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데리고 여행하는 것은 무거운 배낭을 하나 추가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모든 것을 어른인 내가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 그냥 머리를 비우고 훌쩍 떠나도 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부담감 등이 있어서다. 방구석에 콕 박혀서 뒹굴거리는 것을 좋아해서 여행을 그리 즐기지 않는 터라, 여행에 대한 선입견이 압도해서 더 그랬을 거다. 여기에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 여행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그래서 무려 열세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한 달에 걸쳐 라오스 여행을 한 여행기 <아이들, 길을 떠나 날다> (2013, 김향미, 양학용 글과 사진, 예담 펴냄)의 이야기를 듣고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김향미, 양학용 님은 예전에 책으로, 그리고 '좋은생각'의 메일로 만난 적이 있어서 프로 여행자이심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중학교 1학년부터 대학교 1학년까지 열세 명의 아이들이 함께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무서운 연령대라는 중학생부터, 대학 진학 준비로 눈코 뜰 새 없는 고등학생, 저자의 대학 동기인 대학생까지, 공통점이라고는 별로 없어 보이는 다양한 아이들을 모아서 여행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다. 더구나 여행을 하다 보면 친구 사이도 틀어질 수 있다는데, 무려 26박 27일의 여정이라니!

 

2011년 1월에 떠난 이 여행은 김향미, 양학용 부부가 연 '청소년 여행학교'의 첫 번째 여행이란다. '프롤로그'에는 청소년 여행학교를 열게 된 이유와, 첫 번째 여행지로 라오스를 택한 이유가 나와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이 스스로 여행하도록 함으로써 '자기 삶의 여행자'로 살아갈 용기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고,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아서 지금의 우리나라와 대척점에 있는 듯하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은 이 베테랑 여행자들의 보호 아래서 자유와 책임과 갈등과 성장을 겪었고, 어느새 여행에 대한 두려움을 벗고 어엿한 여행자로 단련되고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해서 고마운 줄 몰랐던 것들에 고마워하고, 자신이 선택한 것의 결과를 감당하고,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는 그 귀한 시간들. 어른을 수동적으로 따라다녀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그 성장을 아이들은 해내고 있었다. 그 뒤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해낼 거라고 믿고 맡긴 여행학교 사부님들이 있었다.

 

이렇게 오랜 여행을 하고 나서 아이들은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을 것이다. 내 아이도 이렇게 귀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하는 바람이 생겼다. 어학 연수가 아니라 인성에 초점을 맞춘 이런 여행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