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디자이너라 좀 낯선 느낌이다. 작가의 말대로 의식주에 관계된 것이 아니어서 필요하다기보다 가지고 싶어서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주얼리이기에 좀 생소하게 느껴진다. 여자라면 빛나는 보석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만 그것이 꽤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보석을 구경하는 것을 마다할 필요가 있을까? 여기 그녀가 소개하는 유럽의 여러 브랜드들의 매장을 직접 방문한 듯 상세한 이야기와 카탈로그를 보는 듯한 사진들로 설레는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한정판이나 개인에 딱 맞춰서 단 하나만 만들어진 것들 혹은 착용보다 예술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만든 작품들 등 보석 자체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독특하고 섬세한 디자인들은 각각의 보석의 아름다움을 더 높이는 것 같다.

  몇 년 전에 티파니 보석전을 통해서 조금 가까이에서 작품들을 볼 기회가 꽤 좋았었다. 이 책을 통해서는 이름은 들어봤지만 접하기 어령누 유럽의 브랜드와 매장들을 제법 디테일하게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반지에 관심이 많은 데 독특하면서 아름다운 디자인들이 많아서 금세 매혹되었다. 그리고 각각의 브랜드들이 왜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사랑받는지 알 수 있었다. 시간과 함께 해온 회사의 이미지와 명성이며, 고객의 신뢰와 사랑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인 브랜드는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갖고 싶은 물건의 이미지를 우리에게 심어줌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셈이다.

 곡선과 볼륨감있는 형태에 집중하면서 유행을 따라가지 않고 유행을 만드는 프랑스, 시계를 만드는 정교한 기술에 화려한 센스가 더해진 스위스, 화려하고 장식이 많으며 패션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탈리아, 보석 자체에 가치를 둔 영국, 단순하게 깨끗한 절제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독일 등 각 나라의 특색이 잘 살아 있는 브랜드들을 통해서 다양한 스타일의 보석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각 나라의 명품 거리와 작은 상식들은 재미를 더한다. 한 권의 멋진 전시회 도록을 읽은 것처럼 무척이나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