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을 볼 때, 그 시절을 어떻게 견뎠을까? 싶을 때가 있다. 한국전쟁 전후로 자주 등장하는 소설 속에 정신줄 놓는 어머니나 아버지가 등장하는 이유. 중고등학교 때는 그저 소설 속 하나의 인물로만 보였는데, 우리나라를 이해하고 돌아보면서 그렇게 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보였다. 서체로도 유명하시지만, 말과 행동, 그 괴리감이 없을 것 같은 어른. 그래서, 이미 다른 책에서 본 말인데도, 이 책에서 만나는 이야기들이 반가웠다.

 

    신영복.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 아직 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대표적인 책제목으로 이야기되지만, 내용 그 자체만으로 오류를 감추는 책)도 모르는 사람도 있다. 특히, 나이가 어리다면.^^ 참이슬이 우세한 상황에서 '처음처럼'의 글씨를 이야기해야 그나마 고개를 끄덕끄덕. 어쨌든, 개인의 삶의 지난함보다 사람이 어떻게 살고,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손으로 가리키는데, 한 눈에 다 설명하는 이야기. 이 작은 책 안에 담겨있다.

 

    이야기 다음으로 이어지는 패널들과의 토론도 인상적이다. 일방의 이야기만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른 일방의 이야기를 듣고 갸우뚱하다가 자신의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마지막 부분이다. 보면서 읽는 부분. 한참동안 책을 응시하게 된다. 시끄럽고 복잡한 지하철 중간에 서 있어도 부지런한 다람쥐만 오고가는 고요한 새벽산길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책이 주는 공간감.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띄우는 어른의 이야기.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시냇물'의 마지막 노래구절처럼 오늘보다 내일 더 넓은 곳으로 가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자기응시의 시간이 된다. 上善若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