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 산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생명이 있다는 것. 이 말은 가볍지 않다. 그래서, 이런 말은 다큐에 더 어울리는 말이고, 책으로 일부러 보기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기 마련이다. 그런데, '통섭'이라는 말이 붙었다. Consilience! 저자의 이름만 보고 그저 과학분야의 책이려니 하고 넘어갔던 것 같다.

 

    그런데,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과 '여수 밤바다'를 들으면서 과연 봄꽃이 지닌 생명력이 무엇인고, 밤바다의 색채가 주는 인간성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고, 그러다보니 자연히 자연에 관한, 혹은 생명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 책을 대하는 마음, 만화책같다는 것. 어쩌면, 우리나라에 시집만큼이나 인기없는 과학 혹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한 편집과 출판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일지 모른다. 그래서 다가가기 더 편하고 읽기에 부담없다.

 

     자연철학의 입장에서 본 사회, 삶, 인간, 생명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소개되는 책들과 함께 읽어 볼 책들이 견고한 성을 이루면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책을 파는 느낌이 아니라 친구를 소개하는 느낌이 들게 한다. 한 다리 건너 만나는 사람과 첫인사하는 느낌. 혹은 알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는 반가움같은.

 

    진화에 관한 입장에 관한 이야기는 종교가 있는 사람에게는 좀 꺼려지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진화와 창조의 대결구도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하나의 시점에서 다른 것을 인정하거나 받아들인다는 것이 껄끄럽기 때문에. 그런데, 일단 일고 관점을 이해하고 매도하지 않는 것, 이 책이 주는 매력이다.

 

    이 책은 철저하게 애피타이저, 3개의 메인 디쉬, 디저트로 생명을 이야기하고 일품과 퓨전의 형식으로 구분하여 가족, 여성, 경제, 정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자신의 관심분야가 무엇이든, 한 곳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시선을 둘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이 책에 관심있을 사람, 대중문화인인 이효리 씨의 사회적 역할에 공감하는 사람들, 생명의 귀함을 알고 싶거나 깊이 체감하고 싶은 사람들, 책에 관한 지평을 넓히고 싶은 사람들.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그 모든 사람들.^^ 무엇보다 비빔밥, 혹은 돌솥비빔밤. 아니면 보리밥에 고추장을 살포시 얹어 구운김이나 야채쌈만으로 한 끼를 행복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