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던 소설을 읽은 계기로 이젠 나름 '독서광'이 되 버린 나도 가끔은 이런 궁금증이 들 때가 있다. 저 리스트에 올라 있는 책들은 정말 좋은 책일까? 그리고 좋은 책을 선별하는 기준이란 대체 무엇일까? 또한 역사와 사회과학 분야를 즐겨 읽는 나에게 가장 곤혹스러울 때가 학계의 논쟁과 대립을 마주할 때인데 이 책은 그러한 상황에서 독자가 취해야 할 자세와 책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 그리고 흔히들 알고 있는 고전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며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 첫번째 주제로 포르노소설과 프랑스대혁명의 발발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며 사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위대한 고전은 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며 오히려 당시 금서로 낙인찍힌 바 있는 포르노그래피, SF소설이 그 기원에 있다고 말한다. <사회계약론>과 <철학 서간>으로 유명한 루소와 볼테르가 그 실례인데, 루소는 <신 엘로이즈>, 볼테르는 <오를레앙의 처녀>라는 다소 음란한 연애 소설로써 불평등한 계급과 사회 제도에 대해 당시 노동자들과 독자들에게 '인권'에 눈을 뜨게 한 동기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포르노 소설을 통해 남녀 평등, 나아가 사회 구조의 부당함을 깨우친 민중들이 결국엔 혁명을 이끌어냈다는 설득력있는 이야기다.

 

두번째로 당시에는 너무 어렵게 쓰여 거의 읽히지 않았다고 전해지는 과학고전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를 예로 들며 요약본과 번역서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아무리 독창적이고 최초의 그 무엇이라도 대중적으로 다가 설 수 없는 전문서적이라면 그것은 저자의 수준을 따라갈 수 있는 이 만을 고려한 이기적인 책이 아닐까. 마치 뉴턴의 <프린키피아>처럼.

 

이어지는 세번째 주제는 고전에 대한 무조건적인 받아들임에 대한 지적이다. 여기서는 '소크라테스의 문제'와 <논어>, <성경>을 예로 들어 고전의 해석은 세월의 흐름과 각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번역, 편집되는 과정에서 누락, 첨가되었을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고전 그 자체의 보다는 시대의 맥락과 상황, 역사적 의미에 중점을 두고 비판적으로 읽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본성과 양육에 대한 논쟁을 다룬 네번째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운데 진화생물학과 동물의 심리, 날 때부터 우월한 유전자가 따로 있다는 우생학 이론 등 역사적으로 대립의 세월이 길었던 이 분야는 '인간은 태어나는 것인가 혹은 만들어지는가' 와 같은 유전과 학습에 관한 실험과 결국에는 그러한 논쟁이 낳았던 나치학살의 비극, 그리고 비윤리적 판단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하게 한다.

 

책은 한 사회와 국가에 대한 통치 도구이자 때론 그에 대해 반항적인 정서형성, 그리고 파괴와 약탈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책의 이런 이면적 속성은 정치적으로 유용하나 한편으론 두려운 대상이 된다.

어린 시절 공부의 압박에 못 이겨 달달 외웠던 교과서와 세월이 지나 내 의지로 한권, 두권 독파해 나간 책들은 그 의미부터가 다르다. 독서 권장은 한 개인의 자기 성찰과 가치관 확립의 일환으로, 저자의 서문처럼 절대 타의에 의해 즐거움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또한 책의 세뇌와 지식 획득의 두가지 성격으로 설명될 수 있다. 무조건적인 다독이 좋은 것으로 인식되는 요즘, 한권이라도 정독하여 내 것으로 만들고 때론 활자를 의심하며 읽는 자세가 나와 모든 애서가, 독서광들에게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