다.

 

카이사르 그는 또한 사람을 포용하는 능력의 소유자였다. 전쟁터에서 항복해오는 자들에게는 관용을 베풀었고, 부하들이 그에게 충성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매력의 소유자였다.

 

	“이보시오, 퀸투스, 내게 있어서만큼은 당신이 저 위대한 키케로의 형이오. 위대한 키케로가 포룸 로마눔에서는 제일가는 싸움꾼일지는 몰라도 진짜 전쟁터에서는 자루 속에 숨어 나오지도 못하잖소. 제각각 돋보이는 무대가 따로 있지요. 내가 좋아하는 키케로는 언제까지나 당신일 거요.” 훗날 이 말은 퀸투스 키케로의 마음속에 머무르며 쓰라린 고통과 추스르기 힘든 악감정과 툴리우스 키케로 가문의 끔찍한 균열을 불러일으켰다. 퀸투스는 그 말을 결코 잊지 못했고, 그 말을 내뱉은 카이사르를 사모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지 못했다.
페이지 : 213~214

 

한편, 카이사르와의 연결의 끈이었던 부인 율리아가 죽자, 로마에 머물고 있는 폼페이우스의 마음에도 카이사르에 대한 의심의 싹이 돋아난다.

 

	어째서 지금 폼페이우스의 살갗이 이리도 따끔거릴까? 어째서 그의 목덜미에 카이사르의 숨결이 서늘한 냉기처럼 내려앉는 것 같을까? 어떻게 해서 카이사르는 온 로마가 자신을 흠모하게 만들었을까? 위대한 폼페이우스의 작은 석교 흉상을 판매하는 시장 노점상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에게 맨 처음 알려준 사람은 카이사르였다. 이제 그 노점상들은 카이사르의 흉상을 팔았다.
페이지 : 245~246

 

폼페이우스가 훗날 카이사르와 로마의 패권을 두고 다투게 되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이 아닐까?

 

책의 뒷부분에서는 로마의 잔인한 권력 다툼이 묘사된다. 폼페이우스는 자신이 독재관이 되는데 걸림돌이 되는 클로디우스를 밀로를 통해 제거한다.

 

	보나 데아의 널찍한 대음순 틈새로 여신의 성스러운 뱀이 사악한 머리를 내밀었다. 뱀의 차가운 검은 눈은 보나 데아의 신성한 비밀을 모독한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를 향해 있었다. 뱀은 단 한번도 눈을 깜빡이지 않은 채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푸스테누스가 클로디우스의 배에 꽂은 검이 척추를 으스러뜨리고 등을 빠져나오는 동안, 클로디우스는 아무것도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비리아가 그에게 창을 꽂았을 때도, 에우다마스가 피로 흥건한 땅에 그의 내장을 쏟아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눈앞이 캄캄해지며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클로디우스와 보나 데아의 뱀은 서로의 영혼만을 응시했다.
페이지 : 286

 

 

밀로가 클로디우스를 살해하는 부분은 클로디우스의 눈과 감각을 통해 관능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묘사된다.

  

정치적 입지를 위해 노상에서 정적을 살해하는 장면은 당시 로마가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혼란을 틈타 결국 로마에는 황제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당시 로마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민주적인 공화정 체제를 훌륭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로의 정치적 이권에만 눈 먼 나머지 패권싸움에만 골몰하게 되어 공화정이 몰락하게 되는 단초를 제공하고 만 것이다.

 

이 책 <카이사르> 1권에서 보여지는 당시 로마의 모습이 오늘날의 정치권의 모습과 크게 다를바 없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권리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소중히 지키고 잘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로마의 역사가 보여주듯, 그러한 권리는 권력을 독점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빼앗기게 되고 만다.

 

“주사위는 던져졌다.”라고 자신의 어쩔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간 카이사르,

 

이 책은 그가 어떻게 로마의 영웅이 되어갔으며, 수백년간 유지해온 로마의 공화정이 어떤 계기로 왕정으로 변화하게 되었는지를 흥미있게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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