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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장르 소설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SF 소설은 나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놀라운 이야기가 가득 찬 한 편의 판타지로 생각되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놀라운 사람 중에서 필립 K. 딕은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유명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몇 편의 헐리우드 영화의 원작을 썼기 때문인데, 그 중에서도 나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주연한 '토탈리콜 (Total Recall)'을 30번도 넘게 보았던 것 같다. 그의 불행했던 실제의 삶이 어쩌면 그토록 놀라운 상상력을 자극했을 것이고 환상에 빠져들게 만들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에 폴라북스에서 12권으로 필립 K. 딕의 선집이 출간되어, 단편적으로만 머리 속에 들어온 그의 작품세계를 자세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그 선집의 첫번째 작품이 '화성의 타임슬립'이다. 1964년에 발표된 이 책은 필립 K. 딕의 1960년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인데, 그 배경은 지구로부터 떨어진 개척행성인 '화성'이 그 배경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화성'이 현실의 태양계의 '화성'과는 다른 이질적 공간으로 여러 다양한 개척민 부류가 거류지를 형성하고 있으며 척박하고 메마른 대지에는 언제나 물이 부족하다.

지구와 달리, 이질적이고 투박한 이 행성에서 사람들의 삶과 무게는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수자원노동조합장인 어니 코트가 보이지 않는 권력을 가지고, 척박한 행성의 물자부족은 잭 볼렌과 같은 기계 수리 기사의 중요성을 그리고 슈타이너와 같은 암거래상이 생겨나게 했다. 인간의 삶이란 그가 자리잡은 곳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UN의 화성에 대한 개발계획 수립 그리고 이에 따른 부동산 투기와 같은 변화가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는 어니 코트에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일 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모두 자기가 가진 것을 지키려고 하지만 그 중에서 권력욕에 대해서는 병적일 정도의 집착이 있는 것 같다. 노버트 슈타이너가 자살한 후, 자폐증을 앓고 있는 만프레드의 특수한 예지능력을 이용하여 기득권을 유지하려 했던 그 처절한 시도는 결국 산산히 부서져 버렸다. 결국 어니 코트는 삶을 잃었지만 여전히 환상 속에 자신이 있다고 믿어 버리는 서글픈 착각은 허무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다. 어느 것이 진짜 현실이고 착각일까?

화성 원주민과 사라져버린 만프레드가 시간을 거슬러 나타났을 때, 나는 문득 개척민의 시대는 끝나 버렸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아마도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화성의타임슬립, 필립K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