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끼적거린 독후감이 1,000편이 넘었지만, 부끄럽게도 내 머릿속에 남은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눈의 재미를 좇아 읽은 가벼운 책들이 많고, 머리를 써가며 읽어야 하는데도 눈으로만 읽고서 금세 잊은 책들이 또 많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를 멀리하게 된 것도, 좋은 책을 읽고서도 하나 달라지지 않는 내 자신이 한심해서였다.

 

그래서 독서로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린 김병완 님의 이야기가 참 대단하게 다가온다. 삼성전자에 다니다가 그만둔 후 3년간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며 만 권에 가까운 책을 읽었단다. 그 과정에서 올바른 독서법을 체득했고, 그 '기적의 독서법'을 통해 지식의 통합을 이룬 후 한 달에 2권에 가까운 책을 내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것도 참 다양한 분야의 책을 낼 정도이니, 그 넓이와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저자가 이번에 낸 <오직 읽기만 하는 바보> (2013, 김병완 지음, 브레인스토어 펴냄)는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의 학생들을 위해 '기적의 독서법'을 전수한다. 중고등학교는 대학 진학 때문에, 대학 들어가면 취업 때문에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학생들에게, '공부의 신'이 아니라 '독서의 신'이 되어 인생을 넓고 크게 보라고 권한다. 이를 위해 part 1부터 4까지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책을 제대로 읽으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인 '기적의 독서법'은 part 5에 가서야 나오는데, 노트, 일기, 토론, 스마트, 고래, 초서, 상상, 우뇌, 꿀벌 독서법이다. 이 독서법들은 좋은 책을 고르고 읽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활동, 즉 발췌, 요약, 토론, 상상, 비판 등이 포함된다. 무조건 저자의 생각을 받아들이려 읽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인 관점에서 읽고 요약하고 생각하고 체득함으로써 책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part 6과 7은 위대한 독서법으로 성공을 이룬 이들과 명문가의 사례가 소개되고, 다시 한 번 올바른 독서법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나는 지금까지 '독서'는 책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독후감을 남기는 것은 숙제와도 같았다. 그렇지만 저자는 책 읽기는 전체 독서법에서 3할일 뿐이고, 남은 7할은 쓰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으로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조선의 대유학자인 율곡 이이는 자경문 11조항 중 '독서'에서 '책을 읽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실천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208쪽)고 강조했고, 다산 정약용도 '입지-해독-판단-초서-입지'의 5단계로 이루어지는 독서법을 제시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은 작가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모두에게 필요하다.

 

올바른 독서법이 정말 중요하긴 하지만 앞부분에서 이야기가 너무 반복되는 것이 조금 지루했고, 1323 세대에게 특화했다고 보기에는 일반적인 점이 좀 아쉽다. part 5의 내용을 조금 더 보강하고, 저자의 독서 노트 예시를 보여 주었더라면 더 구체적으로 보고 배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것까지는 할 수 있으니, 이제는 그 너머로 나아가서 지식과 지혜를 넓혀 보자. 나부터 시작해서 아이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