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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있는 책 표지와 제목에 끌려 집어 들게 된 책 [World Star Musics]는 제목과는 다르게 대중적인 World star에 대한 소개 글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각국의 음악의 기원과 발전을 소개한 다분히 학술적인 음악사에 관한 소개 글이었다. 그것을 알고는 약간 실망했으나 이내 세계의 음악사를 돌아보는 재미에 다시 빠져들었다. 음악은 만국의 공통언어라고도 할 만큼 언어를 통하지 않고서도 사람과 사람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상에 다양한 민족과 역사가 있는 만큼의 서로 다른 다양한 음악이 존재한다. 즉, 아는 만큼 들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저마다 다른 문화와 지역에 바탕을 둔 음악이 존재한다. 이런 타 지역의 음악에 대해 서로간에 제대로 이해하고 또 서로간의 다른 음악의 영향을 주고 받을 때 우리는 좀 더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고 그럼으로써 세계가 하나가 되는 길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Music은 불가산 명사로 ‘s’를 붙일 수 없는 단어이다. 그러나 음악인류학을 연구하는 대다수 학자들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음악들을 의미하는 ‘뮤직스Musics’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필자 역시 그 사실에 차용하여 제목에 Musics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맑은 밤하늘에 수없이 펼쳐져 있는 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고 있는 것처럼 세상에는 다양한 음악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이 책은 자신의 자리에서 빛나고 있는 음악, 그 음악과 함꼐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이해하기 위해 쓴 것이다. ‘ [저자서문 중에서]

책은 라틴아메리카를 시작으로 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순으로 오대륙의 음악사를 연대순으로 소개하고 있다. 오래 전 베네수엘라 친구의 영향으로 살사, 메렝게, 바차타 같이 춤에 연결된 남미 음악에 익숙해있던 나는 라틴아메리카의 음악은 잘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아는 것은 라틴아메리카 음악사의 아주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정말 많은 다양한 음악이 그곳에 존재하고 또 어떤 음악들은 유럽과 아프리카의 영향을 받아 믹스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놀랐다. 읊조리는 듯하며 살짝 업 되는 듯 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선율의 보사노바가 실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의 젊은 지식인 계층의 사회비판의식을 표현한 음악이라는 것도 신선했다. 음색에 혹하여 구입하고서 아직 제대로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는 팬플루트의 기원을 고대의 마야와 아즈텍 문명과 잉카문명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니 그 역사의 장고함에 또 한번 놀랐다. 살사음악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클라베Clave의 리듬이 미국 로큰롤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도 새로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이었다.

다민족 국가음악 중심으로 소개한 아메리카 부분에서는 백인이 흑인으로 얼굴을 분장하고 코믹한 노래를 불러 인기를 모았다는 민스트렐쇼 같은-지금 보기에는 좀 우스꽝스러운-새로운 음악사가 눈에 띄었다. 그밖에 원주민 음악에 대한 소개 및 원주민 음악 경연대회 중 하나인 파우-와우 축제는 엄청난 상금을 걸고 댄스경영대회를 열고 있다는 것도 흥미를 끌었다.

유럽의 ‘세인트 페트릭의 날’에 대한 향수로는 이 날 초록이나 파란색 옷을 입지 않으면 꼬집힌다는 것과 초록색 맥주-먹기에는 좀 겁났던-가 생각난다. 나는 이런 것을 미국에서 접했었으나 이것의 기원이 실은 아일랜드에서 유래했으며 아일랜드의 스텝댄스-우리가 보는 스텝댄스와 다른 꼿꼿이 선 채 바닥이 부서지도록 두드리는-는 오래도록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뉴욕 브로드웨이로 건너와 대성공을 했다고 한다. 몽환적이며 아름다운 선율의 뉴에이지 음악, 유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국출신의 밴드 비틀즈-그들은 영국의 민속음악에 영감을 얻어 3화음에서 3음이 빠지고 가장 아래 베이스음과 맨 위의 5도 음으로 테두리 음만을 사용하여 거칠고 독특한 음색을 기본으로 세계인들의 귀를 즐겁게 할 수 있었다. 포르투갈 식 한의 정서라고 할 수 있는 파두로 표현하는 사우다데-이 설명을 읽고서 파두를 들어봤더니 확실히 뭔가 다르게 들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아프리카 부분에서는 ‘토킹 드럼’이라고 드럼으로 여러 가지 음을 내면서 이것으로 적당히 필요한 메시지를 서로 전달할 수 있다는 소개가 재미있었다. 우리에게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레게가 자메이카가 기원이지만 에티오피아에서 정치상황과 맞물려 크게 발전했으며 잘 알려진 밥 말리도 매우 정치적인 음악인으로 한때는 자메이카에서 추방되기도 했었다고 하니 뜨거운 여름정열과 흥겨운 리듬으로만 기억했던 레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아시아지역에서는 대중음악을 하는 낮은 신분의 음악인들과 궁중음악을 전담하는 고귀한 신분의 음악인으로 확연히 구분된 역사를 가진 나라가 많음을 소개하고 있다. 가믈란과 네가지 대중음악-감부스, 당두트, 크롱총, 자이퐁안을 가지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발전된 음악소개가 흥미로웠고 일본의 가부키 소개 등도 재미있었다.

갑자기 재미있게 읽었던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 A. J. 제이콥스 作-에서 한국 궁중음악인 ‘아악’에 대해 소개하면서 일본의 가가쿠를 참고하라고 오역이 되어있던 사실이 떠오르면서 우리가 다른 나라의 음악사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만큼 우리의 음악사에 대해서도 우리 스스로 바르게 알고 바르게 전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