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책상, 의자, 식탁 등의 가구가 완제품이 아닌 조립식 제품 혹은 반제품 상태로 운송되어 판매되어지는 형태가 등장했다. 물론 이는 운송과정상에서의 파손과 노동력 절감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 이 책에 등장하는 가구업계의 DIY 선구자 이케아가 나오고 나서부터는 이는 대중들에게 딱히 '내가 만드는 가구', '내가 참여하는 가구'가 되어 고객을 판매에 참여시키며 동시에 만족까지 시키는 결과까지 낳았다. 이렇게 자사의 이윤창출을 위해 고객을 부려먹으며 그 고객은 또한 알 수 없는 뭔가의 매력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마력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그 기업의 창업자의 생애와 이념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잉바르 캄프라드. 1926년생으로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신이 만든 이케아라는 가구기업이 세계 곳곳에 새로 오픈 할 때마다 몸소 방문하고 시찰한다. 그는 어렸을 적 독일계 할머니와 아버지 밑에서 근검절약하는 습관을 이어받고 천부적인 장사체질로 통신판매업을 시작했다. 그의 전폭적인 지원자는 다름아닌 할머니였다고 한다. 그는 젊은 시절 나치즘에 잠시 빠져든 때도 있었다고 한 때 고백했는데 그것은 할머니의 영향때문이었을거라고 추측한다. 이케아의 근본 정신은 박리 다매이다. 그리고 사원들과의 평등, 그리고 근검절약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금절세까지도 연결되는데 그것은 조세피난처로 그가 스위스 등지로 떠돌았던 이유이기도 했다.

 

캄프라드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대중적인 디자인이다. 그 누가 구경만 하는 디자인은 아무 쓸모도 없고 예술적인 감각을 아무리 지니고 있어도 적은 돈으로 모든 사람이 적당한 공간에 부담없이 들여놓을 수 있는 평범하고 단순한 디자인의 가구가 그는 최고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최고의 질도, 최고의 재료도 원하지 않는다. 가능한 원가를 최대한 낮춰서 그것을 박리다매로 고객에게 파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말한다. 모든 것에 있어 최고의 질만 따지는 현대인의 눈으로 볼 땐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내구성이나 품질에는 타 사와 비교하여 전혀 뒤떨어짐이 없다고 했고 그것은 실험으로 인해 검증된 사실이다. 이런 이케아의 불편을 고객에게 전가시키고 세금을 피하는 듯한 이미지는 때론 언론에게 나쁘게 비치기도 하지만 언제나 싸고 저렴한 가구를 생산하는 이 기업에게 언론보도와 창업자의 과거사 폭로등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연의 공기가 정화되듯이 늙은 이 기업의 창시자는 순순히 자신의 오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더욱더 두터운 신임을 얻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신기하게도 이케아는 안개 속에 가리운 기업이다. 파헤치면 헤칠수록 그 이면을 알 수없는 모호한 기업. 캄프라드는 자신의 사후에 기업의 증발을 염려하여 여러 재단과 국가등에 그 권리를 분리하여 위임하고 자신의 아들들마저도 완전히 신뢰하지는 못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오로지 '이케아'를 위해 태어난 인물 같았다.

오늘날 자신의 집에 이케아 가구를 하나쯤 들임으로써 가구 유행에 뒤쳐지지 않았다고 내심 자부아닌 자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먹는 밥의 받침대. 책의 받침대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은 해 보았을까. 이 책을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