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큰 폭발이 있었으니 빅뱅(big bang)으로 우주가 만들어졌고, 우주는 이후 137억 년간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다. 그중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1,000~2,000억 개의 은하 중 하나인 우리 은하에 속해 있으며, 우리 은하에는 지구 외에도 1,000억 개의 별이 속해 있다. 나는 지구의 70억 인구 중에서 한 사람이니, 우주 전체로 놓고 보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되고, 또 내가 여기에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골디락스 조건(알맞은 출현 조건)들이 필요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길게 살아야 100년을 사는 인간에게 137억 년이라는 시간과 갈수록 넓어지는 우주라는 공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이기 때문에 그 역사에 대해 궁금해진다.

이처럼 '이 세상 모든 것이 어떻게 해서 오늘날과 같이 되었으며 그 이야기 속에 우리는 어디에 위치해 있고, 그 모든 것들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15쪽)라고 설명한 '빅 히스토리'가 <빅 히스토리>(2013, 데이비드 크리스천, 밥 베인 지음, 해나무 펴냄)의 주제다.

 

<빅 히스토리>의 저자는 빅 히스토리 학문 분야를 만든 호주 매쿼리 대학교의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와, 미시간 대학교의 교육학 및 역사학 교수인 밥 베인 교수다. 이들은 우주의 역사를 총 8개의 '임계국면(새로운 현상이나 물질이 나타나는 지점 또는 시기)'으로 나누고, 각각의 시기에 일어난 일들을 설명한다. 첫 번째 임계국면은 당연히 137억 년 전의 빅뱅이고, 이어서 별, 새로운 원소, 태양계와 지구가 태어난다. 지구 상에 생명이 발생한 것은 38억 년 전이고, 20만 년 전에야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면서 집단 학습이 시작되었으며, 인간의 정착이 가능하도록 한 농경은 11,000년 전, 그리고 산업화를 가능하게 한 산업혁명은 250년 전 일어났다. 이런 추세를 통해 저자들은 미래까지 예측한다.

 

내가 학교에 다니던 때는 우주와 별의 탄생에 대해서는 지구과학에서, 원소의 구조와 결합에 대해서는 화학에서, 생명의 발생과 진화에 대해서는 생물에서, 제국주의와 산업혁명은 사회에서 배우는 등 각 학문의 취지에 맞게 따로따로 배운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빅 히스토리는 우주의 역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풀어 그 안에 많은 학문을 녹여 놓았다. 빅뱅 이후 중력과 강력으로 별이 만들어지고, 별이 생명 주기를 거쳐 마침내 폭발하면서 새로운 원소가 우주에 흩뿌려지며, 그것으로부터 또 다른 별들이 탄생해 생명이 발생할 환경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생명들로 지구의 환경이 영향을 받으며,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과 기술은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눈을 넓히고 있다.

밤하늘의 별들을 관찰함으로써 시간과 공간과 변화를 측정하고, 화석과 실험을 통해 생명의 변천을 추론하며, 유적과 기록을 통해 인간의 발전을 알아보는 것이 참으로 거대한 프로젝트임을 알 수 있다. 직관(intuition), 권위(authority), 논리(logic), 증거(evidence)라는 주장의 네 기둥이 빅 히스토리를 지탱하며, 각 꼭지의 말미에 나오는 '더 깊이 생각하기'로 토론과 심화 학습이 가능하도록 질문을 던졌다.

 

이 책은 원래 미국의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쓰였다는데, 과학 계통의 설명이 많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본격적으로 과학을 배우는 이과 계열 고등학생 이상이어야 편하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다양한 사진과 도표, 일러스트 들이 수록되어서 보는 재미가 있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 덕분에 우주와 지구와 생명의 역사를 하나의 이야기로 읽게 된 것이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