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엄마>, 제목부터가 쓰인 어감이 다르죠.

한국 사람들은 특히나 "내 엄마가~"라는 말보단 "우리 엄마가~" 하고 말하잖아요.​ 

책 표지를 보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맞추기 놀이 했는데 딸냄도 저도 틀렸어요.

딸냄은 엄마하고 오해가 생겼다가 푸는 이야기일 것 같다고 했고

저도 별 생각 없이 엄마와 딸 사이에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풀어낸 게 아닐까 했는데

우리의 예상을 모두 빗나가버린 전혀 다른 전개였구나요!

 

 주인공 '현지'는 태어난 지 여섯 달 만에 입양된 아이입니다.

엄마 아빠가 공개입양을 해서 친척들과 주변 사람들도 모두 현지가 입양아라는 걸 알지요.

​나중에 커서 자신이 입양된 것을 알게 되면 충격받을 수 있다고 어릴 때부터 미리 이야기해 준 건데

그게 당사자인 현지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될 거라고는 읽는 저도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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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저학년 때는 통합교과 시간에 가족에 대해서 종종 발표도 하고 글도 써가잖아요.

가족 사진을 들고가 교실에 전시하고 '우리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수업이

되려 원망스럽고 힘든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처로운 순간이 현지에게 다가와요.

​그런데 이야기는 전혀 무겁지 않게 흘러갑니다, 바로 '미나' 때문인데요.

ㅎㅎ 이 친구, 상당히 재밌는 캐릭터에요. 완전 애정해 주고프다는....

미나는 미스코리아처럼 예쁜 엄마와 뚱뚱보 모습의 자신의 사진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요.

엄마와 닮지 않았다는 이유로 ​투덜투덜인데 알고 봤더니 성형한 미나 엄마는 그저 당당할 뿐이고,

미나도 나중에 칼 대면 해결된다는 외모지상주의의 끝판을 보여주고 계셔요.

벋드~ 미나대로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는 연구 대상감으로 나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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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에게만 살짝 자신의 입양 사실을 이야기한 현지.

현지의 비밀을 안 미나의 한숨 섞인 말에 아마 모든 독자들이 웃음빵 터졌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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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진짜 행운아다. 너네 엄마한테 입양됐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우리 엄마한테 입양됐으면 어쩔 뻔했어?

   나처럼 맨날 성형수술의 공포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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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 덕분에 무거운 분위기는 살짝 걷힌 느낌이지만 그래도 현지의 마음은 안개 속이지요.

​사진첩에서 우연히 발견한 낯선 사진 한 장 속 소녀가 자신을 낳아준 엄마일 거라고 믿은 현지는

​외할머니를 마중 나가는 자리에서 사진의 배경 어디쯤을 찾아 헤매다 길을 잃게 되요.

​어쩌면 좋으냐고 걱정하는 독자들을 위한 이야기의 반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ㅎㅎ

​무슨 큰일이라도 날까 하는 염려는 붙들어 매고 끝까지 읽다 보면 마음이 찡해져요.

 

입양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때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었어요.

입양아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마음을 알 수 없듯 현지를 통해 그런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었던

소중한 내용이었어요. 나를 낳아준 분이든, 키워주는 분이든,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 하는 가족이어서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참, 이 책 보고 현지 아빠가 삐치지 않을까요. '내 아빠' 책도 있어야 하려나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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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냄이 마음에 들어한 대목은 바로 현지가 이야기를 새로 만들어 낸 마지막 부분이에요.​

​커가면서 심술 부리고 투정하며 제멋대로 행동하다 집에도 들어오지 않던 현지 공주가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박선영 엄마를 보곤 그만 엄마한테 달려가서 하는 말 한 마디가 제 맘을 울리네요.

 

저도 딸냄을 꼭 안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속삭여 주었죠. "딸, 고마워. 내 딸이어서..."

앞으로 딸냄과 살아가는 나날들이 매일 웃을 수만은 없더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