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날들이 명화 보기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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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에서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제 마음이 꽂혔어요. 이 책 꼭 보고 싶다고요.

그러게요, 어느 특별한 날만 미술관 가서 폼 잡고 유명한 화가의 명화를 보는 게 아니라

언제든 내가 가서 만날 수 있는 명화,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명화를 대한다는 자체가

어찌나 설레는지요.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명화를 편하게 볼 수 있게 다리를 놓아 준

​이소영 저자의 글 솜씨와 해박한 지식에 감탄하면서 가을 독서에 빠져 보았습니다.

​<출근길 명화 한 점>에 이은 두 번째 책 <명화 보기 좋은 날>이에요.

 

 

 

 <출근길 명화 한 점>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7 파트로 나누어 저자의 에세이 속에 명화와 화가,

그리고 미술사조까지 잘 녹여내었다면, <명화 보기 좋은 날>은 우리가 살아가는 나날들 중

마음이 피곤한 날, 열정을 찾고 싶은 날, 누군가 그리운 날, 자신감이 필요한 날, 혼자 있고 싶은 날,

사랑하고 싶은 날, 감성을 키우고 싶은 날 등을 7 파트 삼아 메말라 비틀어진 우리의 영혼을

말랑말랑하고도 촉촉하게 해 줘요.  "세상이 나에게 그 무엇도 주지 않는다 해도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해 준 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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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이나 음악도 그렇지만 명화 역시 그 작품을 그린 화가의 인생을 알면

​훨씬 더 친근한 느낌이 들고 공유한 작품 배경과 상황으로 이해가 빨라지는 걸 느껴요.

게다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으면 그냥 지나칠 그림도 저자의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에

​다시 한 번 보고 또 들여다보게 되면서 새로 알게 된 지식의 즐거움도 더하네요.

​몬드리안이 그린 <브로드웨이 부기우기>도 그냥 볼 때는 세로 가로의 복잡한 선과 면들의 결합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결벽증에 가까운 깔끔한 성격하며 2차대전을 피해 뉴욕으로 온

그가 본 도시의 거리인 '브로드웨이'와 재즈 음악인 '부기우기'를 합성하여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설명을 읽고 다시 보니 재즈 듣고 춤추면서 빌딩 위에서 내려다보는 뉴욕의 풍경이란 상상이

마구 되는 거 있죠. 거 참, 신기하기도 하여라~​ 도슨트 선생님 잘 만나 횡재한 기분이에요^^

점묘법으로 2년을 공들인 쇠라의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가 이리 저리 굴러 다니다

시카고 미술관에 기증되어 ​오늘날 그곳에 가야만 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사연하며

그림 테두리를 확대해 보여준 정교한 집합의 점들 인증에 저도 깜짝 놀랐어요.

​<이삭 줍는 여인들>, <만종>으로 유명한 밀레의 작품 중에서 <봄> 도 그래요.

그림만 보면 봄 풍경화인갑다 하고 넘어갈 것을,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놀라워요.

다시 두 눈 부릅뜨고 그림을 보니 아! 소나기를 피해 나무 밑에 서 있는 농부가 보이는 거 있죠. 

그림 속 다양한 봄의 시간을 통해 저자가 발견한 삶의 철학도 멋져부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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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있는 곳 자세히 둘러보기.

    남들과는 다른 나의 계절을 인정하기.

    그리고 모두가 가진 다른 속도의 봄을 인정해주는 우리가 되기."

​                                                                            - PART 1. 마음이 피곤한 날에 p. 29쪽 중에서 

 

 

 반갑게 우리 나라 화가들도 소개되고 있는데요.

사무치는 그리움을 그림으로 남긴 이중섭의 이야기와 그림들.

현대미술 편에서 박종화, 정보경, 박진성, 하지현 화가의 작품과 그 세계를 다루고 있어요.

​몰라서 못 느꼈지, 알고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그려.

​무슨 왕바나나를 안고 해변을 걷나 했더니 아~ 이런 의미였구나요!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 한켠에 그럴 듯하게 서 있는 돌하르방을 숨은그림찾기로 발견한 즐거움하며,

우중충한 가을비에 젖어 가라앉은 나를 알록달록 채색된 거실로 순간이동시켜준 놀라움에 더해,

제일교포3세로 살면서 정체성의 혼란과 서러움을 철새에 빗대어낸 통찰하며,  

괜찮다, 괜찮다 빙그레 웃어주고 토닥여주고 안아주는 어른 속 아이 모습에 위로가 되는

저자의 명화 이야기 보따리에 저도 덩달아 행복해집니다. 힐링 독서 제대로 했어요.

 

 

   공공미술을 다룬 작품들도 흥미롭게 읽었어요.

시민 천 명의 참여로 만들어진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의 <크라운 분수>랑

비난의 중심에서 사랑받는 설치작품으로 변신한 <클라우드 게이트>도 구경하고요. 

딸냄과 청계천 지나가면서 저게 소라인지 나선탑인지 긴가민가 했는데

35억짜리 조형물 <스프링>이 여러 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세워진 내막도 알게 되었어요.

​"미술관에서 얌전히 관람객을 기다리는 작품이 아닌 함께 놀고 호흡하는 친구"로서의

공공미술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껴 보았답니다.

 

 

   이 외에도 ​화가의 뮤즈와 연인, 친구, 그리고 가족들의 이야기를 속닥속닥 풀어주고

​왜 이런 작품이 나왔는지 설명해 주는 저자를 졸졸 따라다니며 '가방 속 특별한 미술관' 구경해요.

무엇보다 저자의 에세이를 간간히 여러 형식으로 풀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더하는 듯해요.

세잔이 쓴 투의 편지글, 마네의 모델이었던 빅토린 뫼랑의 하소연, 고흐와 친했던 아버지를 기억하는

아이작 이즈라엘스의 회고글, 로세티의 부인이자 라파엘 전파의 뮤즈였던 엘리자베스 시달의 사연을

그들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준 덕분으로 더 생생하게 그 시대의 사람들도 만나볼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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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화에 대한 또 어떤 보따리들이 세 번째, 네 번째 이야기로 엮어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요.

​이소영 선생님, 앞으로도 명화와 화가와 그의 사람들을 계속 만나게 해 주시길 부탁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