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 인문학자의 눈으로 본 성서, 그리고 한국 기독교

저 : 김경집 ㅣ 출판사 : 시공사

발행일 : 2013년 06월10일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인간에게 의지를 준 것은 신이 아니라 이성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이성에 대해서 그것을 절대적으로 신뢰할만한 것인지 수많은 사람의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나는 여전히 합리적 이성만큼 우주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종교를 어떤 식으로 조소하더라도 나에게는 종교는 항상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 근 현대사에 매우 큰 관련이 있는 기독교는 가장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곤 한다. 인터넷 상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는 종교가 주로 ‘기독교’인 것을 보면 우리 사회와 사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책의 주요 대상이 되는 한국 기독교에 대한 인상은 불행하게도 서울 명동 거리에서 不信地獄을 요란하게 외치는 불편한 모습일 뿐이다. 물론 내 자신도 그 행위 자체가 같은 기독교인 조차도 꺼리는 모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자동적으로 구축되고는 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 교회 스스로의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면, 갈수록 信心이 옅어지는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의 갈 길이 앞으로 매우 험난하고 어렵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내가 죽기 전에 그 몰락을 볼 수 있지도 않을까?

 

지은이는 이러한 기독교의 위기를 예수와 성경을 제대로 읽음으로써 종교가 가지는 참된 의지를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공동체의 성격에 따라서 성격에 차이가 있는 4개의 복음서 (Gospel)는 예수의 행적이 기록되어 있어 그의 가르침과 삶을 관한 가장 직접적인 서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복음서에는 예수의 비유가 많은데 이는 신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한 것으로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앙의 눈과 귀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다면 자의적 해석이나 오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복음을 실천한다는 것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며 하느님 나라는 삶을 통한 꾸준한 실천으로 가능하다. 지은이는 실천 없는 자기구복의 신앙은 비겁한 신앙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구현하는 데 앞장서고 참된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기도는 단순한 청원이 아니라 기도를 통해서 자신의 현실과 미래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신과 교통을 통해 자기 안에서 동기와 원인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신앙체험이다.’라고 밝힌다. 결국 기도는 자기구복적 제례라기 보다는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기 위한 자기 반성과 성찰의 방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하느님 나라는 특정 공간 개념이 아니라 삶을 지배하는 정신과 방향성을 의미한다.’

 

한편 우리는 부활은 죽음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이 죽음은 육체적 죽음이 아니며, 과거의 잘못된 삶을 반성하고 그것을 복음을 실천함으로써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봐야 된다. 이러한 개혁은 자신의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그 허물을 벗어 던지는 것에서 시작된다. 한국 교회가 예언자의 역할보다는 예수가 일찍이 비판했던 제사장의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안타까운 현실인가.

 

근 현대사에 들어온 기독교가 미국의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였기 때문에 한국 기독교가 그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은 일견 어쩔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교회가 보수적인 성격의 복음주의를 바탕으로 사회에서의 마지막 양심조차 지키지 않고 수구 보수세력과 야합하여 권력화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실망과 분노의 반응밖에는 남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지은이가 이야기를 한 바와 같이 그들 스스로는 예수의 이름을 빌린 마케팅에서 벗어나 참된 예수의 말과 성경을 따라야 되지 않을까? 하지만 쉽게 변하지 못할 것이며, 그것은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하나의 역사적 산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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