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 그후 500년...

 칼빈이 탄생한지 500주년이 되었다고 세계 신학계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500년... 한 사람은 물론이고 한 기업, 한 민족, 심지어 한 국가의 일도 잊혀지기에 짧지 않은 세월이건만 오늘 날 칼빈을 추모하고, 그의 정신과 신학, 그리고 영성을 기리려는 열기는 오히려 더 뜨겁기만 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칼빈, 그 후 500년’을 펼쳐들었다. 장로교의 교세나 교회수가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교계에서 그의 존재의미는 말할 나위 없다.

 무엇이 이토록 칼빈에 열광하게 만드는 가? 무엇이 그토록 500년 전에 태어난 인물에게 집중하게 하는가? 사실 현대는 변화의 시대이기에 지난 것일수록 옛것이 되어 ‘폐기처분’되기 일쑤다. 신학도 변화의 변화를 (좋은 면에서) 거듭하여서 이전에 알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0년전의 그 먼 옛날의 한 목회자에게 우리는 왜 이토록 집중하고 있는가?

 그 이유를 책을 읽는 과정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그의 참된 정신, 그의 말씀을 향한 순순한 추구, 하나님에 대한 온전한 경건으로 돌아가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개신교가 처음의 어려움을 딛고 카톨릭에 더 이상 어려움을 겪지 않은지 많은 세월이 흘렀다.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로 개신교 교회는 놀라운 부흥을 전 세계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소명과 사명을 가지고 신학교로 뛰어들고 있고 교회의 필요보다 더 많은 주의 종들이 해마다 세워져가고 있다. 먼 나라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이미 대한민국 곳곳에서 교회를 만난다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교회 대형교회도 한국에 즐비하다. 이쯤 되면 우리는 부흥을 이루었다고 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어느 샌가 교회에는 ‘세속화’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언제부터 교회는 ‘개혁’을 외치면서도 개혁하지 못하고 분열하는 아픔을 거듭해오고 있다. 모두가 위기가 올 것이라 경고했고, 이제는 모두가 위기라고 외치고 있다. 교회는 점점 그 경건의 능력과 그 수를 잃어가고 있다.

 상황과 대상은 다르지만 지금 현대 교회, 특별히 한국교회는 ‘제2의 종교개혁’을 꿈꾸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400여년전 목숨을 걸고 불의에 항거하고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상실한 카톨릭교회를 향해 진리의 깃발을 들었던 칼빈에게서 지금 한국교회의 현실의 답을 얻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간에 이 책을 읽으면서 분명한 확신과 소망가운데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칼빈은 그 답을 알고 있다...

 칼빈의 삶은 ‘경건’으로 점철되는 삶이라 표현해도 무리가 없다. 그에게 있어서 ‘경건’은 삶 그 자체였다. 경건의 삶을 위한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 경외, 순종, 그리고 예배, 기도, 지식은 경건이 모호한 영적 개념이 아니라 삶의 실재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책의 내용에서 처럼, “칼빈의 경건을 믿음의 하나님을 향한 측면이며, 믿음이 참 믿음이 되게 하는 본질적 요소이고, 신자들의 삶의 모든 덕목의 그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보증해주는 생성적 힘으로 보았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p.37)."

 그렇다 하나님에 대한 온전한 믿음과 실천이라는 의미에서의 경건을 바탕으로 한 그의 신학은 분명 어지럽고 어두워져가는 한국 목회 현장과 교계에 분명 하나님이 주신 답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끊임없이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교단들은 칼빈의 교회 일치를 위한 주장의 목소리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교회의 표지인 ‘말씀과 성례,’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교리의 구분,’ 그리고 그의 가장 중요한 열정이었던 ‘하나님 말씀의 진리 곧 그리스도의 말씀’에 대해서만 일치한다면 영국의 교회와도, 개혁교회의 일치를 위해서도 노력하였던 그였던 것을 보게 된다. 오늘 날 부수히 분열하는 것도 모자라 (약간의 하나됨을 위해 이제 노력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서로의 교단을 자신 보다 낮게 여기고 폄하하려는 자세는 장로교가 그토록 사랑하는 칼빈의 신학과 모델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이 보인다.

 끊임없이 반목하고 갈등을 빚고 있는 교회는 4중직을 통한 ‘동료적 평등 목회’를 강조했던 대선배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는 4중직을 온전한 평등 목회, 즉 목수목회로 칭하며 합의와 일치가운데 주의 교회가 나아가기를 원했고, 그것을 온 몸으로 실천하였던 목회자였다. 오늘날 지나치게 목사의 권위만을 강조하거나, 당회의 권력을 강조하거나 비약적인 조직을 강조하는 세태가 눈여겨 볼 대목이며 반드시 고쳐야 할 대목이라 생각한다. 이는 4중직 뿐 아니라 기관들의 협력 목회를 강조하였던 그의 가르침에 반하는 것이다.

 자신의 교회나 교단 알리기에 급급한 선교, 오히려 선교지의 선교사들을 힘들게 하는 선교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교계는 칼빈의 선교사상에 다시 한 번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교세확장이나 자리 확장이 아닌 오직 복음 신앙을 증진시키고 일으키는 그의 사상은 결국 하나님이 원하시는 건강한 선교,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는 선교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말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인문주의가 만연한 오늘의 현실과 정치에 줄을 대려는 목회자들, 그리고 정치 참여에 눈을 돌리는 목회자들에게, 또한 오늘날 물질주의에 빠져버린 한국교회을 향해 칼빈은 무어라 말하고 있는지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더욱 마음을 열고 들어야 할 것이고 하루 속히 우리의 잘못을 고쳐야 할 것이다.

 오늘 날 한국교회가 또한 세계의 교회가 건강한 신앙을 가지고 하나님을 예배하고, 복음의 진보를 경험할 수 있게 된 데에는 500년전 하나님께서 이 땅에 보내어주신 칼빈의 영향력이 너무나도 절대적이다. 하나님께서 위대하게 사용하셨던 한 사람, 시대를 거슬러 하나님의 진리를 위해 싸울 수 있었던 한 사람. 말씀에 정통하고 그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몸부리쳤던 한 사람, 오직 참된 경건을 통해 하나님을 사랑하고 섬기려 했던 그의 가르침이 500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도 오히려 더욱 크게 들리는 것은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책이 출간 된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 수 없다. 너무나도 이 책의 출간을 통해서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이 책을 많은 목회자들과 중직자들이 읽어서 다시 한 번 교회의 회복을 바라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해 마지않는다.

 또 한 가지 개인적으로 감사한 것은 하나님께서 뛰어난 신학가들을 이 땅에 허락하시어서 이렇게 완성도 높고, 깊은 통찰이 배인 연구를 우리의 언어로 우리의 신학가들로 이루게 하셨다는 점이었다. 그분들의 귀중한 노력이 없었다면 이 귀한 책의 수혜자가 우리는 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진심으로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어쩌면 ‘목회자’라는 독자가 분명하게 정해진 책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은 모든 기독교인이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특별히 목회자가 아닌 일반 기독교인이라면 이 책을 꼭 주변의 목회자에게 선물내지는 추천할 수 있으면 좋겠다. 칼빈의 놀라운 사상과 신학, 그리고 경건이 이 땅의 모든 ‘장로교’ 목회자들에게 온전히 전달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책의 출간을 통해 부족한 목회자의 한 사람인 나에게도 목회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 그리고 귀한 도움을 준 두란노 아카데미에게, 이 책의 모든 관련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며 부족한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