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중반에 쓰인 소설이다. 당시 미국은 세계 제1차대전이 끝나고 정신적인 부분에서는 조금은 맥이 빠진 상태였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는 서구 문명에 대한 회의적인 분위기가 휘감았으며, 재즈에 심취하고 자동차에 열광하던 시기였다고 한다. 반면에, 1920년대 미국은 유럽과 달리 경제적으로는 눈부신 성장을 이룬 시기다. 1922년~29년 사이 주식의 수익증가율이 100%가 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의 화자인 '닉 캐러웨이'도 주식과 관련된 일을 하기 위해 뉴욕에 온다. 이 경제적 붐이 결국 월스트리트 증권시장의 몰락으로 경제 대공황을 불러오게 된다. 또한, 경제적 급성장과 함께 금주법이 시행되던 시기이며 따라서 그와 관련된 밀주업이나 사기 등 온갖 범법행위가 횡행했고, 어쨌든 그걸 통해 막대한 부를 이룬 사람들이 생겨나게 된다. 주인공인 '개츠비'가 이렇게 부를 축적한 사람 중 하나이다. 많은 외국의 고전소설과 시대소설이 그렇지만 이 소설 역시 20세기 초 미국의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거기에 원어가 아닌 번역된 책을 본다면) 그저 일반적인 스토리를 가진 중편소설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당연히 나 역시 책과 영화를 모두 보았지만,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출간 당시부터 지금까지 미국 문학을 대표하고 있으며 완벽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번역이므로 크게 느낄 수 없지만, 산문시같은 표현들. 전문가가 아니어서 역시 잘 모르겠지만, 소설의 기법도 이전의 작품들과 차별화된다고 한다.

 소설은 그 안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는 한 인물이 화자가 되어 개츠비와 그 인물을 둘러싼 인물들에 대해 얘기를 하는 형식이다. 공간적 배경이나 주인공들의 성장배경과 과거 행적, 생각들은 1920년대의 미국사회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미 부(富)를 가졌지만 꿈과 희망은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과 반면 과거의 꿈과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 온갖 범법을 통해 부를 획득한 사람. 순간의 쾌락을 좇는 사람들과 쾌락을 즐기는 타인들을 바라보면서도 자신은 과거와 꿈과 환상을 다시 되돌리고 싶어 하는 사람.  한 사람이 가진 배경만을 동경하는 사람들과 사람 자체에 대한 존경심을 가진 사람. 소설 안에서는 미국인일 경우 느낄 수 있는 느낌들이 더 들어 있겠지만, 일반적인 타국인으로서는 많은 것을 느끼기에는 좀 무리가 따를 것 같다. 어쨌든, 미국 개척 초기 청교도적인 정신세계가 사라진 사회에 대해 비판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크다고 생각한다. 여하간, '위대한'의 의미는 잘 모르겠다.

 소설을 보기 전에 디카프리오가 개츠비로 나오는 영화를 먼저 봤다. 소설 자체가 그다지 긴 내용도 아니고 에피소드도 많지 않은 간단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보니, 소설 내용이 빠진 게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그대로 영화에 표현되었다. 소설을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디카프리오가 대단한 연기력을 소유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일부러 영화를 먼저 본 것인데, 영화화된 소설은 소설부터 먼저 읽는 것이 소설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 속에서의 배우나 그 배우의 연기, 또는 사실과는 다를 수 있는 영화 속 화면이 자꾸 오버랩되는 현상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나게 되어 소설 자체 상황의 진의를 감상하는데 방해가 된다.

 작가 피츠제럴드에 대해 간략히 말하면, 작가로서 20대 초에 이름을 알리게 되고 아내와는 한 번 파혼한 후에 다시 결혼하게 되며, 부부가 파티문화에 심취했다고 한다. (소설 속 '데이지'는 아내를 모델로 한 것으로 보임) 아내는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다가 결국은 정신병원 화재로 사망했다고 한다. 본인은 그 전에 45세에 사망하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한 단편작업활동을 많이 하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망한 탓에 장편소설은 5편, 단편은 160편 이상 된다고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쓰였다고 하지만 단편 중에서도 뛰어난 작품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피츠제럴드의 다른 소설을 굳이 다시 읽을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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