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의 소련을 비판한 우화소설 <동물농장>으로 명성을 얻게 된 오웰은 1946년부터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1984>를 집필하여 1948년에 출간한다. 그는 1950년 1월 47세의 나이로 지병인 폐결핵으로 사망한다. <1984>는 <동물농장>과 함께 오웰의 대표작이다. 집필하던 때는 1년 전 아내가 사망하고 가난과 질병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라고 한다. 그래서 본인도 그렇지만 않았다면 좀 더 희망적인 내용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얘기한다. 이 소설은 마지막까지 암울하다.

 <1984>는 어느 한 농장의 동물들을 등장시켰던 <동물농장>을 인간을 주인공으로 넓게 확대해놓은 인상이다. 집필 시기쯤에 태어난 주인공이 39세가 된 1984년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세계는 세 개의 거대한 극단적 전체주의 국가들로 나뉘어 있다. 오세아니아(현재의 오세아니아, 남북아메리카, 아프리카 남부, 영국, 대서양과 태평양의 섬들을 포함), 유라시아(유럽전역,러시아), 이스트아시아(극동, 동남, 중동아시아, 아프리카 북부)가 그것이다. 그 중 오세아니아의 영국 런던이 공간적 배경이다. 세 국가는 지속해서 전쟁을 한다. 두 국가가 동맹을 맺고 나머지 한 국가와 전쟁을 진행하는데 항상 동맹국과 전쟁대상국이 같은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바뀐다. 그렇지만 전쟁은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으로만 지속한다. 전면전을 한다고 해서 승리할 수 있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굳이 더 이상의 영토도 필요 없다. 그저 현재의 권력이 유지되기만 하면 된다. 그것은 세 나라의 권력이 가진 공통적인 생각이다. 그러므로 전면전이 발생할 여지는 없다. 소설이 쓰인 시기는 세계 제2차대전이 끝나고 '파시즘'과 '나치즘' 등의 극우 전체주의가 몰락하고 극좌 전체주의 국가인 소련이 승리한 연합국의 일원으로서 점점 힘을 갖게 되어 냉전상황이 그 틀을 잡기 시작할 즈음이다. 오웰은 <동물농장>에서 말하지 못한 소련 전체주의에 대해 디테일한 모습을 그려낸다. 대신 소련이 포함된 '유라시아'가 공간적 배경이 아닌 '영국'을 포함하는 '오세아니아'를 그 배경으로 극단적인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어디서나 전체주의는 발호할 수 있다는 전체주의에 대한 공포를 배가시키고 그런 사회에 대한 대중적인 경계심을 극대화한다.   

 소설은 3부로 나뉜다. 1부는 오세아니아의 런던에 사는 주인공의 일상적인 생활과 국민에 대한 권력의 악랄한 통제 방법들을 보여준다. 1960년대에 형성된 오세아니아이므로 주인공은 그 전후의 모습을 모두 인식하고 있다. 2부는 주인공의 소극적인 일탈과 적극적인 저항 의지에 대한 부분이다. 3부는 주인공이 좌절하고 포기하고 승복할 수밖에 없는 극단적 전체주의의 잔악성을 말한다. 소설은 흔한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거대집단을 상대로 갖은 고생 속에서도 결국 승리하는 해피앤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계적, 물질적으로 극도로 발달한 현대에서는 권력에 의해 전체주의가 시작되면 이미 끝장이라는, 그러므로 절대로 그런 사회가 올 수 없도록 대중은 권력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전달한다.

 오웰은 소설 안에서 전체주의 권력이 통제의 방법으로 여러 가지를 보여주는데 현재 우리와 비슷한 모습도 보인다. 텔레스크린은 현재의 CCTV, 사상경찰은 민간인사찰, 전 국민의 프락치화, 과거왜곡, 의미가 한정되고 적은 수의 낱말만을 이용하는 신어(新語)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대중 전체의 생각을 한정시켜 무지 속에서 벋어날 수 없게 만드는 일 등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극우 권력에 의해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을 그대로 묵인하게 된다면 소설 속 상상의 전체주의 국가는 우리의 현실이 되고 말 것이다. 흔히 사회주의 개념에서 노동자가 희망이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그마저도 소용없다. 현재의 기계문명 발달이 권력에 의해 전적으로 악용될 때 상황은 이미 끝이라는 것이다. 1984년도 이미 지났고 오웰의 상상 속의 미래가 그대로 현실로 나타나지도 않았지만, 그것이 단지 상상이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을 것이다. 세상은 혁명이 아니라도 조금씩 변한다.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대중은 변화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극우 권력은 그 안으로 침투하고 있다. 대중의 무지와 무관심이 권력의 타락에 가장 큰 영양소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책 속의 메모)

1. 당의 안전성은 사상경찰보다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충성하는 이런 유의 인간들에 의해 유지되는 셈이었다. (36페이지)(그자들도 결국은 '사상죄'로 처형당한다.) => 권력이 거짓을 말해도 그게 거짓인 줄도 모르고, 거짓 여부와 관계없이 맹목적으로 그들을 맹신하는 자들. 결국, 그들도 이용가치가 상실되면 폐기된다. '권력'이라는 거대한 몸을 유지시키기 위한 단 한 끼의 식재료일 뿐이다. 제일 불쌍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2.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53페이지) => 국사 교과서 문제, 언론장악, 과거사 왜곡, 반대정당해산시도 등 권력이 그 유지를 위해 행하는 일들 모두가 이 개념 안에서 진행된다.

3. 어떤 면에서 당의 세계관은 그것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잘 받아들여졌다. 그들은 자기들에게 요구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도 납득하지 못할뿐더러 현재 일어나고 있는 공적인 사건에 대해 무관심하기 때문에 가장 악랄한 현실 파괴도 서슴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무지로 인해 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집어삼켜도 탈이 나지 않는다. 그것은 곡식의 낱알이 소화되지 않은 채 새의 창자를 거쳐 그대로 나오는 경우처럼 뒤에 아무런 찌꺼기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 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은 나머지를 가난과 무지 속에 존속시켜야만 그들의 권력과 부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나머지 대중은 그들을 몰아내려 할 것이기 때문에.

4. 전쟁행위의 본질은 인간의 생명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노동력의 산물을 파괴하는 것이다. 대중을 지나칠 정도로 편안하게 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그들을 지혜롭게 하는 데 사용되는 물품들을 박살 내거나 하늘로 날려버리거나 바닷속 깊이 빠뜨리는 것이 전쟁이다. => 국민들의 생각을 단순화시키기 위한 계략으로써 전쟁과 불안조성은 최고다. 외부적인 위험을 극대화함으로써 내부위험을 잠재우려는 지속적인 전쟁위협이 바로 평화라는 개념이다. 사실상 권력은 적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음을 알고 내부를 핍박하는 것이고, 무지한 대중은 권력에 의해 골 속을 갉아 먹히고 있으면서도, 그저 외부의 적으로부터 지켜주시는 권력님께 감사인사드리기 바쁘게 되는 것이다.

5. 상.중.하층 계급의 목표

 - 상층 : 현재 상태의 고수

 - 중간 : 상층 계급으로의 상승

 - 하층 : 단조롭고 고된 일상만을 의식, 모든 차별 폐지 요구,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사회 건설

=> 각 계급 간 목표는 항상 상충하며 유사 이래 본질에서 똑같은 투쟁이 끊임없이 반복됨.

   지금까지의 혁명은 단지 새로운 상층부가 권력을 가진 것 말고 본질에서 변하지 않음.

   프랑스 혁명, 미국 독립, 러시아 혁명 등

1984, 조지오웰, 동물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