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왕 / 니콜라이 바이코프 지음 / 김소라 옮김 / 아모르문디 펴냄

우리에게 호랑이라는 존재는 참 특별하다.

지금 우리 생활에서야 쉽게 볼수 없는 동물이지만, 오래 전부터 각종 이야기나, 그림등의 소재로써

우리들의 곁에 항상 같이 했던 존재라고 할수 있다.

때론 무서운 맹수로써, 때로는 우리를 지켜주는 수호신의 존재로써 호랑이는 오랜세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참 친근한 동물로써 각인되어 왔다.

그런 호랑이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는 수없이 많지만, 이 책은 단순히 보여지는 호랑이로써가 아니라, 직접 느끼고

이야기하는 주체로써의 호랑이를 말하고 있다.

마치 김훈이 만들어 낸 개 보리처럼 이 책에서 또한 니콜라이 바이코프라는 작가에 의해 한 낫 맹수로써의

호랑이가 아니라, 위대한 왕으로써의 호랑이가 탄생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무척이나 유명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보기는 커녕 제목조차 처음으로 접했으니 참 신기할 따름이다.

러시아 출신인 작가가 만주의 밀림으로 들어가 30년간 살면서 관찰해온 호랑이를 보고 써낸 작품이다.

호랑이에대한 집요하고 치밀한 관찰기의 차원을 넘어서, 호랑이의 눈에 비친 세상을 놀라울정도로

호랑이 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그 점이 이 책의 특징이자 놀라운 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위대한 왕의 피가 흘렀던 호랑이는 새끼시절부터 다른 호랑이와는 다른 특유의

카리스마를 표출한다.

그것은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것도  아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위대한 자연의 법칙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들이다.

어미의 뱃속에서 나와 나약한 새끼로부터 위대한 왕이 되기까지의 치열한 과정과,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심리적 갈등, 분노의 표현은 오랜시간 자연과 더불어 생활했던 작가의 시선이 그대로 녹아있는듯

아주 섬세하게 느껴졌다.  

자연의 법칙에서는 전혀 두려울 것이 없었던 이 위대한 왕에게 최고의 시련이 다가오니 , 그것은 바로

문명화라는 이름아래 무참히 자행되는 인간의 폭력이다.

그것은 단순한 위대한 왕에 대한 도전이 아닌, 그 누구도 깨트릴수 없는 숭고한 자연의 법칙에대한

무례한 도전이었다.

위대한 왕의 죽음은 단순한 밀림의 우두머리로서의 멸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느 누구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것이 아닌 자연그대로의 생존법칙에 의한 소멸이라면,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질 일이지만, 인간이라는 최상위의 포식자이자 파괴자의 등장으로 인한

폭력이라는 점이 단순한 호랑이의 죽음이 아닌 자연이라는 거대한 존재감의 상실을 말하는 것이고,

그 중에는 당연히 인간이라는 존재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파괴의 연속이라고 할만큼 수많은 파괴와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그중에는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이 땅에 자리잡은 자연이라는 선배들을 무참히도 짓밟고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자각해야 할 것이다.

만주를 호령하는 위대한 왕으로써의 한국 호랑이는 이젠 더이상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다는 것이

무척이나 슬픈 현실이며,

동물원 우리속에 갇혀 있는 그 들의 후예또한 그 어디에서도 예전의 기상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들의 야성을 몰살시킨 것 또한 우리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서이니, 그 탐욕의 끝은 상상하기 조차도

힘들어진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 하지 않고, 내가 조금더 우월하다는 것을

굳이 나타내고자 하는 그릇된 자만감이 팽배해있는 이상 , 우리들은 어디에서도 위대한 왕과의 조우는

힘들것이며, 그것은 나 자신의 파괴를 위한 몸부림임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고, 떠들고 다니는 폼이라니. 어디 니들끼리 한 번 잘 살아보라고.

 우리들은 인간이라는 못된 동물들이 없는 좋은 나라에가서 행복하게 살테니.

 어디한번 언제까지 잘 먹고 잘 사는지 두고보자고 !"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들 곁에서 사라져가는 수 많은 위대한 왕들의 분노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