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난 이기호님의 신간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제목은 이렇게 지어놓고, 웃음기를 쫙 뺀 단편이라고 하니 이 애독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데, 읽는 과정은 웃겼으나 읽고나면 웃음기가 사라지는 것이.... 작가님의 말씀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최미진은 어디로> 웃는남자_황정은 외_은행나무_수록작

이미 [웃는남자]에서 만나본 단편이었다. 단편집 [웃는남자]엔 반어, 역설 이런 이야기가 가득해서 좀 불편했다.

그래도 그 중 <최미진은 어디로>가 제일 유쾌했는데.. 다시 읽으니 이 단편도 유쾌는 아니었구나 싶다.

이기호 작가, 본인의 책을 떨이상품으로 중고시장에 내놓은 것을 보고 직거래를 신청한다. 

직거래 중 중고판매자는 사러온 사람이 이기호 작가인 것을 알고 도망을 갔다가 돌아와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최미진씨에게 친필사인을 해 준 책이었고, 중고거래자는 최미진의 전남친이었던 것이다.

* 미안하다는 말을 듣기위해 그 먼길을 굳이 간 작가와 떠나버린 최미진이 남긴 책을 계속 가지고 있는게 아픈 남자...

 

<나정만씨의 살짝 아래로 굽은 붐>

2009년 용산사건에 투입될 뻔 했으나, 교량의 통행무게제한에 걸려서 가지 못한 크레인 기사 나정만씨의 이야기다.

가벼이 보면 나정만씨의 인생이야기를 녹취한 단편인데... 마지막에 나정만씨가 묻는다. 왜 자기를 찾아왔냐고... 그러게? 

왜 용산사건에 관계가 없는 사람을 찾아갔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뭐랄까.....

불편한 진실에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나같은 인간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아직도 용산사건을 제대로 모르고 있기에.

 

<권순찬과 착한사람들> 권순찬과 착한사람들_이기호_아시아

매번 이 책을 살까살까 고민하다, 이렇게 단편집으로 되어 나올꺼라는 그분의 말에 안 샀는데, 역시 이렇게 만났다.

이 책, 진짜 참... 특이하다. 짧은 단편드라마 같으면서... 또 엄청 생각하게 만든다.

왜! 권순찬씨는 자신이 돈을 잘못 보낸 사채업자에게 돈을 달라하지 않고, 그 업자 어머니 집앞에서 시위를 하며 돈을 달라고 할까?

이 역시, 본질적인 것에 다다르지 못하고.. 자신이 어머니의 돈을 대신 갚았듯, 대신 그 업자의 어머니 집 앞에 찾아간 것일까?

그리고 왜 그 돈을 돌려줘야 하는 사람은 사채업자인데, 정작 돈을 그 어머니 동네에 사는 착한사람들이 갚아준다..

물론 권순찬씨는 거절한다... 시위는 계속되고...

셔츠의 첫 단추를 잘 못 끼웠다. 그러다보니 밑은 자연스러운듯 아닌듯 계속 어긋나고 있다. 딱 그 꼴이다.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

김숙희씨는 수년전 남편을 살해했다. 아무런 증거가 없었고,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남편의 살해를 고백할 때 만고 있는 남자가 박창수인데, 정작 남편을 살해할 때 만나던 남자는 정재민...;;;

아... 나야 말로 김숙희씨를 혐오할 것 같군요... 그나저나 왜 죽인 걸까??

 

<오래전 김숙희>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가 김숙희씨 입장이었다면, 이 단편은 정재민 입장이었다.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갔는데, 김숙희가 남편을 살해했고 그때 동조까지는 아니지만 알렸었다는 이유로 급, 서울로 소환된다.

아놔... 연결되는 단편의 짜릿함과 혐오하고 있는 오래전 김숙희... 도대체 왜 죽인 걸까??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

삼성에 간 민호때문에 내가 한동안 얼마나 마음이 씁쓸했는데, 겨우 잊었더니 이기호님 책 제목에서 다시 볼 줄이야.

누구에게나 친절한.. 제대로된 반어법이었다.

그렇다 교회오빠 강민호는 친절했다. 하지만 어찌보면 오지랖이고, 또 어찌보면 사람의 신념을 뒤흔드는 사탄이었다.

물론 처음에 윤희는 기독교인이었다. 그러나 무슬림이 되었고, 히잡을 쓰고 출근한다.

한국에서 히잡을 쓰고 무슬림으로 살아가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 감내를 윤희씨가 하고 있는데...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가 나서서... 결국 달라질 건 없다. 그럼에도 나서는 강민호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한정희와 나> 한정희와 나_이기호 외_다산책방_수록작

서점에 서서 [한정희와 나] 중 단편 <한정희와 나>만 읽었다.

한정희... 이 아이의 인생이 참 가엽다는 생각을 했었다. 

부모의 손길이 너무도 필요한 어린아이를 현실이 이렇다는 이유로 너무 외롭게, 힘들게 하는 이 사회가... 너무 안타깝다.