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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손녀에게 전하는, 사랑을 담은 따뜻한 느낌의 잔잔한 메시지들을 상상하면서 [마음 가는 대로]를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읽어나가면서 때로는 마음이 아프고 때로는 깜짝 놀라기도 하며 때로는 진한 감동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을 처음부터 끝까지 느낄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편안하고 평범해 보이는 인생을 가진듯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누구라도 굴곡이 없는 인생을 가진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 나는 내 인생을 얼마나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사고로 죽은 딸을 대신하여 손녀를 키워왔던 할머니는 손녀가 의절하다시피 하며 떠나버리고서는 갑자기 건강이 나빠진 몸을 홀로 돌보며 손녀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차곡차곡 써 모은 편지들의 묶음을 엮은 것이 이 책 한 권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손 글씨로 편지를 써본 게 언제였던가 싶다. 일기를 쓰려해도 몇 줄 쓰기 힘들고 그나마 며칠 지나면 곧 그만두게 되고 만다. 그러다 보니 생각을 정리를 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성찰하려는 시도는 점점 요원해지는 것만 같다.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위시한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삶에 많은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지만 인간과 인간의 관계 개선에 대해서 만큼은 그다지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조용히 명상하며 나를 돌아보고 또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만한 기회도 시간도 점점 갖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누구나 자신의 아이가 자라서 자신의 뜻을 거스르고 엇나가길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자식이 잘되길 바라고 나름의 방식으로 자식을 사랑할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다 부모의 뜻처럼 자라주지 못함에 할머니의 사랑했던 딸도 할머니의 생각대로 자라지 못하고 많이 나약하고 늘 유혹에 빠졌으며 할머니의 손녀마저도 할머니와 연락을 끊고 만다. 그런 이후로 나중에 –아마도 자신이 죽은 후에- 돌아올 손녀에게 그때 보게 될 편지를 쓰며 이어지는 할머니의 담담한 고백들은 오히려 그 담담함에 읽는 이의 마음을 더욱 흔들어 놓는다. 자신이 사랑 받고 자라지 못했음을, 그래서 자신의 딸만큼은 자신이 자라온 것과 다르게 키우고 싶었고 또 그렇게 했음을…… 그런데도 바르게 자라지 못한 딸로 인해 마음이 아팠고 또 그 딸의 요절에 하늘이 무너졌으나 손녀를 위해 손녀만을 보며 다시 살았음을 고백한다. 또한 자신의 결혼과정, 남편이 아닌 남자와의 진정한 사랑, 거기서 태어난 딸이 손녀의 어머니라는 점, 딸이 그 사실을 알게 된 날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고, 남겨진 손녀는 자라서 어머니를 그리워했으나 부러 딸에 대한 말과 기억을 피했던 연유를 마치 바로 눈앞에 손녀가 앉아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듯 쓰여진 편지 글을 읽고 있다 보니 이 글이 소설이 아니고 마치 어딘가에 살아있는 실존인물이 쓴 글 같이 느껴져서 실감과 공감과 연민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넌 어쩌면 내가 첫 편지에서 했던 말을 이해할지도 모르겠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없다는 것보다 그들과 나누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짐이 된다는 말.” [p203]

우리는 사람의 인생이 유한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너무나 아끼며 살아가고 있다. 말하지 못해서 너무 안타까운 그런 후회를 하고 싶지 않기에… 내게 아직 시간이 허락된 지금 내 마음에 가만히 귀 기울이고, 그러다 내 마음이 진정 말하는 것을 듣게 된다면 그 다음에는 내 마음이 가는 대로 그렇게 흘러가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