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범람하는 여행서들은 저마다 여행의 목적과 추구하는 바, 대상 독자층이 다를 것이다. 먹을거리에 초점을 맞춘 책, 노는 것에 집중한 책, 한 곳에 진득하니 눌러 앉아서 현지 사람들에 가까운 깊이를 추구하는 책, 아이의 교육을 위한 책 등 다양하다. 그래서 목적에 맞는 책을 찾아 읽는 재미가 있다.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은 <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100곳> (2011, 스테파니 엘리존도 그리스트 지음, 국일미디어 펴냄)이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그리고 '꼭 가봐야 할' 곳이라는 선택의 근거가 무엇인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의 유명한 매체인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라티나 매거진> 등에서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단순히 여행만을 즐기는 여행가가 아니라, 프린스턴 대학교의 Hodder Fellow(신인 아티스트를 위한 장학금 수혜자)이자 세계정책연구원의 선임연구원이라는 지적 배경도 있다. 저자 홈페이지의 소개를 보니 2007년에 Social Justice Reporting 분야에서 Richard. J. Margolis 상을 수상했고, 2008년 PEN(국제펜클럽)에 가입되었단다. 살면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란 쉽지 않을 텐데, 저자의 경우에는 연구와 여행과 글쓰기가 서로 시너지로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100곳>에는 여자라서 행복하고 눈부신 8곳, 황홀한 사치와 치명적인 쾌락의 9곳, 몸과 영혼을 정화시키는 자유와 평화의 6곳, 소녀로 똘아가는 짜릿한 모험의 세계 11곳,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가봐야 할 15곳, 역사를 빛낸 여인들의 15곳, 깨달음과 영감을 선물하는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12곳, 혹독한 겨울이 있어 더욱 찬란한 8곳, 세상의 시작과 끝이자 지구의 모든 곳 15곳,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작가의 대한민국 소개 1곳이 담겨 있다. 한 꼭지 안에 여러 나라의 여러 곳이 소개되는 것이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따지면 100곳이 넘는다.

나라 이름과 한 줄의 설명, 도시의 위치를 표시한 그 나라의 지도로 일단 문을 연 다음, 테마에 맞추어 어떻게 여행하면 좋을지 대략적인 설명을 담은 글과 사진이 우리를 맞는다. 마지막 정보 코너에서는 여행하면 좋은 시기, 여행 전 준비할 것, 여행 정보를 담은 홈페이지 등을 실었다.

일러스트와 그림 자료들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남극부터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아주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보니 각각의 설명에 깊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그러나 경쾌한 말투로 그 지역에 담긴 역사적 사실, 그곳만의 특징을 잘 전달하는 이 책을 읽다 보면, 내게 꽂히는 곳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서라기보다는 애피타이저, 길잡이로 분류하고 싶다. 더 깊숙한 여행으로 나아가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말이다.

이 멋진 책의 부작용이라면, 시간과 노력과 돈만 있다면 이렇게 넓고 다채로운 세계에서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데 현실에서는 그러지 못하는 것이 새삼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통해서 즐거운 미래를 위한 꿈을 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